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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거나 미치거나 - 권지예 그림소설
권지예 지음 / 시공사 / 2005년 11월
평점 :
품절
"사랑하거나 미치거나" 제목만 접했을땐 무슨 시시한 사랑얘기쯤이려니 했다.
강렬한 표지에서 '음..열정적인 사랑얘기겠군.' 하는게 첫 느낌이었다..
사실 언제나 표지나 제목에 이끌려 내용이 어떤지 생각지도 않고 사는게 나의 책고르는
골치아픈 안목아닌 안목이다.. 도대체 내용을 읽으려고 사는건지 표지나 제목에 혹해서
실패한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었음에도 나의 이런 습관은 잘 고쳐지지 않는다..
어째꺼나 화려한 수식의 띠지가 권지예라는 작가를 포장하고 있었다.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수상... 그만큼 권위있는 작가란 말인가? 우리나라 문학상에
관심이 없어도 너무 없는 나는 반성을 해야하는건지 이런 화려한 수식어에 혹해야 하는건지
감을 잡을수가 없다. 솔직히 말하면 난 수상작들을 좀 싫어하는 경향이 있는데 말이다..--;
읽기전 책을 휘리릭 넘겨보니, 컬러풀한 그림들이 우선 시선을 끈다.
어라? 하는 놀람으로 책을 읽어나가면서, 아하~ 하는 탄성을 지른다.
"사랑하거나, 미치거나" 그건 열정적인 사랑얘길수도 있고, 정말 말 그대로 사랑을 죽도록하거나
아니면, 미쳐버리는 12명의 화가에 대한 일생을 특이한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었다.
반고흐의 일생은 일반적 시선으로, 피카소의 일생은 피카소와 염문을 뿌렸거나, 결혼했었던 여자들의
수다로, 클림트의 일생은 그의 모델의 시선으로, 모딜리아니의 일생은 그의 아내의 자살직전
편지형식등으로 글을 써내려 가고 있었다.
그리고, 화가들이 그린 그림들이 거의 모든 장마다 한장씩 보여지고 있고, 작가의 일생을 연대별로
체계적으로 정리해주고 있었다. 일반적인 설명조의 단조로운 글보다 색다른 형식으로 접근한 그들의
삶에 대한 접근은 그들의 삶이 어떠했는지 더 속속들이 기억속에 남게 만드는 강한 매력을 보여주었다.
새로운 시도라고나 할까..
12명의 화가 전부를 알지는 못하지만, 그들의 색다르면서 정말 미치거나, 사랑하지 않으면 살지 못하는
예술가들의 처절하면서도(?) 아름다운 삶을 가르쳐 주었다.
왜 그들은 그 두가지가 아니면 살지 못했던 것일까? 그림하나에 미치는 그들이었기에 사랑에서 영감을
얻기위해 한여자에 안주하지 못하고 늘 새로운 사랑에 눈을 떠야 했던 것일까? 사랑에서 얻지 못하면
자신의 몸을 던져 미쳐서라도 영감을 얻어야 했던 것일까?
그들의 일생이 아름답기보다 고통이 었을꺼라는 느낌에 아름다운 그림을 보는것이 조금은 고통으로 다가
올듯한 느낌이 든다. 그림 한점을 얻기위해 자신들의 영혼을 바쳐 그려냈다는 생각이 웬지 한폭 그림의
아름다운보다 그들의 고뇌를 내비치는것 같아서 나역시도 같은 고통이 느껴지는 듯 하다.
몰랐었던 작가들의 일생을 보기도 하고, 소설임에도 사실을 바탕으로 한 글이기에 마치 글속의 화자가
내가 되어버리고 믿게 되어버리는 오류를 범하게 될지도 몰라 조심스럽긴 하지만 12명의 새로운 삶을
새로운 방식으로 들여다 본듯 해서 색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