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 피츠제럴드가 보여주는 1920년대 미국의‘재즈 시대는 화려한 불빛 아래 모여드는 젊은이들의 웃음과 파티를 연상하게 한다. 재즈시대에 유행했던 여성들의 화려한 드레스와 밀주, 담배연기가 가득한 그 시대는 꿈같은 환상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렇게 항상 빛날 것만 같았던 화려의 시대 이면에는 낙오하는 자가 있고 변해버린 세상과 더 이상 소통되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사랑하는 여인 앞에서 무능한 자신을 발견하고 초라하게 돌아서야 하는 남자들이 있다. 또 변해버린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랑했던 남자의 몰락에 환멸을 느끼는 그녀들도 있다. 작가 피츠제럴드는 그들의 이야기를 11편의 단편 속에 살아 숨 쉬게 한다. 

11편의 단편 중 특히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젤리빈', 리츠칼튼 호텔만 한 다이아몬드, 메이데이' 이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 벤자민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야만 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70세 노인으로 태어나 점점 젊어지는 벤자민은 사랑하는 여인과 가족, 친구들이 늙어가고 죽어가는 모습을 봐야만 하는 삶을 살아야 했다. 하지만 벤자민은 자신의 삶을 저주로 생각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삶을 즐겼다. 노인의 삶으로 시작해서 갓난아이로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만약 나에게도 거꾸로 가는 삶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보게 한다.  

'젤리빈','메이데이'는 작가 피츠젤러드의 작품 속 남자 주인공들의 공통된 모습을 보여준다. 한없이 초라한 자신에게 환멸을 느끼고 사랑하는 여인 앞에서 떳떳하지 못함을 자책하며 성공하고 싶어 하는 욕망을 지닌 남자의 모습을 각기 다르게 보여주고 있다. 그에 비해 여자주인공들은 현실에 남자들보다 훨씬 뛰어난 적응력을 보여주며 초라하고 비굴하게 몰락한 그들을 외면한다. 아마도 작가 자신의 경험이 들어가 있는 남녀의 모습인 것 같아 그들의 모습에서 작가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리츠칼튼 호텔만 한 다이아몬드'는 한번쯤 상상해볼 수 있는 전설 같은 이야기이다. 엄청난 부를 지닌 재력가가 세상의 이목을 피해 다이아몬드 광산에서 자신들만의 세계를 만들고 살아가며 비밀유지를 위해 초대된 가족의 친구들을 살해하면서까지 유지하고자 하는 이야기이다. 비현실적인 환상특급을 보는 듯 했지만 재미있었다. 

화려하지만 짧았던 재즈의 시대를 살았던, 그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이었던 작가 피츠젤러드의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 같다. 그 시대여서 더 돋보였던 배경과 인물들의 모습은 한 편의 흑백 영화를 보는 아련한 잔상을 남긴다. 작가가 들려주는 특별한 이야기 11편을 만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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