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 악녀 이야기
시부사와 타츠히코 지음, 이성현 옮김 / 삼양미디어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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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악녀 이야기' 에는 동서고금 '악녀'라고 불리워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피비린내 나는 살육을 일삼았던 잔인한 행위와 자신들의 욕망을 위해서라면 혈육도 서슴없이 죽이는 악녀들의 이야기가 실제 역사 이야기와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를 그림자료와 함께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익히 많이 접했던 클레오파트라, 측천무후, 서태후, 마리 앙트와네트의 이야기와 잘 알지 못했지만 그 잔인함은 앞의 소개된 악녀들의 잔인함을 넘어서는 악녀들의 이야기로 넘쳐난다.  

오로지 자신의 젊음과 미모를 유지하기 위해서 신분상의 위치를 마음껏 이용하며 죄 없는 처녀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그녀들의 피로 목욕을 한 에르체베트,  또 남편의 사랑을 빼앗긴 한고조 유방의 아내는 위기를 넘기고 태후가 되어 유방이 죽자 남편이 가장 사랑했던 척 부인을 팔다리를 자르고 사람돼지로 만들었던 여후는 사이코패스를 넘어서는 정신 이상자로밖에 볼 수 없다. 

하지만 남성위주 사회에서 권력을 잡기위해,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걸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의 이야기들도 담겨 있어 과연 그녀들을 '악녀'라고만 몰아세울 수 있을까 싶다. 물론 그녀들의 저지른 행위들은 명백한 악의 행동들이고 용서받기 힘든 일이라는 것은 맞다. 다만 그녀들의 처했던 시대상황과 환경을 고려한다면 한 시대를 살면서 이리저리 정치적 상황에 끌려 다녔던 그녀들의 인생 또한 불행한 삶이었다. 비운의 왕녀 메리 스튜어트는 정치적 시대상황을 올바르게 판단하지 못한 채 사랑에 모든 것을 걸었고 모든 것을 잃은 채 죽음을 맞았던 여성이었다. 또 음란한 악녀로 악명을 떨쳤던 루크레치아 보르자의 경우는 부모에 의해 정략결혼을 일삼아야 했고 근친관계로 알려진 오빠 체사레 보르자의 질투심에 남편과 주위 남자들이 죽는 것을 봐야만 했던 그녀의 삶 또한 고통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악녀'로 악명을 오랜 세월 떨치고 있는 그녀들의 모습에서 지금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모습을 발견해볼 수 있다. 그녀들은 어찌 보면 그녀들의 살았던 남성중심 사회에서 자신들의 욕망을 맘껏 표출했던 여성들이었기 때문이다. 만약에 현대 여성들을 그녀들의 살았던 시대로 옮겨 놓는다면 모든 여성들의 악녀다운 기질을 보이지 않을까 싶은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책을 다 읽은 후 좀 씁쓸한 느낌이 들었는데, 그녀들의 삶보다는 악행만을 그 악행을 비웃는 듯 느낌이 들어 개인적으로는 좀 아쉬웠다. 몇몇 지나친 사이코패스 기질을 지닌 악녀 몇 명만을 빼고는 나머지 여성들은 역사 속에서 무수히 많이 보았던 남성들의 모습을 지녔기 때문이다. 왕권을 쟁취하기 위해 부모, 형제, 자매들을 죽었던 모든 동서고금의 남성들의 모습을 말이다. 그러한 아쉬움을 빼면 상식적으로 알아두면 괜찮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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