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탐하다

아내를 탐하다 - 무심한 듯 뭉클하게
김상득 지음, 최수진 그림 / 이미지박스 / 2010년 10월

제목부터가 너무나 도발(?)적이었다.  <아내를 탐하다.>니...... 매일 보는 아내를 그저 무덤덤하게 보고 넘기는 아내를 탐한다는 사실은 내게 무척이나 흥미를 유발하게 하는 제목이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책의 저자는 남편이고 나보다는 우리 신랑이 이책을 읽었음 하는 바램이 있지만, 불행하게도 우리 신랑은 독서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다.  결혼후에도 책을 끼고 사는 나를 부러워만 할뿐 읽을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이런 책을 부부가 같이 읽는다면 참 좋을 텐데 말이다.

소소한 삶속에서 아내를 관찰한 남편의 이야기가 재밌게 담겨있다.  남편은 유머러스하게 쓰고자 한건 아닐지라도 내가 본 관점에서는 무척이나 유머가 넘쳤다.  아내의 흰 백발머리를 좋아하지만, 여지껏 한번도 그 실체를 보지 못했다는 남편, 아내는 배가 아프면서도 배고픈 남편을 걱정하는 아내의 마음 등등 아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이십여년을 같이 산 남편이 새롭게 발견하는 이야기들이 다섯가지 주제로 나누어 담겨 있다.

나는 아내의 입장이다 보니 아내의 마음에 공감하면서 남편은 이럴때 이런생각을 하는구나 하는 느낌으로 책을 읽어나갔다.  특히나 남편에게 청소나 뭔가를 시킬때 수십번을 외쳐야 할때 남편의 습성이 근본적으로 그렇다는 느낌을 받고는 이런 잔소리를 그만둬야하나 하는 생각까지 했다.  무조건적으로 노출이 많은 옷을 입은 여인들에게 눈이 돌아가는 남편의 입장, 그러나 나이든 중년의 아저씨가 젊은 아가씨를 그런 노골적인 시선으로 쳐다본다는 건 아내 입장에선 꼴불견인데 그건 어쩔수 없는 본능이라고 하니, 그 부분에서 훗하고 웃음이 터졌다.  물론 우리 남편은 아직까지 중년에 들지 않아 그런지 몰라도 그렇게 노골적으로 젊은 여인들의 노출을 쳐다보거나 하진 않치만(또 모르지.  나 몰래 눈이 벌써 돌아갔었는지도......) 조금은 남편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는 부분들이 많았다.

남편과 같이 읽었으면, 서로의 다른부분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무척이나 많이 남았다.  남편의 입장에서 쓴 저자의 글로 나는 남편을 조금이나마 이해했는데, 우리 남편은 나에 대한 부분을 이해못해 아직도 눈만 멀뚱멀뚱 거리는 부분이 많으니 말이다.  이 책을 꼭 우리 남편에게 억지로라도 읽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내를 탐하는 수준까진 되지 않더라도 아내를 흘깃거리는 수준은 되어야 하지 않겠나 말이다.
"남편 우리 독서 좀 합시다."

이렇게 쩨쩨한 로맨스

이렇게 쩨쩨한 로맨스
다이도 다마키 지음, 김성기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5월

난 도대체 이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이 왜 <아쿠타가와상>을 받았냐는 거다.  물론 그 상이 주는 의미도 제대로 모르고, 일단 그래도 상을 받았다고 하니, 기대감이 있는건 사실이니 그래도 상을 줬으면 그만한 이유는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더랬다.
그런데, 이건뭐..... 상을 받은 이유를 다 읽고도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으니, 나참.

어쨌거나 이책은 세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책 제목 그대로의 단편과 <M 자형 이마> 그리고..음..<민들레와 별똥> 이던가?  암튼.....
각각의 내용은 정말 쩨쩨한 로맨스라도 담고 있었다면 내가 이렇게 별로라고 하지도 않을텐데, 이책엔 그다지 쩨쩨한 로맨스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늙은 아버지뻘과의 러브스토리..... 아니지, 그건 러브스토리가 아니다.  이용해 먹다 그래도 뭐 이쯤이면 그냥 살아볼까 하는 맘에 동거를 하게되는, 이건 뭔가 싶은 커플.... 그리고, 중학생과 (까아아아악..-_-;; 놀랠노자다.) 스모선수의 말도안되는 원!조!교!제! (댓가성이 없으니 원조교제라고 할순 없는건가?) 마지막은 도대체 누구와의 로맨스를 말하는건지도 감을 잡을 수 없는 동창생과 그녀의 이야기.
아...정말 최악의 시나리오들만 모아놨다.  내가 싫어하는 스토리들만이 가득할 뿐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그게 아무렇치도 않다.  아니, 책속의 그들은 살아 움직이고 생각할수 없으니, 작가라고 해야할까.  작가는 아무렇치도 않게 그들을 그리고 있다.  

