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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걷다 ㅣ 노블우드 클럽 4
존 딕슨 카 지음, 임경아 옮김 / 로크미디어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작가 존 딕슨 카의 추리 소설은 믿을 수 있다. 왜냐하면 그의 놀라운 치밀한 사건 전개와 독특한 개성을 지닌 인물들과 불가능할 것만 같은 사건들을 가능하게 하고, 해결하는 추리력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대를 초월하는 세련됨을 지니고 있다.
부친의 친구이자 파리의 경시총감인 방코랭은 독특한 외모를 갖고 있고 속마음을 알 수 없는 불가사의한 미소를 짓는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그런 그에게 개인적으로 신변보호를 요청한 라울 살리니 젊은 귀족의 보호를 맡기 위해 주인공인 '나' 와 함께 결혼식 날 저녁 신혼부부를 만나러 간다. 방코랭은 평소에 인기 많고 만능 스포츠맨이자 검사인 라울이 최근들어 두려움에 떨며 신변 요청을 했다는 점과 신부인 루이즈의 전 남편이 살인귀로 유명한 로랑이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갖고 맡게 된 것이다. 정신병원에서 탈출한 로랑이 전 부인인 루이즈와 라울의 결혼에 불만을 갖고 나타날 것을 대비해서 살롱 곳곳에서 라울과 루이즈 부인을 주시하고 있었다. 라울은 친구 보트렐르과 동행하고 있었고 라울이 카드 룸으로 들어간 것을 방코랭과 나, 박사, 신부 루이즈와 함께 목격하게 된다. 하지만 얼마 후 잔인하고 과시적인 살인 사건은 일어나고 라울은 결국 목숨을 잃게 된다. 방코랭을 비롯한 모든 이들은 루이즈의 전 남편 로랑이 라울과 루이즈 주변 인물 중 누군가로 성형을 한 후 일으킨 범죄로 보고 수사를 시작하게 된다. 방코랭을 수사를 돕던 '나'는 사건이 일어난 카드 룸 위층인 3층 방에서 라울을 기다리고 있던 내연의 애인 샤론을 만나게 되고 그가 최근에 다친 후 많이 변했음을 듣게 되고 사건이 보여지는 이면에 숨겨진 사연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음을 알게 된다.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밀실에서 일어난 잔인하고 기이한 형태로 죽은 라울을 죽인 범인은 예상대로 잔혹한 살인귀 로랑일까? 만약 그라면 도대체 누구의 모습으로 성형을 한 것일까? 어떻게 밀실에서 빠져나간 것일까? 아니면 신분과 행동이 수상해 보이는 라울의 친구 보트렐르가 아닐까? 친구이면서도 은근슬쩍 라울을 경멸하면서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는 그가 범인이 아닐까? 또한 그는 신부 루이즈를 흠모하고 있으니까. 혹은 부인 루이즈나 애인 샤론이 아닐까? 항상 약에 취한 듯모습을 보이며 라울을 보았다고 주장하는 부인 루이즈일까? 아님 미모의 여성인 샤론이 라울의 결혼을 배신으로 보고 일으킨 사건일까? 하는 의심과 추측은 '밤을 걷다'를 읽는 동안 내내 일으키는 마음속 에서 일으키는 갈등들이다.
1930년에 발표된 존 딕슨 카의 첫 작품 '밤에 걷다' 는 독특한 개성적인 외모와 성품을 지닌 경시총감 방코랭이 밀실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들은 방코랭이 수사하는 방법과 과학 수사를 적극 활용하는 부분은 현대의 형사영화를 보는 듯 실감이 났고 과학적인 수사에 대한 견해와 정신의학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장면들은 거의 현대극에 가까웠다. 주인공 방코랑은 안락의자 형 탐정 스타일도 아니고 하드보일드 적 이고 마초적인 인물도 아닌 오히려 현대의 형사에 가까운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어 놀라웠다. 결코 1930년에 발표된 작품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현대적인 감각과 세련미가 있어 읽는 동안 즐거웠다. 독특한 캐릭터, 불가능해보이는 밀실 사건과 잔혹 미, 그 속에 담겨 있는 사람들 간의 애증관계들을 '밤에 걷다'는 근사하게 고전적인 요소와 현대적인 요소를 잘 조화시켜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존 딕스 카의 작품은 믿을 수 있다. 그의 작품은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