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담 수집가
오타 다다시 지음, 김해용 옮김 / 레드박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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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기담 수집가 명함을 지닌 묘령의 남자 에비스 하지메와 그의 조수 히사카는 광고를 낸 후 연락이 온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정말 기담인지를 구분한 후, 후한 보수를 주겠다고 한다. 그래서 일곱 명의 사람들이 까페 스트로베리 힐로 찾아가게 된다. 자신들의 평생 가장 기이했던 경험을 간직한 채, 그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한다. 

기담 수집가 에비스는 말한다. "이야기야. 그것도 소중히 간직해온 기담. 나는 그것을 찾고 있어. 도저히 이 세상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피도 얼어붙을 것 같은 무서운 이야기. 상식을 뒤집어놓을 만한, 믿을 수 없을 만큼 황당한 이야기.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허황한 이야기. 당신은 그런 이야기를 알고 있나?"(181쪽) 사람들은, 나는 기담 수집가 에비스와 마찬가지로 기이한 이야기, 도저히 있을 것 같지 않은 이야기에 매료되고 듣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 기담이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믿고 싶어 한다. 여기는 아닐지라도 어딘가에서 진짜로 일어난 일이라고....... 

기이한 경험을 한 사람들은 에비스 하지메에게 자신의 기괴했던 경험을 털어놓게 되고 그의 동조를 얻게 된다. 하지만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를 외모를 지닌 조수 히사카는 예리한 통찰력과 추리력으로 그들의 이야기 속에 담긴 헛 점을 찾아내어 기담이 아닌 실제 일어났던 사건임을 일깨워주게 된다. 에비스는 재미있는 기담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실망하고 의뢰인들은 당혹스러워하기도 하고 후련해하기도 하면서 스트로베리 힐을 떠나게 된다. 그 후 다시는 에비스와 히사카 그리고 그 까페를 찾지 못한다. 그들은 누구였을까?하는 의문을 안은 채....... 

어쩌면 그 의뢰인들은 자신들이 겪었던 기괴했던 일들이 기담이 아니라는 사실에 기담 수집가 에비스보다 더 큰 실망감을 갖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저 불운하고 기이했던 경험이 '기담'이었다고 생각해왔을 때는 그저 그렇게 지나갈 수도 있었던 사건이, 실제로는 추악하거나 배신으로 얼룩져 있었던 사실 그 자체였다는 것은 더 큰 상처였을지도 모르겠다. 잿빛으로 가득한 현실을 '기담'이라는 포장으로 둘러싸고 있을 때가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 

작가 오타 다다시는 '기담' 속에 현실과 환상을 묘하게 뒤섞어 보여준다. 의뢰인들이 들려주는 기이한 이야기 속에는 기담답게 환상적 분위기를 가미하고, 냉철한 히사카가 그 기담을 과학적, 논리적으로 풀어낼 때는 같은 이야기인데도 앞의 의뢰인이 이야기한 기담과는 전혀 다른 사건 자체로 보여주며 현실성 있게 구성하고 있다. 또한 의뢰인들은 현실 삶에서 지친 상태이고 외로운 사람들이었기에 그 경험을 '기담'이라고 믿고 싶어 하는 심리를 잘 표현해주고 있다. 그들의 경험을 에비스는 친절한 호응 자답게 심리적으로 해석해주고 히사카는 현실자체를 직시하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데 그 부분도 읽는 이에게 재미를 준다. 기이한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해석할지에 따라 달라지는 상황은 관심있게 그려내고 있어 흥미로웠다.  

사람들이 기이하고 특별한 이야기를 계속 듣고 싶어 하고 읽고 싶어 하는 한 '기담'은 영원할 것이라 생각한다. 또 누가 아는가. 그 기이한 경험을 가진 자가 어딘가에 실제로 있고 그 기담은 전설이 되어 우리 귀에도 들릴지 말이다. 가볍게 즐기면서 읽을 수 있는 기담 수집가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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