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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결혼 시키기
앤 패디먼 지음, 정영목 옮김 / 지호 / 2002년 10월
평점 :
나에게는 잘 고쳐지지않는 책 버릇이 있는 편인데, 책을 구입하면 곧바로 읽는 편은 아니다. 길게는 한 5년 전에 구입한 책도 있고 짧게는 서너달 정도 된 책도 있다. 딱히 그 이유는 없는데, 그냥 나만의 생각으로 좀 유치하지만 다른 책들과 잘 적응하라고 하는 적응기를 준다고 생각한다. 물론 더 솔직히 이야기하면 책을 구입하는 속도를 읽는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점이 제일 큰 이유이기는 하다. 그럼 앤 패디먼의 책 사랑이야기와 읽으면서 공감했었던, 그래서 안심했던 점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서재 결혼시키기'는 한 3년 전에 구입하고는 책장에서 비교적 좋은 자리에 잘 모셔 두었던 책이었다. 친구들의 적극적인 권유와 제목에 서재, 책 이라는 단어만 붙으면 무조건 관심이 가는 책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처럼 관심이 갔기에 아무런 망설임 없이 그녀의 책 읽기와 사랑 법에 대해 알고자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책을 읽고, 관리를 하고 책을 사랑하는 지에 대한 궁금증은 책을 좋아하고 작고 소박한 책장을 몇 개 갖고 있는 분들이라면 다들 공감할 것이다. 앤 패디먼은 이러한 궁금증을 남편 조지와 결혼한 지 5년만에 서재 결혼시키기를 하면서 책에 관련된 서로의 이야기와 친구들의 이야기를 곁들여 들려준다. 같은 책을 갖고 있는 경우 누구의 책을 남길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상의 끝에 한 사람의 책이 남겨지고 포기해야 했던 책에 대한 아쉬움과 각기 다른 책 사랑 법에 대해서도 들려준다. 난 앤 패디먼의 이야기에 따르면 95%는 궁정 식 사랑 법으로 책을 다루고 있고 5%는 육체적 사랑법을 따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궁정 식 사랑 법이란 책을 접지도 않고 외관도 속도 깨끗함을 유지해야 하고 연필, 펜으로 줄을 긋거나 메모를 남기지도 않는 것이다. 이에 반해 육체적 책 사랑법은 책에 줄을 긋거나 자신의 생각을 책에 적고 하는 것은 물론이고 책을 접고 갈라서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을 소유하는 것이다. 사람들마다 책을 대하는 태도도 다르고 취향도 다르기 때문에 무엇이 더 좋은지에 대해서는 말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다만 난 되도록이면 책에 줄을 긋거나 메모를 하지 않는 것을 선호할 뿐이다. 좀 예민하게 굴 때는 책 위에 컵을 놓아두어서 컵 자국이 남는 것도 화가 날 때가 있기는 하다. 그러다보니, 책을 친구한테 빌려주는 일 자체도 꺼려지게 되고 되도록이면 빌려주지도 않고 빌려보는 것도 안하려고 했다. 하지만 친구들 중에는 책을 나만큼이나 좋아하는 분들이 가득하다보니, 가까운 친구 두명 정도하고는 빌려주고 빌려본다. 책 갖고 뭐 그렇게 유별을 부리느냐고 하신다면 할 말은 없지만 그냥 내 책이 다른 집에 가서 홀대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화가 난다. 그럼 내가 책을 궁정 식 책 사랑 법으로만 사랑하느냐 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 아무래도 일로 보게 되는 책은 좀 더 자세히 봐야하고 행간에 숨어 있을지도 모르는 의미를 찾아야 하기에 곧바로 궁정식 책 사랑법을 행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놀랄지도 모르는 행동으로 들어간다. 색연필, 볼펜, 연필로 줄을 치고 생각을 적어두고 책장을 접고 또 접는다. 그래서 다 읽고 나면 책은 그야말로 너덜너덜해진다. 그러니 앤 패디먼이 이야기하고 있는 책 사랑 법을 철저하게 두 부류를 오간다고 할 수 있다.
책을 사랑한다는 것은 사람마다 제각기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고 앤 패디먼처럼 인생의 동반자처럼 함께 성장하고 인생의 의미를 찾아갈 수 도 있고 또 바쁜 직장인들처럼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만을 뽑을 수 있는 책 읽기를 선호할 수도 있다고 본다. 책 취향도 각기 다름을 깨달게 되기까지 꽤 긴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내가 읽고 감동받은 책이 꼭 다른 이에게도 똑같은 감동을 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처음에는 이해하고 싶지 않았고 나랑 같은 감동을 받지 못한 친구들에게 화가 나기도 했었다. 하지만 깨닫기 시작한 것은 그 친구들도 나와 마찬가지였다는 사실이다. 친구들이 권해 준 내 취향이 아닌 책에는 나 역시 재미 없는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책을 관리하는 방법도 책을 읽는 취향도 다 각기 다름을 인정한다면 '서재 결혼시키기'를 읽는 재미는 배가 될 수 있다.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못하는 분들에게는 유별나게 보일 테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소소한 즐거움과 책을 바라보는 여러 다른 시각을 알 수 있을테니 말이다. 더불어 책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난 어떤 식으로 책들을 공동구간에 배치했는지도 알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