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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겐 남자가 필요해
한경혜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1월
평점 :
작가가 우리나라 대중가요를 많이 작사한 작사가라고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책 속에 보너스로 끼여있는 씨디에는 작가가 만든 노래들이 수두룩하게 들어있었고, 거의 대부분이 내가 알고있는 대중가요였다. 그래서 였을까? 그녀에 대한 이 책에 무척이나 관심이 많이 갔고, 기대감이 컸었다. 짧게 축약된 아름다운 작사를 해 내는 작가라면 웬지 책 속의 내용이 좀더 멋질거 같은 기대감이라고 해야할거 같다. 게다가 "엄마에겐 남자가 필요해"라는 다소 놀라운 제목을 가진터라 더더욱 그랬는지도 모른다. 남편도 제목을 보더니, 웬지 도발적이라고 놀라기까지 했다. 그리고 결국 하는 얘기는 "이런책은 안 좋아. 읽지말어." 라는 다소 우스운 결론을 내리기까지 했다. 제목에서부터 우리의 관심을 끌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책을 읽어가면서 나의 그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고, 몇몇 공감가는 부분이 제법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책장이 잘 넘어가질 않아서 애를 좀 먹었다. 지루한 느낌은 없는듯하면서도 웬지 읽으면 지겹다는 느낌이 조금 드는것이 작가의 글 탓인지, 아니면 내가 너무 과한 기대를 했기때문에 거기서 오는 실망감 때문인지 알수가 없었다. 단지, 읽는내내 얼른 다른 책을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뿐.
만나서 사랑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10살의 의젓한 남자아이로 변해갈 무렵 부부는 이혼을 한다. 본가와 분가해서 편안하게 살자고 하는 아내와 그럴수는 없다고 못박은 남편은 어느순간 대립이 되고 결국은 그렇게 다가갈수 없는 끝까지 다달아 버린것이다. 좀더 우리만의 가족을 꿈꿨던 아내의 욕심이었다고 하기엔 너무 자신들만의 공간이 없었던 탓이 컸다. 이책은 그런 아내와 아들이 둘만의 가족을 이루어 살면서 살아가는 내용들이 담겨있다. 형식은 아들의 일기 한편과 엄마의 일기 한편이 번갈아 가면서 씌여진 일기지만 소설인 내용이다. 영화 시나리오 검토를 하는 직업을 가진 그녀는 이혼에 대한 후회는 없다. 단지, 아이에게 미안할뿐. 그러나 아이도 그들의 작은 공간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진다. 이제 막 풋풋한 첫사랑에 마음아파 하기도 하고, 엄마가 혹여나 아빠처럼 재혼을 할까봐 전전긍긍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엄마에게 남자친구쯤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어른스럽지만 아이다움을 잃지 않는 귀여운 사내아이다. 그리고, 어느순간 정말 엄마에게 남자친구가 생겼을때 바랬던 일이건만 웬지 모를 가슴시림이 느껴진다. 엄마 또한 사랑이라는 감정이 다시 오지 않을것처럼 생각되어지더니, 어느순간 새로운 사랑이 자라고 있었다. 그러나, 그 사랑이 늘 결혼이라는 결론을 이끌어 내는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그녀에게 남자친구는 그저 사랑만 하자고 한다. 이미 실패한 결혼생활을 두번다시 하고 싶지 않다고 하는것이다. 서로 가치간의 차이로 그들의 사랑은 웬지 불안스럽기만 하다. 아이는 아이대로 새엄마와의 사이로 상처를 받고 한달에 한번 가는 아빠집에 가기를 싫어한다. 점점 아빠와 사이가 멀어지는 것이다.
어린 초등학생의 사랑과, 이혼녀의 사랑, 그리고 사랑이 우습게 여겨졌던 엄마친구가 지독히도 목숨을 던질 만큼 깊이 하는 사랑등등 많은 사랑이야기들이 책속에 담겨있다. 그러나, 그 어떤 사랑도 가볍거나 우습지 않다. 아이는 아이대로 깊은 고민과 번뇌를 하고 엄마는 엄마대로 두려움이 커져 어떤 선택도 하지 못하는 사랑을 한다. 어떤 사랑에도 답은 없고 어떻게 사랑하더라도 사랑은 사랑인 이들의 얘기가 일상적인 얘기와 함께 잔잔하게 묻어나는 책이었다. 엄마에겐 남자가 필요하고 그 필요한 사랑으로 인해 행복해지지만 결국 또 다른 선택의 기로와 또다른 아픔이 다가오는 것이 사랑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어쩌랴 우리모두 또다른 사랑을 찾아 나서고, 결국 사랑이 없다면 인간이 존재할 이유조차 없는것을...... 아프지만, 늘 사랑을 하고 살아야하는 것이 우리들의 이야기가 아닌가 싶은 생각을 던져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