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여행하라 - 공정여행 가이드북
이매진피스.임영신.이혜영 지음 / 소나무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여행을 떠나서까지 편하게만 지내고 오려던 얄팍한 내 마음과 생각은 '희망을 여행라' 공정가이드북에 의해 그 생각이 얼마나 안일하고 편협한 생각이었는지를 알게 해주었다. 사실 막연하게나마 짐작하고 있었던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내가 여행을 떠났을 때 왜, 현지인들이 그렇게 만나기가 힘들었는지, 그들이 보여주는 춤사위와 서커스에서 왠지 모를 불편함을 느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관광객들을 위해서 삶의 터전을 내줘야 했고 저임금에 하루종일 일에 시달려야 했으며, 그 일마저도 해고 당할까봐 전전긍긍해야만 했고 관광객들을 위해 민속 춤이 쇼로 전락해버리는 일을 해야만 했기 때문이라는 현실을 말이다.  

캄보디아 앙코르와트로 해외여행을 처음 떠나게 되었을 때, 나 역시 포부도 야무졌었다. 하지만 패키지 여행 상품이 줄 수 있는 한계는 편리하게 이동하고 숙박이 확실하게 해결된다는 점 뿐이었고 절대로 여행자가 아닌 쇼핑을 꼭 해야만 하는 관광객으로 만들어 주었고 현실은 그나마 좀 더 자세히 유적지 보고 싶은 우리들의 열망을 철저히 무시한 채 그 두 배에 해당되는 시간을 쇼핑지에서 보내야만 했었다. 그 실망감에 함께했던 친구와 다음 여행에는 꼭 패키지가 아닌 현지인들과 만나도 보고 우리가 그렇게 천천히 음미하면서 보고 싶었던 유적지도 천천히 보고 하자였다. 거기에다 현지인들을 무시하다 못해 듣는 우리가 기분이 나빠질 정도의 비하하는 발언을 일삼던 가이드에게 완전 실망하여 그 여행사까지도 불쾌하게 느껴졌었다. 그 당시 우리가 할 수 있었던 소심한 복수(?)는 음료수를 사서는 진짜 현지인 가이드와 현지인 운전기사 분에게만 음료수를 사드리고 마지막날 다들 가져갖던 고추장, 컵라면, 간식들을 가이드에게 주었지만 우리 둘은  방을 청소해주던 예쁘고 수줍음이 많았던 소녀에게 주고 왔다. 사실 그리 큰 물건도 아니었고 팩에 든 간식과 컵라면, 음료수였을 뿐이었는데도 너무 좋아하고 기뻐들 해 주셔서 오히려 준 우리들이 얼굴이 발그스레해졌었던 기억이 난다. 마지막 날 가이드에게 현지인들이 하는 카페에 가보고 싶다고들 했더니만 하는 말이 이곳은 치안이 위험하고 거지들이 많으니, 가고 싶으면 각자 갔다 오라는 이야기에 끝까지 실망을 하며 포기하려 했지만 같이 간 친구가 용기를 내서 함께 툭툭이를 타고 시내에 나갔다 왔다. 우리가 한 시간만 있을거라고 기다려 달라고 했던 약속은 실제 관광지가 아닌 캄보디아 시내에 있다는 설렘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약속한 시간을 넘기고 말았었다. 그래서 당연히 기다리지 않고 가셨을 거라고 생각하고 당황해서 나왔었는데, 그 툭툭이 기사 분은 너무나 밝은 표정으로 우리를 기다려 주셨고 얼마나 감동했었는지 모른다. 그 툭툭이 기사 분 덕분에, 우리 방을 청소해주었던 예쁜 소녀 덕분에, 카메라를 차에 두고 와서 당황했던 나를 도와 주었던 현지인 가이드 덕분에 너무나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는 여행이 되었다. 현지인들을 무시했던 우리 가이드가 아니라 패키지 상품이 아니라 말이다.  

'희망을 여행하라'를 읽고 공정여행을 할 수 있다면 그래서 현지인들에게 이익이 공정하게 돌아갈 수 있다면 그래서 조금씩 세상이 바뀔 수 있다면 실천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니,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저 관광지에서 싼 값의 물건을 더 싸게 살려고 욕심부렸던 관광객에서 삶을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는 진정한 여행자로 거듭날 수 있다면 말이다. 사실 살짝 두렵기도 하다. 편안하게만 생각했던 여행이, 삶을 바꿀 수 있고 포터들이 인권을 존중받을 수 있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관광객들을 위해 그림자처럼 하루종일 일해야만 했던 호텔에서 일하는 분들이, 학교에도 가지 못하고 길거리로 나가야만 했던 아이들을 도울 수 있다는 사실이 말이다. 한 번의 깊은 생각, 용기가 그들을 돕고 더불어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공정여행이 실천되고 있고 나 역시 그 여행이 가능하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모두가 함께하는 여행, 그래서 서로가 존중받을 수 있는 여행....... 멋지게 하고 싶다. 그것이 우리가 꼭 해야 할 의무이자 희망이라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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