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안나 가발다 지음, 이세욱 옮김 / 문학세계사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막연히 사랑을 꿈꾸었던 시절에는 어른이 되면 모두가 불같은 사랑을 하고 결혼해서 영원한 사랑을 하는 줄 알았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굳게 믿었던 시기였기도 했고...

그러나 지금은 알게 된 것 같다.

그런 사랑은 아주 드물게 찾아온다는 것을 말이다.

안나 가발다의 '그녀를 사랑했네' 는 남편에게서 버림받은 며느리와 그녀를 위로하고자 자신의 옛사랑이야기를 들려주는 시아버지의 이야기로 이루어져있다.

두사람이 나누는 대화만으로 소설 전체를 섬세하게 이끌어가는 것은 분명 작가의 힘이지 싶다.

사랑에 버림받은 며느리(그녀), 사랑을 찾아 나선 아들, 남편의 부정을 알고 있었지만 가정의 안락함이 주는 편안함을 버리기 싫어 그대로 남은 아내, 생전 처음으로 사랑을 알려주고 사랑에 빠지게 해준 그녀를 결코 따라나서지 못했던 시아버지, 사랑만을 바라고 그의 거짓을 참아내어야만 했던 여자 마틸드의 이야기가 오밀조밀하게 대화 속에 스며있다.

사랑에는 여러종류가 있고 그들의 사랑에는 나름의 명분이 있다고 본다.

사회가 바라는 어느 정도의 '선'을 넘지 말아야 하는 사랑이 존재하고 우리는 그 '선'을 넘기가 쉽지가 않다. 사랑하는 여자를 떠나보내야만 했던 시아버지의 사랑도 여기에 속한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넘지 못하는 '선'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선택을 해야만 한다.

열병처럼 찾아온 사랑을 찾아 아내와 딸들을 버려두고 떠난 아들의 선택에도 그 떠난 남편을 원망하면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며느리도, 사랑하는 남자의 비겁함에 돌아서야만 했던 마틸드도 사랑의 이름으로 선택을 하게 되고 그 사랑에 미련을 갖기도 하고 원망하기도 하면서 시간은 흘러만 간다.

누구의 선택이 옳고 그르다고 할 수 있겠는가.

용감하게 사랑을 선택하지 못해서 비겁자로 남은 시아버지의 인생이나, 새로운 사랑을 찾아 떠난 아들이나, 울 눈물을 다 흘렀다고 태연하게 말하며 떠나는 마틸드를 누가 탓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또한 자식과 남편곁을 떠나지않고 태연한 척 살아가야만 했던 시어머니 쉬잔, 아직은 남편의 부재에 힘들어하며 더이상 사랑을 믿지 못하고 마음의 문을 닫게도 하는 며느리를 말이다.

사랑의 양면성을 보는 것 같아 읽는 동안 가슴도 아리고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해준 책이었다.

사랑은 인생에 있어서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어쩌면 사랑이 찾아왔을 때 결코 그 손을 놓지 않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바로 드는 생각, 이러이러한 상황에 있는 사람이면 안돼, 저러저러한 선을 넘으면 안돼하고 말이다. 결국 나역시 사랑만을 선택하기에는 소심하고 겁이 많은 사람인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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