내가 뭐 그다지 도덕적 관념에 사로잡힌 사람은 아니지만, 그리고 책속에서도 도덕적이기를 강요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웬지 이들의 이야기는 와 닿치가 않는다.  전혀 로맨스 따위 느껴지지 않을뿐더러, 소재 또한 공감이 전혀 가지 않기에 읽는 내내 고역이었다.
쩨쩨한, 정말 말그대로 쩨쩨하고 유치한 그들의 사랑이야기였다면 나는 오히려 더 박수를 보내고 공감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 자체가 뭘 얘기하고자 하는지 알수가 없다.  게다가 정말 로맨스냐고? 라고 묻고 싶기까지 하다.  도대체, 왜 이책이 상을 받은거지?
무슨 인간 내면을 잘 묘사했다는 거지?  나는 그게 궁금할 뿐이다.

역사를 바꾼 운명적 만남

역사를 바꾼 운명적 만남 : 한국편 - 김유신과 김춘추에서 김대중과 김영삼까지 ㅣ 역사를 바꾼 운명적 만남 시리즈 1
함규진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8월

언젠가 부터 "함규진"님의 팬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그의 신간이 나오면 꼭 챙겨보고자 하는 욕심이 생겼다.  얼마전에는 왕의 투쟁을 그렸고, 그후로는 왕이 되지 못한 세자들을 이야기했었는데, 이번에는 시대를 아우르는 운명적인 만남을 그리고 있었다.
주로 오래된 역사 이야기만을 쓰는줄 알았더니, 최근의 만남도 서술한 부분이 인상적이라면 인상적이랄까.

물과 불의 만남, 불과 얼음의 만남등등으로 나누어서 이야기가 그러져고 있는데, 특이하게도 이번에는 소설형식이다.  마치 그시대 함규진 그가 있었던듯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어쩌면 내가 이책에 그의 다른책에 비해 높은 점수를 주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웬지 함규진 작가는 소설형식보다는 그저 역사적인 사실을 담담하게 알려주는 것이 더 맛깔스럽고, 읽는 이로하여금 더 공감되게 하는 부분이 있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지만 말이다.  다른 분들은 오히려 소설형식이라 더 읽기 편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런 역사적, 운명적 만남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건 "나혜석", 과 "최린"의 만남이다.  불같은 사랑을 했지만, 마지막은 서로에게 상처투성이를 안긴 그들.  불륜이었으나, 웬지 아련함마져 느껴졌을 정돈데 후에 그들의 결말은 언제 서로 사랑했냐 싶게 만드는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연개소문과 김춘추의 만남도 크게는 아쉬움이 많은 만남이었다.  과연 그들이 제대로된 평화를 이끌어냈다면 우리의 역사는 어떻게 이루어졌을까?  아니 어떻게 변화되어 갔으며, 우리의 모습은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상상을 했다.  그만큼 아쉬움이 컸던 만남이었다.

그외에도 김유신과 김춘추의 만남에서 부터 최근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만남까지 두루 다루고 있어서 정말 말 그대로 역사를 바꾼 운명적 만남을 자세히 그려내고 있었다.  하나같이 읽으면서 아쉬운 만남들이 왜 이렇게나 많았는가 하는 부분이었다.  물론, 제대로 된 만남도 소개하고 있지만, 사람이라는게 역시 아쉬웠던 부분을 더 기억하게 되다보니 만약 그들이 제대로 된 만남으로 옳은 판단을 했었더라면 하는 생각들이 더 깊었던 것 같다.

기존 함규진 작가의 책에 비해 기억에 남는 부분도 덜 하고, 조금은 아쉬움감이 드는 책이다. 색다른 시각으로 보는 역사적 만남이긴 했지만, 이번에는 생각보다 와 닿는 부분이 크지 않았다.  내가 문제였던건지 뭔지...... 내용은 좋으나 아무튼 나는 아쉽다.

letter to 김현식

김장훈 - 김현식 20주기 헌정앨범 : Letter to 김현식
김장훈 노래 / Kakao Entertainment / 2010년 11월

오랫만에 씨디를 구입하다..
결혼전까지만해도..나는 책 사는 맛과 음악씨디 수집하는 맛에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애니나 미드 빼고..ㅋㅋㅋ)
암튼, 그랬던 내가 어느순간부터 음악과 멀어지기 시작했고,
씨디사는것도 시들시들...
결혼전후로는 씨디를 산적이 없을 정도다..
그런데.... 그런데...
이번에 김가수가 김현식 추모 앨범을 냈다고 한다..
오호라~
이건 정말 소장가치가 있지 않은가...
자신의 음악적 영감을 준 사람중 인권아즈씨와 더불어 최고로치는 현식아즈씨...
추모제에도 참석하지 않으면서 자신만의 위로방식을 찾던 김가수가 냈다고 하니, 게다가 공연에서 간간이
"내사랑내곁에"를 불러주던 그를 기억하는 나로서는...또한 <한국사람>을 들어오던 나로선 구입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일단 표지를 보니..오호라~ 내가 좋아라하는 파란머리의 그.....
<사계>이후 참 오랫만에 보는 머리색깔이로세..
갠적으로 이 머리 색깔을 좋아라한다.. 잘 어울리는 듯하다.
어찌보면, 보라색 같기도하고...




