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과 모험의 고고학 여행
스티븐 버트먼 지음, 김석희 옮김 / 루비박스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어린시절에는 내가 직접 본 사람들이외의 사람들이 우리와 똑같이 살아왔었다는 것을 믿기가 힘들었었다. 마치 우리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사람들인마냥 생각되었던 것이다. 머나먼 과거에서 오늘까지 우리들의 모습은 여러 문화로 이어져왔고 문명과 유물을 남기게 되었다. 또 언젠가는 2008년 6월에 있었던 모든 것들이 머나먼 과거 속 유적과 유물로 남게 될 것이라 생각하면 기분이 묘해진다.

'낭만과 모험의 고고학 여행'은 천 년에 걸친 과거 속 낭만과 모험이 가득한 여행으로 우리를 이끈다. 고고학적 발견과 학문으로서의 이야기보다는 천 년에 걸친 그 모험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유물과 유적으로 미루어 상상할 수 있는 과거의 시간과 영원의 문 속으로 사라져 버린 그들의 이야기이고 우리들의 이야기를 바람결에 듣는 것처럼 저자는 조용히 이야기한다.

26장에 걸친 낭만적 모험과 탐험,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는 시적으로 때론 구전으로 무수히 전해져오고 반복해서 들었던 옛 이야기를 듣는 듯하다. 선사시대 동굴 벽화에서 사냥을 준비하고 기원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100세기가 지나 발견하고 그 벽화를 살짝 만져보며 느꼈을 떨림을 생각한다. 수메르 유적과 유물에는 현세에서 누렸던 모든 권력과 부를 내세에서도 이어지기를 바라며 왕과 함께 순장되었던 무장 호위병과 연주하는 여인들의 이야기가 영원의 시간 속에서 울린다. 많이 알려진 이집트의 미라와 소년 왕 투탕카멘과 그의 왕비의 짧은 통치와 사랑이야기, 한 때는 번창하고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삶의 현장의 목소리가 가득한 도시들이 어느 순간 사라져버리고 폐허로만 남게 된 유령도시들의 이야기, 한 소년의 끈질긴 발굴과 노력 덕에 발견된 트로이 유적, 초기 기독교인들의 유적과 서구의 영원한 미스터리이자 이상향인 캐멀롯의 아서왕의 이야기, 위대한 신께 바쳐야만 했던 인신공희의 신성한 못, 아스텍 제국의 태양에 묻은 피와 잉카 제국의 희생물로 짧은 생을 살아야했던 냉동 소년, 포카혼타스의 숨결이 느껴지는 제임스타운의 이야기는 새로운 세계를 꿈꾸었을 소녀의 꿈이 시간 속에 떠도는 듯하다.

'낭만과 모험의 고고학 여행'은 익히 알려진 고고학적 발견과 발굴에 얽힌 이야기를 시간과 영원 속에서 영원히 끝나지 않을 노래 멜로디처럼 들려준다. 학문으로서의 고고학 책이 갖는 정확성과 과학적인 이야기보다는 우리처럼 숨 쉬고 웃고, 울었던 생생한 삶을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또 언젠가 그들처럼 바람결에 시간 속으로 사라져 버릴 우리들, 나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걸어왔던 길을 또 다른 사람들이  걸어 갈 그 길에 대해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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