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커처로 본 여성 풍속사> 얼마나 흥미를 끄는 제목과 주제가 아닌가...
그리하여 덥석 읽기 시작한 책은 나에게 헉헉거림을 주체할 수 없게 만들어 준 책이었다. 분량도 분량이지만 내용의 양도 어마어마함을 자랑한다.내용은 16세기~20세기 초 캐리커처에 포착된 여성들의 삶을 그리고 있으며, 그녀들을 바라보는 남성들의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처음 반 정도 읽기 시작했을때까지 캐리커처 속에 담긴 여성들의 모습을 악의적인 시선으로 남성들이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아 내심 불쾌함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당시의 사회는, 남자들은 '여성'을 그리 생각하고 오랜 세월을 답습하면서 살아왔던 것이다. 여자들이란 무지하고 깊은 생각은 절대로 못하고 질투와 수다만을 즐기며 서로 할퀴는 존재들이라는 것을 말이다. 더구나 여성들의 태어나는 순간부터 최대의 목표는 잘난 '바지(남성)를 차지하기 위한 투쟁'이 시작되어왔음을 알려준다. 많은 캐리커처 속의 여성들은 타고난, 또는 배워서 익힌 교태와 수작으로 이성적인 남성들을 결혼이라는 올가미 속으로 끌어들이거나 유혹에 빠지게 하는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 알고 있다. 그러한 풍조가 하루아침에 생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아담의 갈비뻐에서 여성을 만들었다는 성경말씀에서부터 뿌리깊게 박힌 여성들에 대한 시선이라는 것을 말이다. 여성들은 오랜 세월동안 낮은 경제력과 교육으로 인하여 남성에게 의지하지 않고는 살 수가 없었고, 현대에 들어선 오늘날에도 여전히 여자는 현대판 신데렐라를 꿈꾸며 '바지를 차지하기 위한 투쟁'에 참가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세상이 변하기 시작했고 여성들의 인력이 필요해지자 여성들에게도 교육의 길을 열리게 되었고 세상은 조금씩 넓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여성들과 남성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관점이, 편견이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여전히 사회에서는 남성과 동등한 대접을 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고 그래서 밀려나는 것을 당연시하는 사회와 남성들과 여성들의 근본적인 사고의 문제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파악하고 근본적인 사회경제적 불평등구조에서 나온다고 보고 있다. 그 시스템의 변화가 없이는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라 말하고 있다.
수많은 캐리커처를 통해 유행을 따르는 여성들의 어리석음과 허영을 보여주고 그당시의 사회상을 풍자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16세기부터 건강을 해쳐가면서까지 코르셋을 착용하고 가슴선을 강조한 데콜테를 통해 시대상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을 만큼의 캐리커처의 그림들이 가득하다. 글의 후반부로 들어서면서 든 생각은 오늘날 우리가 인터넷이나 매체를 통해서 미국의 유명한 파티 걸을 파파라치의 카메라의 시선을 통해서 순식간에 전세계에서 그녀의 멍청한 실수담을 알게 되는 것과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16세기~20세기 초의 모든 여성들의 유행 모드를 다 따라가지는 못하였을 것이고 어느 한부분, 어느 계층의 여성들의 모습을 극대화하고 풍자적으로 보여준 것이라면 요즘의 파파라치의 역할과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누가 아는가... 후세에 2007년 여성의 모습을 그 파티 걸의 실수담이 가득한 사진들로 판단하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덥석 읽기 시작하기에는 방대한 분량의 글과 그림들을 이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나에게 좀더 생각할 여지를 준 책이라 할 수있다. 근본적인 사회적인 변화가 없이는 남성들의 권리만을 따라갔던 초기의 여성해방운동의 실패만을 답습하게 될 것이다. 그러지 않기위해서는 경제적인 변화와 함께 사고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그 변화가 쉽게 올 것 같지 않아 답답하지만 언젠가는 말로만이 아닌 진정한 남성, 여성의 동등한 캐리커처가 가득한 책을 만나보고 싶다라는 희망을 갖게 한다. 그날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