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계절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
도나 타트 지음, 이윤기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장르소설을 좋아한다. 사건자체의 무게 보다 심리적으로 주 인물들의 심리 상태를 이끌어 나가는 장르소설은 더 좋아한다. 그러기에 도나 타트의 '비밀의 계절'은 읽으면서 페이지 수가 줄어드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였다. 그래서 조금씩 야금야금 읽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이틀만에 다 읽게 된 수작에 가까운 장르소설이다. 처음부터 2권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까지 긴장감과 그들이 느끼는 두려움, 안도감, 불편한 마음들이 손에 잡힐 듯 느껴진다. 가슴 속에만 묻어두었던 사건을 고백하며 회상하는 리처드의 마음 상태였다가 천재적인 광기에 휩싸인 헨리의 무표정한 얼굴에서 숨겨진 온갖 감정이 느껴지기도 하고 버니의 집요할만큼 끈덕진 조소가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읽는 내내 가슴이 쿵쾅거렸다.

이야기는 리처드 페이펀이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시작한다. 20살, 21살의 그리스어 고전학과 동아리 맴버들이 겪게 된 두 가지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다. 리처드가 캘리포니아 북부의 시골에서 햄든 대학으로 옮겨오게 되고 그리스어 고전학과의 배타적인 수업을 맡고 있는 줄리언 교수와 자신과는 너무나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근접하기 힘든 분위기의 다섯 학생들 헨리, 버니, 프랜시스, 찰스, 커밀러을 만나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들 그룹의 정신적인 지주이자 아버지의 역할을 하는 줄리언 교수와 나머지 다섯 친구들의 리더이자 사건의 중심에서 알게 모르게 아이들을 지배하게 되는 헨리의 존재는 너무나 큰 것이었다. 다른 멤버들에 비해 가볍고 경망스러웠던 그래서 팀 내에서 부담이 되었던 버니는 두 번째 사건의 중심이 되고 그로 인해 다섯 친구들은 삶 자체가 무너져 내리는 고통을 겪게 된다.  헨리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던 다섯 친구들과 두 번의 사건 이후 서로에게 환멸과 자괴감에 빠져 들어가는 과정은 가슴이 아플 정도로 잘 묘사되고 있다.

첫 사건의 모호성에 의해 두 번째 사건이 처음에는 여섯 친구들에게 동조하는 마음을 갖게 만든다. 심하게는 두 번째 사건은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사건이었던 것처럼 주 인물들과 함께 정당성을 부여하게 된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첫 번째 사건은 사건 자체가 한 사람의 입에 의해 사건이 재구성이 되고 있음을 깨닫게 되는 동시에 두 번째 사건에 경악하게 된다.

작가는 전반부와 후반부에 각기 다른 긴장감과 심리적인 압박을 주면서 이야기는 물 흐르듯이 풀어내고 있다. 그래서 더 매력적인 작품이며 끝까지 안도할 수 없었고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게 만드는 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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