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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페리온
댄 시먼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댄 시먼스의'히페리온'은 멀지 않은 미래의 우주전쟁 전야를 다루고 있다. 더 이상 지구에서 살지 않은 인간들은 새로운 행성개발에 힘쓰게 되고 헤게모니 연방을 이루게 된다. 헤게모니 연방은 적인 아우스터가 침략해오기 직전 '고통의 신'인 슈라이크에게 소원을 빌기 위해 슈라이크 순례 단에 모이게 된 일 곱 사람들이 어떤 연유로 신비의 행성 히페리온과 '고통의 신' 슈라이크, 헤게모니 연방, 아우스터와의 얽힌 비밀을 각자 돌아가면서 이야기하는 액자구조 형식을 취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왜 수많은 슈라이크 순례단 지원자들 중에서 뽑히게 되었는지, 이유를 짐작해가며 자신들의 과거를 들려준다.
쇠락해 가는 종교의 가톨릭의 사제 호이트, '브레시아의 도살자로 악명 높은 카사드 대령은 반복되는 꿈속의 묘령의 여인과 슈라이크와의 과거가 있는 가장 적극적인 인물이다. 옛 지구에서 태어난 시인 실레노스는 길고 긴 영욕의 세월을 보낸 인물로 슈라이크를 자신의 시의 뮤즈로 믿고 있는 예측 불가능한 인물이고, 슈라이크 제단을 연구하던 고고학 연구원이었던 딸이 슈라이크에 의해 거꾸로 나이를 먹게 된다. 그 딸을 구하기 위해서 나선 유대인 학자 바인트라우브, 성림 수도사이자 성수선 선장인 매스틴은 비밀에 쌓인 인물로 등장하며 소설 중반에 묘한 단서만 남긴 채 자취를 감추는 인물이고, AI를 사랑한 탐정 라미아, 그리고 한때 히페리온에 주재했던 영사는 이야기 전체를 이끄는 인물로 등장하며 전체적인 이야기에 중심을 잡아준다.
서로 각기 다른 히페리온과 슈라이크와의 인연으로 모이게 된 일곱 명의사람들은 고통의 신 '슈라이크'에게 빌게 될 각자의 소원을 간직한 채 히페리온을 향해 떠나게 되면서 순례 단의 임무를 시작하게 되고 고대하던 히페리온에 도착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대서사시의 SF 소설이다.
먼 미래의 일이라고만 생각하기에는 좀 불안한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인 '히페리온'은 우주전쟁 전야의 일을 다루고 있는데, 사람들이 먼 미래에도 별반 다르지 않은 행동을 보인다는 사실에 한숨이 나오기도 하고 그럴 거라는 예측이 되어서 더 실제 감과 현실감이 들었던 것은 사람들의 대상에 대한 맹신이었다. 소설에서는 고통의 신 '슈라이크'에게 맹목적인 믿음을 보이며 스스로 순례 단에 끼어 목숨을 던지는 사람들이 수없이 등장한다. 주인공인 순례 단 일곱 명 역시 자신들의 한 가지 소원을 이루기 위해 슈라이크가 있는 히페리온 행성으로의 순례를 시작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미래의 모습은 현실을 과거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고 되풀이 되는 것 같아 읽는 동안 마음이 씁쓸해졌었다. 변하지 않은 빈부의 차이와 계급의 차이, 반복되는 전쟁, 종교의 맹신은 결코 인류사에서 변하지 않는 영원불변의 법칙일 것만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작가 댄 시몬스의 '히페리온'은 웅장한 느낌과 사람들의 변하지 않는 인류사를 묵직한 울림과 느낌으로 만들어낸 대 서사시이며 액자 구조의 독특한 형식에 일곱 명의 순례 단들의 사랑과 자유, 예술, 생명 등 여러 욕망들을 잔혹한 괴물인 '슈라이크'라는 극단적 매개를 통해 그려내고 있는 소설이다. 방대한 분량의 '히페리온'을 읽는 동안 왠지 모를 슬픔과 묘한 희망을 간직하게 해준 소설이고 슈라이크 제단에 도착한 일곱 명의 순례 단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소설이기도 하다. 고전의 묵직함과 현대적인 감각, 미래에 대한 작가의 생각과 특성이 잘 나타나 있는 멋진 소설을 만나게 되어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