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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사진
이치카와 다쿠지 지음, 양윤옥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케이블에서 일본 영화 한편을 보게 되었는데 순전히 좋아하는 배우 타마키 히로시가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보기 시작한 영화였다. 영화의 제목은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 였고 아련한 첫사랑의 추억을 담은 영화라고 소개가 되어 있었다. 비슷비슷한 청춘영화이겠지 싶었는데, 스토리가 전개가 될 수록 배우들의 연기도 돋보였고 내용도 아름다웠다. 결국 두번이나 반복해서 보면서 영화에 빠져들었고 원작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더 반가웠었다.
'연애 사진'은 마코토와 시즈루가 처음 만난 것은 열여덟의 봄, 대학 입학식 날이었다. 초등학생처럼 작은 몸에 커다란 안경을 낀 시즈루가 통행인은 생각하지 않고 내달리는 차들 때문에 건너지도 못하는 학교 뒤편 횡단보도 앞에서 손을 번쩍 들고 건너려는 시도를 꾸준히 하고 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마코토가 여기서는 절대 건너기 힘드니, 다른 횡단보도를 이용하라고 알려 준다. 하지만 시즈루는 시도를 해보겠다며 묵묵히 횡단보도 앞에 서 있게 된다. 그러한 시즈루의 어린애 같은 모습과 고집어린 아이 같은 시선을 마코토가 사진으로 찍게 되면서 그들의 사랑은 시작된다.
그녀는 거짓말쟁이이다. 마코토를 사랑하면서 그의 사랑을 존중해주기 위해 마음을 숨긴다. 그녀는 자신은 계속 성장 중이며 점차 여자의 모습으로 변할 테니, 그때 가서 아쉬워하지 말라고 엄포도 놓는다. 마코토는 그런 그녀가 귀엽고 친숙하지만 친구 이상의 감정을 인식하지 못한 채 여신처럼 아름다운 마유키에게 짝사랑의 마음을 지니게 된다. 그런 마코토를 보면서 시즈루는 사랑하는 마코토가 짝사랑하는 마유키도 좋아하고 싶어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 마코토에게 사진을 배우게 된 시즈루는 마코토와 둘만의 천국 같은 숲 속을 발견하게 되고 사진을 찍으며 서로에게 점차 친숙해지고 항상 영원할 것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된다. 유전인 가려움증으로 지독한 냄새의 연고를 바르기 때문에 항상 사람들과의 거리를 두고 지내는 마코토와 성장이 멈추어 버린 듯한 아이 같은 시즈루는 서로를 보안하면서 시즈루는 사랑을, 마코토는 사랑과 우정 사이의 감정을 느낀다. 그렇게 함께 지내던 시즈루와 마코토는 마지막 일것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마지막 만남을 천국같은 숲 속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키스를 나누게 된다. 그때서야 어렴풋이 마코토는 시즈루에게 가진 자신의 마음이 사랑이라고 느끼고 영원히 함께 할 거라는 믿음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그들의 운명은 시즈루의 마코토에 대한 사랑의 배려는 다른 방향으로 운명을 이끌고 그들 앞에 이별의 시간을 만들어 주게 되면서 그들의 사랑은 깊어만 가게 된다.
'연애 사진'은 특별한 사건도 자극적인 이야기도 없다. 그저 우리네 연애처럼 소박하지만 특별한 감정을 가진 두 사람의 이야기이다. 서로의 사진을 찍어 주고 마음을 나누며 그저 펑화롭게 지내던 그 시간들이 영원할 것만 같고 늘 익숙해 있어서, 그 익숙함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미처 깨닫지 못하는 시간들 속에 있게 하고 읽는 이로 하여금 공감하게 한다. 마치 나의 첫사랑 이야기 속에 있는 것처럼 아련하게 해준다. 생각해보면 첫사랑 만큼 누군가를 맹목적으로 사랑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저 같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고 좋았던 시절이었다. 그러다 이별을 하고서야 그 사랑이, 만남이 소중했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전혀 연관성이 없던 두 사람이 서로 약속을 해서 만남을 지속하고 사랑을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이별 뒤에 느끼게 되면서 사랑과 이별을 알게 되는 것 같다. 시즈루와 마코토의 856 장에 담긴 사랑의 마음처럼 한 장의 지나간 사진에서 애틋함을 느끼게 해주는 연애 사진이었다. 원작 소설은 원작대로 영화는 영화대로 매력을 지니고 있으니, 둘 다 읽어보고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