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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
스콧 스미스 지음, 남문희 옮김 / 비채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처음 책을 읽기 시작한지 십분도 안 되어서 책을 도로 덮었었다. 왜냐...너무 재미있을 것 같으니까 한번 숨 좀 쉬어주고 읽어가려고 진짜 천천히 야금야금 읽었다. 멕시코 휴양지에서 세상 부러울 것 없이 나른하고 행복했던 두 쌍의 커플과 독일의 친구, 그리스 친구가 하루아침에 겪어야했던 그 무시무시하고 온몸을 휘감는 공포를 생생하게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나 할까.......
여기 대학을 졸업하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갈 준비가 되어 있는 네 명의 친구들이 있다. 생김새도 닮고 눈빛만으로 생각을 전할정도로 절친한 에이미와 스테이시는 각기 남자 친구 제프, 에릭과 함께 멕시코 휴양지로 대학원생과 직업인이 되기 전 마지막 여행을 멕시코로 떠나왔다. 나른하고 즐거웠던 휴양지에서의 생활이 지루해질 무렵 동생이 남긴 손으로 그린 지도 한 장을 들고 폐허로 떠나겠다는 휴양지에서 만난 독일인 친구 마티아스를 따라 가 모험을 즐겨보겠다는 생각으로 그리스인 친구 파블로와 함께 무작정 떠나게 되면서 알 수 없는 운명의 힘에 의해 이끌리게 된다.
고고학적 발견을 하고 있으리라고 생각했던 정글 속의 일행들은 사라지고 없는 자리에 덩그러니 6명의 대책없는 모험을 꿈꾸었던 자들만 남게 되었다. 정글 근처에 살고 있던 마야 인들의 알 수 없는 말과 손짓에 의아심을 품게 되지만 의사소통은 전혀 안되고 마야 인들이 경악할 만한 금기를 어기게 되고 한 언덕에 갇히게 된다. 초록, 초록, 초록으로 가득한 정글 속 언덕에 남게 된 그들은 아래에서는 마야 인들의 총부리에 정글 속 언덕에서는 알 수 없는 공포에 점차, 점차 짓눌리게 되면서 진정한 공포는 시작된다.
갇힌 공간에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던 남게 된 6명의 친구들은 제프가 자연스레 리더가 되면서 숨겨진 불만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왜 제프가 리더가 되고 말을 들어야만 할까, 모자라는 음식, 물의 분배문제에 있어서 왜 눈치보고 먹어야 할까, 왜 죄책감을 느끼면서 물을 마셔야만 할까에서부터 점차 생존의 문제로 깊어지게 되면서 6명은 갈등하고 되고 미지의 공포대상은 지능적으로 그들을 고립시키고 적대심을 갖게 만든다. 벗어날 수 없는 언덕에서 예정된 수순을 밟아야만 하는 6명의 공포 가득한 이야기가 마지막 장까지 치밀하게 짜여져 있어 책을 덮는 순간, 덮은 후에도 잔상이 오래 남는 멋진 소설이었고 진정한 공포란 이런 거다 하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