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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고양이 - 에드거 앨런 포
에드거 앨런 포 지음, 강미경 옮김, 루이스 스카파티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초등학교 4학년 때 '검은 고양이'를 처음 읽었는데 어찌나 공포였고 무서웠던지 며칠 동안은 잠도 제대로 못 잘 정도였다. 더구나 그 당시 단독주택에 살고 있었는데, 소설 속에 등장하는 곳과 비슷한 어두컴컴한 지하실도 있었고 담과 담을 넘어 다니던 도둑고양이들이 동네에 천지였다. 소설 속 공포와 내 머릿 속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공포는 지하실과 고양이들을 공포의 원천지로 생각하게끔 만들었다. 지금도 새끼 고양이든 아주 우아한 고양이든 모든 고양이들은 나에게 두려움을 준다. 그만큼 그의 작품들은 생생한 느낌을 전해준다. 주인공들이 겪게 되는 극한의 공포와 죄의식, 삶에 대한 열망, 죽음에 대한 공포를 읽는 이로 하여금 고스란히 함께 느끼게 하는 힘이 있다.
에드거 앨런 포를 처음 만나게 해준 '검은 고양이'의 소설 속 이미지는 선명하게 각인되었고 그 뒤 그의 작품들을 연이어 만나게 되면서 그의 작품 속 음울하고 괴기스러운 이야기들 속에 빠져들게 되었다. 특히 '검은 고양이'와 함께 '어셔 가의 몰락', '고자질하는 심장'은 생생한 이미지로 나에게 남게 된다. 그의 삶이 고난과 슬픔의 연속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그의 작품들은 작가의 슬프고 혼란스러웠던 내면을 엿보는 것 같아 마음이 스산해지고 슬퍼진다.
'검은 고양이' 에는 '저승과 진자', '때 이른 매장'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저승과 진자'에는 차라리 죽고 싶다고 느낄 정도로 극한의 공포까지 내모는 장면들이 많아 읽는 내내 숨이 차고 가슴이 쿵쾅거린다. '때 이른 매장'에는 산 채로 매장된 사람들의 경험담과 죽음에 대한 공포를 보여준다. 두 작품 모두 생과 사를 넘나들면서 인간의 원초적인 생에 대한 열망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들이어서 작가가 생각하는 생과 사에 대한 생각들을 엿볼 수 있다.
아주 오랜만에 다시 읽게 된 '검은 고양이'는 여전히 진한 공포의 감동을 주었고 또 다시 에드거 앨런 포의 놀라운 이야기와 아르헨티나 출신의 루이스 스카파티의 그림을 함께 수록되어 작품의 분위기를 보다 생생하게 보여주어 반가웠다. 좋은 작가의 작품은 세월이 아무리 많이 흘러도 독자들이 느낄 수 있는 감동은 사라지지 않고 더욱 더 빛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