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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의 낙타와 성자
엘리아스 카네티 지음, 조원규 옮김 / 민음사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아프리카 북서단에 위치한 모로코는 아랍어를 사용하며 인구의 99%는 이슬람교를 믿고 1%는 기독교의 나라이다.
지금으로부터 50여년전 엘리아스 카네티는 모로코에서 영화를 찍는 영국인 친구와 함께 마라케시에 도착하게 된다.
그는 마라케시의 곳곳에 스며있는 모로코인들의 삶의 모습을 이방인의 시각으로 이해하려고 한다.
때로는 그들의 힘든 삶의 모습에 지치기도 하고 진솔한 모습에서 정을 느끼기도 하면서 마라케시에서의 모든 모습을 눈과 귀로 마음으로 간직하고자 한다.
그래서 모로코의 마라케시 광장에서 자신의 비밀스런 얼굴과 마주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여행을 하면서 갖게 되는 들뜬 마음과 우리와는 다른 삶을 살아가는 모습에서 이국적인 정취와 매력을 느끼게 된다. 더구나 빈국을 여행하게 되면 애잔한 마음과 함께 그 삶에 속하지 않음에 안도를 하기도 한다.
일부러 그들의 역사도 언어도 배우지 않고 알려하지 않았던 카네티는 그들 모습 그자체로 이해하고자 했던 모습에서 어떠한 의지마저 느껴졌다.
난 여행가기전에 아둥바둥하면서 그들의 설화와 배경을 알고자 했었는데, 막상 도착해보니, 별 소용이 없었다. 차라리 카네티처럼 그들의 집도 기웃거려보고 광장에서 이야기꾼들의 몸짓과 말을 들어보았으면 더 좋았을것을 했다.
글의 행간과 행간사이에 숨겨진 많은 의미가 있듯이 작은 몸짓에서 소리에서 더 많이 느낄 수 있었을 것을 하고는 '모로코의 낙타와 성자'를 읽는 내내 생각했다.
사실 읽는 동안 마음이 편치많은 부분들이 있었고, 세상 어디에나 힘든 삶이 고스란히 도시, 나라에 스며있는 것 같았다.
50여년전에 쓰여진 여행 에세이지만 지금도 그리 많이 변하지 않았을 것만 같은 모로코를 상상해보면서 왠지 모를 서글픔이 느껴지는 것은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다.
비교적 짧은 분량이지만 카네티의 글과 함께 엮인 사진들의 정서가 맘에 들어 나름 많은 생각을 들게 해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