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화처럼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가네시로가즈키를 만난게 재작년이었던가? 단편소설을 무척이나 싫어하는 나에게 단편의 참맛을 보여주었던 그를 다시 만난다는 설레임은 아무리 책이라 할지라도 기분좋은 떨림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좋아하는 작가라고 자처하면서도 기실 그에 대해서 아는것이라고는 거의 없을 정도다. 단지 그의 책이 재미있고, 그가 쓴 책들이 많이 영화화 되었다는 것뿐이랄까. 그런데, 이번에 이책을 펼치면서 꼼꼼히 그의 이력을 들여다 보았다. 어라? 그런데 그가 재일동포란다. 물론 조총련계쪽 학교를 나온만큼 지금 우리와는 다른 이념의 교육을 받았을거 같다는 선입견이 먼저 들긴하지만 그래도 우리와 한 핏줄을 나눈 사실에 웬지 더 친근함이 든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우리나라 작가지만 모두 좋아하는것이 아니듯, 무조건 가네시로가즈키 이기에 그의 책을 손에 들면 난 딴곳으로 눈을 돌릴틈도 없이 단숨에 읽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리고, 이책 역시도 짧은 시간안에 나를 유혹해버렸고, 책을 덮는 순간 "역시, 역시"를 외치고 있다. 2년반만의 기나긴 기다림속에서 나온 책이라 더 그런것일까?
앞서 읽었었던 "연애소설"처럼 단편을 이루고 있는듯하지만 그 단편적인 이야기들이 모두 하나로 이루어진듯한 느낌. 그래서, 단편이면서 단편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제목에서 말하고 있듯 모든 소제목들이 영화를 주제로 한다. 그리고, 영화와 관련된 얘기들이다. 첫번째 단편 "태양은 가득히"는 마치 가네시로가즈키 자기 자신의 얘기처럼 느껴진다. 말한마디 하지 않던 친구와 제일 깊은 우정을 나누는 친구가 되고, 거의 매일 영화를 보러다니면서 청소년 시기를 보내지만 각자 다른삶을 살아가는 그들속에서 어느순간 틈이 생기게 된다. 자라는 환경이 달라지고 서로 바쁜 일상생활속에서 서로를 잊어가지만 그래도 영화라는 하나로 이어진 그들은 나이가 들어서 몇년만에, 몇십년만에 만나도 늘 영화이야기 하나면 충분한 얘기가 된다. 젊은시절 우정에서 나이들어감에 따라 삶의 모습이 투영되는 둘의 우정을 보면서 뭔지 모를 찡함이 다가온다.
두번째 단편 역시 남편의 자살이라는 아픔속에서 자신만의 틀안에 갇혀버린 그녀에게 한발 다가서는 희망이라는 삶의 빛. 그리고, 그속엔 또 역시 영화가 있었다. 그리고, 사랑도 있었다. 그외 몇몇의 단편역시도 가즈키를 부르짖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그 몇편의 단편들속에서 전부 등장하는게 있었는데 "힐즈"라는 비디오 가게 시시한 불륜영화 한편과 구민회관에서 상영하는 "로마의 휴일"이다. 처음 두어편에서 그 사실을 발견했을때 그냥 우연이라고 넘겨 버리고 말았었는데 어느순간 "아하~"하는 느낌이 있었다. 그 모든 이야기들이 각각을 나타내는 듯 하지만 하나로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로마의 휴일"에 관한 정점은 마지막 단편에서 모두 밝혀진다. 그 마지막 단편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따듯해지고 즐거워 지는 이야기다. 어떻게 이런 영화속 얘기들을 연결하면서 따듯함을 찾아내는 것인지...... 그저 감탄만 할 뿐이다.
사실 아직 "로마의 휴일"을 명성으로만 접했지 한번도 본적이 없다. 그만큼 흑백영화에 대한 매력을 느끼지 못했었고 흘러간 영화에 대해 기대감이 없었다. 요즘의 현란하면서도 눈요깃거리를 제공하는 그래픽 영화에 재미를 들인터라 그 옛날 감성을 자극하는 영화에 관심이 없었다. 물론 이소룡이 나오는 영화들도 요즘의 액션영화에 비하면 별거아니라는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이책을 다 읽은 지금 나는 무척이나 "로마의 휴일"이 보고싶어 졌고, 이소룡이 나와 "아뵤"라고 외치는 소리가 듣고 싶어졌다. 가네시로가즈키 그를 알게되서 무척이나 기쁜순간이고 그의 책을 다시만나 기쁜순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