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악마의 공놀이 노래 ㅣ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악마의 공놀이 노래' 는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으로 최근에 '이누가미 일족'을 읽은 후 두 번째 읽게 되는 소설이다. 워낙 추리소설을 좋아하기도 하고 특히 고전 추리소설은 읽는 재미가 솔솔하다. 요즘 현대 추리소설은 극적인 사건과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들로 이루어져 있다면 고전 추리소설은 아기자기한 느낌이 강하다. 사건 자체보다는 인물들 간의 얼키고 설킨 이야기가 주가 되기도 하고 범인을 추적하다보면 범인에 대한 연민 같은 감정도 생기게 된다. 사연이 있고 그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들이 주가 되기 때문에 탐정들도 동네 아저씨 같은 분위기이거나 친근한 할머니와 같은 이미지가 많다. 거의 반세기 추리소설을 읽다보면 촌스러운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인물들 간의 심리적인 면은 현대 추리소설만큼이나 강렬함을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게 된다.
여하튼 추리소설을 좋아하다보니, 어지간하면 중간 정도에는 범인을 짐작하거나 대충 그럴거라고 짐작되는 인물이 있게 된다. 하지만 요코미조 세이시의 '악마의 공놀이 노래'는 거의 반을 다 읽었음에도 도통 범인을 모르겠어서 답답했다. 사건의 중심이 되는 귀수촌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많이 나오고 관계들도 한 남자를 중심으로 복잡해서 얽혀 있어서 통 감을 잡을 수가 없었고 작가가 처음부터 드러내놓고 보여주었던 트릭에 걸리면서 결국 연쇄 살인 사건이 끝나가는 무렵에 알았다. 나만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긴다이치 코스케는 요양 차 다시 오카야마 현을 찾게 되고 마을의 한적한 온천 거북탕에서 이소카와 경부와 재회하고, 23년 전 마을을 떠들썩케 한 사건의 자초지종을 듣게 된다. 이소카와 경부의 마음속에 응어리 져있던 사건과 귀수촌에서 일어나는 연쇄 살인 사건이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된 긴다이치 코스케는 이소카와 경부와 함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작은 마을 귀수촌에서 벌어지는 세 명의 미모의 여성의 살인 사건과 현재의 사건과 과거의 사건이 묘하게 맞물리고 귀수촌에서 전해져 오던 '공놀이 노래'의 음산함과 함께 사건은 파국을 행해 치닫게 된다.
'악마의 공놀이 노래''는 '이누가미 일족'보다 화려함은 덜 하지만 귀수촌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인물들 간의 갈등과 원한이 잘 표현되고 있어 괜찮았던 작품이었다. 23년 동안 '악' 으로 품고 있던 울분을 터뜨리는 범인의 심정을 이해해 볼 수 있다. 사실 원한은 작은 행동에서 시작되어 큰 눈덩어리로 변해버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