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 세계명작산책 1 - 사랑의 여러 빛깔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1
이문열 엮음 / 살림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에밀리를 위한 장미'가 떠올랐다. 윌리엄 포크너의 단편소설로서 이문열세계명작 - 사랑의 여러빛깔에 수록된 단편중 하나이다.

에밀리는 몰락한 남부 명문가 그리어슨가의 마지막 후예이다. 이제는 마을 사람들에게 전통으로서 의무감으로서 남아있는 몰락한 집안이다. 그녀가 젊었을때 그녀의 아버지는 여자로서의 삶을 수없이 좌절시키며 그녀를 세상과 단절시켰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세금면제를 받게 된 그녀는 마을을 개발하기 위해 몰려온 건설노동자 감독인 호머 베론을 만나게 된다. 그는 마을 청년들과 잘 어울리고 사교성이 있는 건장한 호남형의 남자였다. 그 둘이 데이트를 시작하자 마을 사람들은 지나친 관심으로 그 둘을 지켜본다. 에밀리는 결혼에 필요한 물건들과 쥐를 잡기 위한 비소를 사간다. 그렇게 둘의 결혼이 입박했다고 마을 사람들 모두가 믿기 시작할 무렵 그는 그녀을 버리고 사라진다.  그 뒤 마을 사람들은 일종의 쾌감어린 어조로 '불쌍한 에밀리'라고 수근대기 시작했다. 그녀는 점점 더 세상과 격리되어 살기 시작했고  그녀의 모습 또한 남자처럼 짧게 잘린 회색빛머리로 외모도 변하기 시작했다. 그 뒤74세의 나이로 병들어 죽게 된다. 그녀의 죽음은 마을 사람들의 또하나의 호기심의 대상이 되어 그 집에 들이닥친다. 폐쇄된 2층에 마련된 죽음의 신혼방을 보게 된다. 퇴색된 장미빛 커튼, 침대, 화장대, 남자의 양복과 금방 벗어놓은 듯한 구두를 보게 된다. 물론 침대와 더 이상 분리가 안 되는 호머 베론의 시체도 해골만 남은 상태로 발견된다. 그 옆 베개에서는 긴 회색빛머리카락이 금방 사용한듯한 베개에서 발견된다.

진심을 다해 사랑했던 남자 호머 베론이 동성연애자였던 것을 알게 된 에밀리는 '사랑'으로 그를 독살시켜 그녀의 신혼방에 그녀와 영원히 살게 한다. 50년의 세월동안 그의 곁에 누워 잠을 자고 그를 사랑한다. 그녀의 사랑은 몰락한 남부명문가의 후예로서의 자존심이었을 것이다. 아니 여자로서의 자존심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녀의 변태적인 욕구로 보기에는 에밀리의 사랑은 집요하고 진실했다. 사랑한 남자를 독살하고 그 남자의 육신이 썩어가는 것을 봐야만 하는 그녀의 심리를 이해해야 한다. 그녀는 또한 그가 사랑했던 남자들의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에밀리는 스스로 사랑을 완성시킨 것이다.

 

 '사랑'의 모습에는 이렇듯 광기가 그림자처럼 내재되어 있다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의 마음과 집착을 어떻게 구별되어지는 것일까?  사랑의 구애자와 스토커를 어떻게 구별되어지는 걸까?

오페라의 유령을 읽고 친구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친구는 주인공의 열정적인 사랑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나는 그 주인공의 사랑으로 위장한 집요한 집착이 싫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내 개인적인 느낌이다. 다시 읽었을때 어떤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지는 아직 모르겠다.

사랑의 힘은 매우 크고 위대하다고들 한다. 그러나 배려하지 않은 사랑은 '광기'만 남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론을 말하자면 난 아직도 '사랑'을 잘 모르겠다. 너무 심오해서 때론 너무 단순해서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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