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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공주
카밀라 레크베리 지음, 임소연 옮김 / 살림 / 2009년 8월
평점 :
'얼음공주' 는 오랜만에 읽은 심리추리소설의 느낌이 강한 소설이다. 사건 자체보다 그 사건 이면에 숨겨진 진짜 사연과 사람들의 애증관계가 복잡하게 복선으로 깔려 있는 이야기 구조를 가진다. 어두운 과거의 사건 자체를 덮고 잊고 싶어 하는 자들과 그 사건을 제대로 세상에 알리고 새 출발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 간의 미묘하고 복잡한 감정 선들이 얽혀 있다. 모두에게 최선인 선택은 무엇인지, 피해자들의 권리는 없는 것인지, 덮으려고만 하는 사람들의 진심은 정말 피해자들만을 배려한 선택이었는지에 대한 많은 생각이 교차하게 한다.
'얼음공주'는 어린 시절부터 다른 아이들과는 다른 분위기를 지닌 미모의 여인 알렉산드라가 자신의 고향 집에서 살얼음이 낀 욕조에서 시체로 발견되고 그 상황을 25년 전 단짝이었던 친구인 작가 에리카가 별장관리인 에일레르트와 함께 발견하게 되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자살로 보이던 알렉산드라의 죽음은 타살로 밝혀지고 과연 그녀를 죽인 범인은 누구이고, 왜 죽여야만 했는지에 대해 에리카와 에리카의 고향친구인 형사 파트리크와 사건을 풀어나가게 된다. 그러나 25년 전 10살에 즈음에 에리카의 인생에서 소리 없이 사라진 알렉스(알렉산드라)에 대해 에리카는 자세히 알 수가 없었고 그 후의 행적과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서 알렉스는 생소하게 느껴진다. 더구나 임신 3개월째 죽음을 맞이했고 남편과의 소원한 관계, 고향집에서 비밀리에 주말마다 만나던 남자의 정체, 유명한 술주정뱅이인 화가 안데레스와 관계는 전혀 짐작할 수 없는 상황 속으로 몰고 가고 에리카는 혼란을 느끼게 된다. 갑자기 사라진 알렉스의 인생에서 1년의 시간의 빈 공백으로 남겨진 것을 밝혀내는 과정에서 사건 이면에 숨겨진 어두운 진실과 만나게 되면서 감추려는 자들과 밝히고자 했던 알렉스와의 관계가 드러나게 된다.
스웨덴의 작은 어촌 피엘바카에서 일어난 두 건의 사건을 통해서 25년간 비밀에 붙혀졌던 사건들의 진실이 밝혀지는 이야기이다. 강렬하고 오싹했던 알렉스의 살인 사건 현장의 첫 장면을 끝까지 이어오지는 못했지만 사건 속에서 숨겨진 사람들의 사연과 심리묘사는 잘 표현해주고 있다. 그래서 추리소설보다는 심리추리소설이 더 적합한 표현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 한 가지 차세대 애거서 크리스티 라는 문구를 빼고 담백하게 이 작가의 소설로만 읽는다면 더 재미있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굳이 대가의 트릭과 심리묘사를 찾지 말고 작가 카밀라 레크베리의 작품으로 읽어보길 바란다. 그런다면 '얼음공주'의 작은 어촌 마을에서 일어난 숨겨진 사연과 고통 어린 사람들의 이야기에 빠지고 그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들의 식으로 자식들을 사랑했다고 굳게 믿는 사람들과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살고 싶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슴을 아릿하게 만들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