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은 책에 진저리를 치면서 읽었던 기억이 얼마전 야마다 에이미의 책이었던가?
그래도, 이토록 숨이 막힐정도는 아니었던것 같다.
단지, 기대했던 만큼의 야마다 에이미 글이 아니어서 실망했다는 정도였었다.
요즘 늘 일본소설들의 띠지를 보면 한번씩 "나오키상 수상작가"라는 수식어.
나오키상이 무슨 의미인지, 어떤상인지도 모른체, 굳이 검색해서 알고자 하는 느낌도 없이
그저 상받을 정도는 되는군..하는 식의 약간의 기대감으로 책을 읽기 시작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번도 그 나오키상이니, 아쿠타카와상이니 하는 수식어들이 내가 책을 고르는데
영향을 끼친적은 없다... 그저 띠지에 그렇게 적혀있으면 그런것일뿐이다.
어줍짢은 사랑얘기를 기대하는것도 싫치만, 이토록 사람 숨막히게 하는 책도 맘에 들지 않는다.
페미니즘 추종자라.."이런 여자들이 여자의 적이야" 라고 외치는게 아니라 나는 그저 일반적인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데루를 흠씬 두들겨 패주고 싶은 강한 욕구를 느꼈다.
내친구 였다면 온갖 독설을 넣어서 정신차리라고 야단을 쳤을꺼고, 다시는 안본다는 말을 연발했을것이다.
사랑하면 콩깍지가 씌이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말을 그토록 철저히 지켜내는 데루라는 여인..
한남자를 사랑하면 그를 위해 자신은 안중에도 없다.
철저히 자신을 그 남자에게 귀속시켜 버린다.
남자가 만나기 좋게끔 남자의 회사주위를 어슬렁 거리고 있다가 약속을 정하면 후다닥 뛰어가고,
지나가는 말로 중요한 야구경기 티켓을 구했음 하면 밤새 줄서서 기다려 회사에서 남은티켓이라며
그에게 건넨다.
그리고, 그녀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 오직, 그남자를 위해 움직일 뿐이다.
직장에서 쫓겨나도 그남자가 혹시 자신에게 고지서를 내달라거나, 세탁물을 맡기거나, 심부름을 해달라고 할까봐
새직장 갖기를 두려워한다. 하지만, 그들은 연인사이가 아니었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도 아니었다.
오직 데루 혼자서 그남자에게 헌신하고 남자가 알지 못하는 동안 자신을 희생하며 기다리는 것일 뿐이다.
마지막엔 그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와 편안하게 만나게 할수있게 자신 또한 그 남자의 친구를 애인으로
삼아 끝까지 남자곁에 남으려는 데루의 스토커성에 아주 질려버렸다.
읽으면서 큰소리를 질러볼까? 책을 찢어볼까? --;; 라는 강한 욕구마져 일었다.
글 하나하나가 자꾸만 내 성질을 자극했다.
그 여자의 사랑이 바보같아서, 그 여자의 기다림이 바보같아서, 그렇게라도 보고자 하는 그녀의 맘이
안쓰럽고 짜증나서...
우습고 안타까운건.. 내가 사랑하는 방식도 어쩌면 그다지 그 범위를 벗어나지 않을것이라는 사실에
경악스러웠다는 것이다. 물론 경중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리고 그녀처럼 스토커는 아니겠지만
데루처럼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서 희생을 감수하려는 모습은 남이 아닌 나의 모습이라는데 더 숨이막혔던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시 공감하기엔 쉽지 않으리라..
다시 가쿠타미츠요를 접하기엔 버거울듯한 느낌이다..
조금 시간이 지나 기억이 희미해지면 손을 잡게 될까..
진이 빠진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