LETTER TO 라고 하더니, 말 그대로 우표를 부쳤다.
이런 센스쟁이 같으니라고...
음...그런데, 말이쥐... 이 씨디디쟌...어쩐지 눈에 익단 말이야..ㅋㅋ


 


 
한쪽을 펼치니 요런 모양새다..
<편지한장 띄웁니다.  답장으로 그 웃음한번...> 이라는 말이 웬지 짠하다.


 


 
현식아즈씨가 바나나와 소주를 즐기셨다고 씨디표지에 바나나를 떠억~하니 올려놓다니..
그래도 이건 좀 멩미스럽긴하다..ㅡ.ㅡ;;;
차라리 옆에 하모니카 사진을 메인으로 하셨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갠적으로 든다.




음반 수록곡 들은 정말 내가 한번씩은 들어본듯한 현식 아즈씨 노래들..
<내사랑 내곁에>, <추억만들기>, <여름밤의 꿈> 등의 노래들이
애잔한 음색으로, 김장훈 특유의 목소리로 담겨있다.
간혹은 현식아즈씨의 목소리와 비교해 보기도 하고, 김장훈 본인만의 음색을 느껴보기도 하면서
열심히 듣고있다.
 
이 가을과 참 어울리는 음반이 아닌가 싶다.
꼭 뭐 내가 김가수 팬이라서이기 보다도..ㅋㅋㅋㅋㅋ
 
그나저나...눈에 익던 이 디쟌..
역시나 우리의 티모양 작품이시다..
요새는 어찌 지내는지 소식도 서로 전하지 못하고 사는데, 이러구러 알게되는고만...
역시 디쟌이 의미있고, 좋았다는...^^

엄마를부탁해

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신경숙 작가의 책을 읽은게 언제였더라?  그건 분명 <깊은슬픔>이었던듯 한데 너무 오래돼서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그 후로 단편집을 한권 읽긴 했었는데, 원래부터 우리나라 소설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나로서는 그래도 두 작품이나 만난 우리나라 작가이니 생각보다는 꽤 읽었다고 해야하는 건가.  사실 이책이 여기저기에서 회자되고 평도 괜찮고, 베스트셀러에 오를때도 나는 관심이 없었다.  베스트셀러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경향도 있는데다, 우리나라 소설이고, 감동운운 하는거 보니 또 최루성 눈물나는 이야기겠거니 가볍게 생각하고 지나가 버렸다.  하지만, 제목만은 웬지 좀 뭐라고 해야할까 맘을 울린다고 해야할까?  그런 느낌은 있었다.  그래도, 딱히 책을 사서 읽어보자는 생각은 안했다.  그런데, 남들이 다 읽고 이제는 좀 시들해지는 시점에 우연히 이책이 내손에 들어왔다.

이제 막 책을 다 읽었고, 나는 리뷰라는 걸 쓰려고 줄거리를 적으려고 하는데, 막막하다.
아니, 줄거리를 간추리기 조차 힘들다.  단지, 내 이야기였고, 우리엄마의 이야기였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 외엔......

첫시작이 엄마를 잃어버렸다로 시작한다.  엄마를 잃어버렸다니...엄마를...
아버지와 함께 서울에 상경했다 손을 놓치는 바람에 잃어버리게 된 엄마.  그 후로 어디에서고 엄마는 없지만, 엄마를 찾아가는 와중에 우리가 알던, 내가 알던, 그리고 네가 알던 엄마는 없었고, 또다른 한사람만이 나타나고 있었다.

엄마도 한소녀로, 한 아가씨로, 그리고 한남자의 아내로 살아왔음을..... 우리는 알지 못했다.  그런데, 그런데 우습게도 엄마를 잃어버린 순간 우리는 엄마가 한사람의 인격체로 어린시절을 그리워하는 소녀로, 젊은 날의 아련함을 가진 아가씨로 기억하기 시작했다.  그전에는 엄마는 단지 엄마일 뿐인 존재로 인식하고 내가 짜증내도 되는 사람으로, 내가 화를 내도 언제나 다 받아주는 사람으로, 그리고 내가 아프면 젤 걱정해주는 사람정도로만 인식해 왔었는데, 엄마도 아픈 사람일수 있고, 내가 알지 못하는 비밀을 간직할 수 있으며, 엄마의 엄마를 그리워 할 수 있는 사람으로는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다.

나역시 엄마가 몇해전부터 편찮으시기 시작하면서 어느순간 내가 보호자가 되고, 엄마가 아이처럼 되는 묘한 기분을 조금씩 느끼던 때가 있었다.  그때는 뭔가 뒤바뀐 상황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엄마도 어쩌면 나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싶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에게 어리광을 부리듯 나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짜증을 냈었던 거 같다.

이책은 뭐라 딱히 말할수 없는 내 이야기였고, 우리엄마의 이야기 였다.  그 한마디외엔 정말 할 말이 없는 책이다.  감동보다는 뭔가 아련함과 먹먹함이 느껴지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