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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이 쓴 책
데이비드 미첼 지음, 최용준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3월
평점 :
'유령이 쓴 책'은 9편의 이야기들이 서로 다른 지역과 시간을 배경으로 하나의 작품을 이루는 독특한 작품이다. 오키나와의 광신도 테러범에서 첫사랑에 가슴 설레는 레코드숍의 청년, 시대의 아픔을 고스란히 겪어야 했던 중국 성산의 한 여인, 스파이 소설의 면모를 보여준 페테르부르크의 미술품 절도단, 도박장에서 우연과 운명의 기로에 선 대필 작가, 미국 군수기업에 쫓겨 고향 클리어 아일랜드로 피신한 핵물리학자 등 그들이 엮어내는 인생의 기로에서 선택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의 고뇌를 보여준다. 때론 쓸쓸하고 허무하게 또 때론 설렘과 기대감 속으로 이끌고 간다.
모든 9편의 이야기들이 독립된 중편의 역할을 하고 있다. 각각의 독립된 중편의 진가를 보여주면서 자연스레 다음 편 이야기와 연결이 된다. 그래서 읽다보면 '아,,,그렇구나, 이렇게 연결이 되네.' 하고 감탄하게 된다. 앞선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을 다음 이야기에서 우연히 그들을 기억해내는 장면으로 나타나거나 한 통의 전화로 그들과의 연관성을 보여주기도 하면서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를 보여준다.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것은 우연인가, 운명인가? 에 대한 질문은 9편의 이야기 속에서 끊임없이 되풀이 되고 있다. 결코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운명의 손은 주인공들을 이끌고, 나를 이야기 속으로 이끈다. 일상 속에서 사소한 우연은 크나큰 운명의 시발점이 되기도 하고 작은 우연들이 겹치고 겹쳐서 삶을 지배하기도 한다. 운명은 정해져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정해진 운명에 따라서 우연을 가장한 운명의 순서대로 가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아니면 주인공들의 의지대로 혹은 나의 의지대로 우연을 만들고 그 우연을 운명으로 만들어 가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한다. '유령이 쓴 책'을 읽으면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면 한 편의 소설 속에서 우연히 발견한 운명의 지침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운명적 발견을 이 책을 통해서 해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