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 개정판 잭 매커보이 시리즈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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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미스터리 소설의 가장 기본이 돼야 하는 치밀한 구성력을 지니고 있으며 각각의 인물들이 생생하게 표현되고 있다. 그래서 마이클 코넬리의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 쉽게 멈출 수가 없다. 특히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쉽사리 주인공들을 영웅시하지 않는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간혹 미스터리 소설을 읽다 보면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고 흠집 하나 없는 인품을 지닌 인물들이 나와 사건을 멋지게 해결하는 것을 보면 솔직히 멋지기는 해도 거리감이 생긴다. 과연 저런 인물들이 실생활에서 존재할 수 있을까 싶어서...... 하지만 작가 마이클 코넬리의 소설 속 인물들은 우리와 혹은 나와 결코 다르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조금은 현실에 바탕을 둔 속물(?)근성을 지니고 일에 관하여 얽힌 일이라면 주저하지 않으려고 하고 사명감과 자기만족을 동시에 손에 쥐고 싶어 하는 본성을 지닌 인물들이다. 그래서 그들이 보여주는 행동과 말들은 살짝 속물처럼 보이면서도 속마음은 공감하게 만든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물 흐르듯이 치밀하고 섬세한 대사들로 인해 결코 추해 보이지 않는다.

 

여기 죽음을 항상 곁에 두고 있는 신문사 사회부 소속이자 살인사건 기획기사 전문기자인 잭 매커보이가 있다. 그에게는 경찰인 쌍둥이 형 션이 있다. 그들은 쌍둥이지만 결코 쌍둥이처럼 보이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고 각자 개성에 맞게 외모를 변화시켜 다른 성향을 지닌 두 형제가 되었다. 생활이 다르다 보니, 가끔 만나 맥주를 마시는 정도의 사이로 서서히 변해가고 있던 차에 형의 자살 소식을 접하게 되고 잭은 짐작조차 하지 못했던 형이 맡고 있던 사건과 심리 속으로 빠지게 되고 형의 자살 사건에 커다란 의문을 갖게 된다. 형의 시신에 같이 놓여 있었다던 포의 시구 또한 그를 쉽사리 사건에서 손을 놓지 못하게 하는 요소가 된다. 도대체 의미를 알 수 없는 포의 시구는 잭의 마음을 혼란 속에 빠뜨리게 된다. 또한 '공간을 넘고, 시간을 넘어'의 시구를 유서로 쉽게 받아들이는 형의 경찰 동료들 사이에서 잭은 커다란 의문을 갖게 되고 조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다. 형의 죽음을 기어코 기사로 만들어야만 하냐는 슬픔에 빠진 가족들의 지탄에도 불구하고 경찰관 자살 사건에 관한 기획기사를 준비하고 그 와중에 형과 똑같은 경찰 자살 사건과 유사한 사건들이 더 있음을 발견하게 되고 포의 시구가 어김없이 놓여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잭은 점차 이 사건이 경찰관 연쇄살인 사건임을 알게 되고 FBI 요원들과 함께 전국적인 경찰관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을 잡기 위해 미국 전역을 돌며 '시인'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 연쇄살인범과의 복잡하고 치밀한 길고 긴 심리게임을 하게 된다.
작가 마이클 코넬리의'시인'은 워낙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이기도 해서 재출간되면서 다시 읽었고 정말 오래간만에 읽었는데도 '시인'만이 가지는 고유의 매력은 하나도 변색되지 않았음에 읽는 내내 즐거웠다. 다만 전에 읽었을 때는 소설의 주인공인 <로키 마운틴 뉴스>의 살인사건 전문기자 잭 매커보이의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과 사건을 추적해나가는 추진력에 매료되었다면 이번에는 다소 무뚝뚝하고 자기일에만 집중력을 최대치 발휘하며 맡은 바 임무, 사랑을 해나가는 FBI 프로파일러 레이철 월링에 반했다는 정도의 차이만 있었다. 워낙 소설의 내용은 추리소설의 정석과도 같다. 잔인하고 폭력저인 '미끼 살인'과 숨겨진 '위장 살인'을 교묘하고 치밀하게 교차하면서 진행된다. 처음부터 '범인'을 특정하고 시작하기 때문에 거의 후반부에 가서야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소설 속 주인물들도 이 소설을 읽고 있는 독자도 놀라게 될 것이다. 또한 '시인'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내면 심리와 대사들은 다시 읽어봐도 좋다. 그들이 가지는 고유의 캐릭터들은 상황과 심리상으로 조금씩 변해가는데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심리상태는 손에 잡힐 듯이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어 공감하게 된다. 작가의 깔끔하면서도 이야기의 힘을 잘 살리고 군더더기 없이 이야기를 극적으로 마무리한다는 점에서 소설의 매력은 배가 된다. 만약 마이클 코넬리의 소설을 처음 읽게 된다면, 좋은 미스터리 소설을 읽고 싶다면 이 책  '시인'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왜냐하면 추리소설에서 원하는 모든 것이 세련되게 담겨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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