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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예전 학교 다닐때 정신적으로 피폐(?) 했던 적이 있었다. 사는게 그냥저냥..... 뭔가 고통이라고 해야할지, 암튼 나름의 고민거리를 꽤 안고 살던 시절이었다. (하긴, 그 시기에 고민거리가 없는 청소년이 과연 몇이나 되겠냐만.) 어쨌거나 나름 심각했었다. 혼자 앓기엔 좀 버겁고 힘든느낌. 아무에게나 도움을 받고 싶었던 시절이었다. 그때 어디였더라? tv같기도 한데 워낙 오래돼서 까먹었네. 암튼 어디에선가 자신의 고민을 편지로 보내면 따듯한 위로의 편지가 온다는 뭐 그런게 있었다. 사서함 주소를 알려주고 해서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구구절절 내 머릿속 이야기를 보내적이 있다. 그리고, 진짜 답장이 왔다.
오~ 완전 신기방기. 답장이 온 것도 기뻤지만 뭔가 해결을 해 줄거라는 기대감에 더 크게 기뻐했던 것 같다. 그치만 역시 그 사람이 뭘 해결해 주겠는가. 결국은 내 문제고 해답도 내가 안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래도 왠지 가려운데를 긁어 주는 시원함 만이라도 있었으면 했는데 답장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여서 지금 생각해도 크게 도움이 된 것 같진 않다. 하긴 답장이 온 자체가 어딘가. 그걸로라도 위로를 삼아야 할듯.
어쨌거나 이번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으면서 그때의 기억이 많이 떠올랐다. 편지를 매개로 하는 것도 그렇고 고민을 해결해주는 것도 그렇고...... 그때 내가 보냈던 편지하고 꽤 비슷한 느낌이 들어서 말이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이름의 기대치에 비해 "개인적으론" 좀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뭔가 진심 게이고 스럽지 않은 느낌? 읽는데도 진짜 게이고가 쓴거야? 라며 몇 번을 의심했다.
물론 히가시노 게이고의 글이 그렇듯 엄청난 가독성이 있다. 꽤 두꺼운데도 불구하고 쉭쉭 책장이 잘도 넘어간다.
게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나름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듯도 하다. 하긴, 요즘 그의 작품이 호불호가 갈리는 경우가 허다하고 어떤건 엄청난 별 다섯 팡팡인데, 어떤건 별 하나, 둘 주는 경우도 있어서 그리 생각하면 그의 이름에 크게 기대치를 가질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처음 만난 그의 작품이 <방황하는 칼날>이고 보면 기대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사회 문제를 깊이있게 파고들어 고민하게 만드는 화두를 던져주기도 하고 이사람이 범인일까? 저 사람이 범인일까를 무수히 고민하게 하는데 이번 책은 힐링이다. 게다가 따듯함까지 묻어있다. 진짜 게이고 맞냐고......

물론 게이고이기에 이런 힐링, 따듯한 이야기속에서도 일반적이지 않은 시간과 인물들이 등장한다. 나미야잡화점의 주인인 할아버지가 그렇고, 범상치 않은 좀도둑 3인이 그렇고, 잡화점에서의 시간이 흐름과, 나미야잡화점과 보육원과의 범상치 않은 관계가 그렇다. 모든 이야기가 후반부쯤에 와서야 '아하~ 그래서?' 라는 깨달음을 준다. 흔히 우리가 읽는 따듯함과 힐링과는 다른 색다른 재미를 준다.
그러니까 그게 게이고의 글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좀 더 관대해 질 수 있는데, 이상하게 게이고의 글이라는 생각이 들면 조금 실망스럽다는 거다. 참 작가의 이름이 뭔지.......
나쁘진 않다. 재밌기도 하고 힐링도 된다. 그런데도 아쉽다. 고민거리를 던지의 그의 글이 아니어서 그런가? 한번도 생각하게 하는 그런 글이 아니어서 그런가? 좀 뭔가 깊이 있는 이야기를 기대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럴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