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진. 영혼을 기록하는 여자입니다.
로 시작되는 첫문장부터 독자를 당황스럽게 만든다.
막연히 제목만보고는 연애소설인가했더니만 여주인공의 등장부터가 심상치가 않다.
처음 읽기 시작할 때는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점차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되면서 참 외롭다는 생각을 했다.
이진의 사랑도 이현의 애증도 황량한 들판위에 외롭게 서있는 것 같아 마음이 조금은 불편했던 책이었다.
작가가 후기에 남긴 글처럼 나역시 이진의 편집적인 면과 다른 이에 대한 무심한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고. 이현의 패기와 치기어린 열정적인 사랑의 감정이 애증으로 변해가는 마음을 이해할 수있었다.
때론 그 둘의 마음을 따라가다가 숨이 차기도 했지만...
그럼 그들의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하자.
이진은 영혼을 기록하는 것을 자신의 사명으로 느끼는 살구꽃향기가 배어나는 아름다움을 지닌 젊은 여성이다.
그녀는 영혼을 기록할수만 있는 카우치와 공책, 연필만있다면 주변에 일어나는 모든 힘든 일들을 참아내면서 자라온 여자이기도 하다.
그런 그녀에게 삼년간 부부로 생활하면서 영혼을 기록하는 일에 방해를 하지 않겠다는 남자 이진이 다가온다.
이진은 그녀의 세상사람이 아닌듯한 무심한 그녀의 아름다움에 매혹되어 그녀를 세상으로부터 보호해주고자한다.
결혼승낙을 받으러 찾아간 이현은 당대의 유명한 시인이였던 이진의 아버지 이세 공의 이진에 대한 증오어린 시선과 이현에 대한 냉담함과 한심스럽다는 눈빛에 당황해한다.
그는 말한다.
그녀는 그 누구도 사랑하지 못한다고...
그말을 들은 이현은 이세 공의 이진에 대한 부당한 학대와 모욕이라 생각하며 이진을 더욱 행복하게 해줘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든다.
그당시에는 이현은 정말 몰랐다.
이세 공의 진심어린 충고의 말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진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었던 한 남자가 있다.
아니, 어쩌면 이현은 이진의 마음을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진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안정된 생활과 사람 이현에 대한 마음을 열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는여전히 '소통'의 문제가 가로막고 있었고 이현의 배신적인 행위로 인해 파멸의 길을 가게 되고 충격적인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책 속에서 처음 이진이 자신을 소개하는 부분을 빼고는 줄곧 이현의 시선으로 거의모든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현이 느끼는 이진에 대한 사랑과 증오, 이세 공에 대한 분노와 그만이 자신을 세상에서 이해할 수 있었을 거라는 좌절감이 이현의 시선으로 전개되고 있다.
생혼을 기록하는 여자 이진을 사랑하지만 이해하기 힘들었던 이현의 연애는 이렇게 시작되고 그 기록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이현의 연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