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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프스튜 자살클럽
루이스 페르난두 베리시무 지음, 이은정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브라질 작가인 루이스 페르난두 베리사무의 책을 처음 읽어보는데, 그 묘미가 남다르다.
영미권, 일본 추리형식의 소설에 익숙해있던 나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정말 죽을 만큼 맛있지 않아?" 라고 책 띠지에 적혀있는 글귀만으로도 책 전체를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하루반만에 읽는 동안 정말 죽을 만큼 맛있는 기분을 느껴보고 싶다고 느꼈으니까 말이다.
부유층 자제들로 구성된 열명의 어설픈 미식가들은 21년동안 그럭저럭 한달에 한번씩 맛있는 음식을 돌아가며 준비하여 떠들썩하게 먹고 마시는 모임이었다.
그마저도 모임의 리더이며 정신적인 역할을 했던 라모스가 이년전에 죽자 모임은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었고 멤버들간의 우정에도 금이 가기 시작할 때 소설의 화자인 낙천적이고 제멋대로인 다니엘에게 최고의 요리사 루시디오가 찾아오게 된다.
열명의 멤버들은 루시디오가 선사하는 최고의 만찬의 유혹을 거부할 수 없고 점점 더 식욕의 쾌락으로 빠져들게 된다.
처음 만찬인 뵈프 부르기뇽(쇠고기를 각종야채와 적포도주에 담가 푹 익힌 요리)을 가장 좋아하던 아벨이 나머지 일인분을 더 먹고는 심장마비로 죽게되면서 비프스튜클럽의 이야기는 죽음의 냄새를 풍기기 시작한다.
한명한명 죽음의 맞이하는 멤버들을 보면서도 결코 거부할 수 없는 루시디오의 요리의 매력에 빠져 멤버들 스스로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게 되는 점들이 기가 막히게 자연스럽게 전개된다.
아마도 나역시 클럽의 멤버였다면...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각각의 멤버들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사연들과 고통과 번뇌속에서 살아온 인물들이고 그 상황을 나름 정리해나가고 싶어하는 심정들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한편 죽음의 만찬을 준비하는 냉정하고 점잖은 루시디오의 모습과 이 모든 사건들을 알면서도 방관자 역할을 하면서 진행되는 상황을 지켜보던 사무엘에게서는 진한 애증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에는 본인들의 의지가 아니었지만 후반부로 들어서면서부터는 본인들 스스로 죽음을 준비하고 맞이한다.
시작부터 남달랐던 비프스튜 자살클럽은 결말도 역시 애매모호 진행형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읽고나서도 난 무슨 음식을 가장 좋아하더라...하는 생각을 멈출 수 없게 만든다.
"딱 한사람 먹을 분량인데 누가 더 드시겠습니까?"
를 어찌 거절할 수 있냔 말이다. 더구나 내가 가장 탐식하는 음식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