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내 말 좀 들어 주세요 - 어느 날 갑자기 가십의 주인공이 돼 버린 한 소녀의 이야기
세라 자르 지음, 김경숙 옮김 / 살림Friends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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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가십은 가볍게 즐길 수 있을 때 멈추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가십을 말하는 나의 모습에서 상대방 모습에서 알 수 없는 집요함이 엿볼일 때는 가십의 도를 넘어 한 사람의 인생을 뒤흔드는 일이 되고 만다. 마치 바로 앞에서 그 일을 보고 겪은 듯이 가십을 이야기하고 또 동조하다보면 처음에는 재미로 시작했던 일이 마치 큰 사건 속으로 휘말린 것 같은 불쾌감이 생긴다. 좀 더 과장하자면 다른 이의 가십을 이렇게 적나라하게 이야기는 나의 모습에서 상대방 모습에서 어쩌면  좋지 않은 상황에 내가, 그가 놓인다면 바로 이러한 모습으로 나를 향해, 그를 향해 공격(?)해올 수 있게구나하는 공포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슬쩍 빠져나오고 싶고 듣고 싶지 않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더구나 가십이 한 사람이 인생을 뒤흔들고 망칠 수 있는 여러 사건들이 실제로 일어났으니 말이다. 

작은 마을 피시피카에 살고 있는 디에나는 이 작은 마을이 숨 막혀 죽을 것만 같다. 서로서로가 너무나 잘 알고 지내는 마을에서 3년 전 오빠 친구 토미랑 차 안에 있다가 아빠에게 끌려나온 사건은 너무나 유명하고 치욕스럽게 디에나를 쫒아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어디를 가든 헤픈 아이로 낙인찍힌 디에나는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더구나 가십에 가속도를 붙인 사람이 함께 있었던 오빠 친구 토미의 입을 통해서라는 사실은 디에나를 비참하게 만들었고 가장 디에나를 감싸 안아 줘야 했던 아빠의 냉담함과 무시는 디에나를 더욱  외롭게 만들고 자신감을 잃게 만든다. 그나마 디에나가 숨을 쉴 수 있는 것은 어린 시절 친구 제이슨과 전학생 리와 오빠 대런 뿐이다. 그래서 디에나는 언젠가 돈을 모아서 대런 오빠네 가족과 집을 떠나는 것을 소망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그런 디에나에게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피자가게에서 토미를 다시 만나게 되고 그들 사이에 풀어야만 하는 이야기를 통해 더 이상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와 미래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배우게 된다. 또한 사랑과 관심을 갈망했던 디에나는 제이슨과 리에게 실수를 하게 되지만 그 또한 성장의 한 단계로 이어지게 되면서 비로소 디에나는 가십의 주인공이 아닌 진정한 디에나로 돌아올 수 있게 된다. 

'제발 내 말 좀 들어주세요'는 청소년 성장소설에 그치지 않고 한 소녀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음에 감동하게 된다. 13살 어린 소녀 디에나는 난생 처음으로 오빠 친구 토미에게 이성의 감정을 느끼게 되고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이끌려가게 되고 한 순간의 실수로 너무 이른 나이에 굴레를 쓰게 되면서 디에나의 삶은 온통 회색 빛이 되어 버린다. 가십은 남자 당사자의 입에서 나온 다소 허풍스런 버전으로 번져나가게 되고 디에나는 완전 낙인찍힌 채 동료 친구들에게 몹쓸 말과 행동을 불합리하게 겪어야 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진짜 화가 나고 속이 상했었는데, 그것은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가십의 두 당사자의 위치가 너무나 달랐고 그것이 사회적 관습처럼 묵인되고 인정되었다는 사실이다. 남자아이는 무용담처럼 친구들에게 떠들어대고 주변 사람들은 묵인하면서 듣고 여자아이는 죄인이 되어 주홍글씨를 새긴 아이처럼 주변 사람들으로부터 격리되고 말할 권리를 빼앗아 가버린 것이다. 이러한 일들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고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아 두려웠던 부분이기도 했다. 사람들은,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이중 잣대를 들이대며 사건자체를 우스꽝스럽게 만들어버린다. 그 가십 속에 상처입을 그 누군가는 기억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다행히 책 속의 디에나는 약한 아이가 아니었고 진정 디에나를 아끼는 사람들이 곁에 있음을 알게 되어 다행이다 싶어 숨을 내 쉴 수 있었다. 작가는 상처입은 소녀의 마음을 어둡고 우울하게만 그리지않고 그 나이 때 소녀답게 때론 경쾌하게 때론 아픔을 간직한 소녀의 마음을 이해하면서 잘 다독거리며 그려주고 있어 디에나의 모습을 충분히 상상하고 공감할 수 있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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