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신곡 살인
아르노 들랄랑드 지음, 권수연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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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단테의 신곡살인'은 방대한 분량(570쪽)을 자랑하며 화려하고 암울한 깊고 깊은 베네치아 미로 속으로 독자들을 한없이 끌고 들어간다.

18세기 유럽문화의 절정기를 보여주던 베네치아 공화국은 겉모습은 여전히 화려하고 전성기였지만 실상은 점차적으로 쇠락해가고 부패되어가고 있었다. 그러한 실상을 10세기부터 시작된 베네치아 카니발로 감추어 두고 싶었던 116대 총독 프란체스코 로레단은 비밀조직인 10인 위원회의 최근 보고서를 난감하고 불안한 심정으로 읽게 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이 된다.

카니발준비에 베네치아 온 시민들은 한껏 들떠있고 도시전체가 준비로 들썩이고 있는 상황에서 1756년 베네치아 도시의 한 극장에서 유명 배우 마르첼로 토레토네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는 잔혹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더욱 총독과 10인 위원회대표인 에밀리오 빈디카티의 수심을 깊게 만드는 것은 살인사건이 위대한 시인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9옥의 형벌을 잔혹하게 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총독은 빈디카티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감옥에 갇힌 당대 최고의 스파이이자 바람둥이니 피에트로 비라볼타를 풀어 주며 이 사건을 해결토록 지시한다.

연이어 일어나는 살인사건은 점차 베네치아 공화국 정치권 전체를 뒤흔들게 되고 누가 배신자이고 누가 같은 편인지 믿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면서 공포와 불신은 눈덩이처럼 커져만 가게 된다. 특히 살인사건을 교사하고 있는 자는 악마라고 불리우는 일 디아블로, 루시퍼로 알려지게 되면서 공포는 극에 달하게 된다. 살인은 점차적으로 괴기스런 미학적인 면모를 보이고 베네치아 공화국 전복이라는 위험천만한 일로 커지게 된다.

매력적이고 영리하지만 천민출신이자 사기꾼, 바람둥이로 알려진 스파이 흑란 피에트로는 소설 속에서 귀족들 세상이었던 베네치아 공화국에서 신분상승을 이루고자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거는 남자로 나온다. 그는 물의 도시 베네치아 공화국이 감추고자했던 추악한 비밀과 살인사건을 접하게 되면서 자신이 꿈꾸었던 아름답고 화려한 베네치아의 실제 모습을 알게 되고 자신을 업신여기는 귀족들에게 배신과 환멸을 느끼기도 하게 된다. 그러면서 흩어져있던 퍼즐조각을 맞추듯이 하나에서 전체를 볼 수 있게 되면서 진짜 악마 루시퍼의 존재를 파악하게 된다.

사실 500페이지를 훨씬 넘어서야 혹시 '그'가 루시퍼가 아닐까...의심을 했었다.  그만큼 사건은 완벽한 미로처럼 헤어나오기 힘든 장치들과 함께 작가는 곳곳에 루시퍼의 존재를 퍼즐조각을 흘려놓듯이 독자들을 경악하게 만들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방대한 분량의 역사 미스터리를 읽으면서도 손을 쉽게 놓을 수 없었고 몰입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단지 단테의 신곡을 먼저 읽고 읽었다면 더 실감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나에게는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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