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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나크 사냥 ㅣ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단 하룻밤에 일어나는 사건을 다루고 있으며 두 사건의 발단을 교차하며 보여준다. 믿고 사랑했던 애인에게 배신당한 철부지 아가씨 게이코는 그 남자의 결혼식장에 화려하게 차려입고 산탄 총을 들고 간다. 낚시 도구점 '피셔맨 클럽'의 직원인 오리구치 구니오와 사쿠라 슈지는 어느 선술집에서 술을 마시며 아들처럼 아끼는 슈지에게 슈지를 짝사랑하는 노가미 히로미의 마음을 전하며 마치 마지막인 것처럼 슈지에게 인사를 건넨다.
두 사건이 하나의 사건으로 이어지기 위해 그들이 사건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던 각자의 서글픈 사연들과 복잡한 마음의 심리를 여러 인물들의 시각에서 보여준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오빠에게 많은 용돈을 받아가며 철부지처럼 살던 게이코는 돈 때문에 자신에게 거짓된 마음으로 다가섰던 사람들에게 크나큰 배신을 당하게 되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또한 낚시 도구점 '피션맨 클럽'의 직원들에게 아버지로 불리며 신망이 두터웠던 오리구치는 남들에게 밝히지 못했던 고통스런 과거가 있고 20년 전에 가족을 떠났던 자신을 자책하며 사건의 마무리를 지으려고 한다. 그러한 사실을 눈치 챈 슈지는 아버지와 같이 자신을 격려해주던 오리구치의 행동을 막고자 뒤 쫒게 되고 사건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 속으로 빠지게 된다.
'스나크 사냥'은 루이스 캐럴이 쓴 이야기 속에 나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을 가리킨다고 한다. 그걸 잡은 사람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고 스스로 괴물이 된다고 한다. 살의를 느끼고 적의의 마음으로 불타오르는 모든 감정들이 어느 순간에 스스로를 파멸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 두 사건의 주제를 나타낸다. 다소 미야베 미유키 소설 같은 느낌이 덜했지만 법이 행할 수 있는 한계와 피해자와 가해자의 다른 시각과 상황을 볼 수 있었던 좀 색달랐던 소설이었다. 미야베 미유키의 기존 소설에 익숙해있던 분들이라면 좀 하드보일드하고 차가운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작가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기회였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