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조영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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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미국스릴러물에 한때 심취한적이 있었다.  그 재미와 흥미는 나를 빠져들게 하기에 충분했고, 그들의 상상도 못할 반전과 충격은 팬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였던가?  일본소설을 자주 접하게 되면서 미국소설을 한순간 멀리했었다.  두께도 두께려니와 가벼움에 길들여지다 보니 스릴러의 재미를 뒷전으로 미뤄둔 탓이리라.  게다가 조금의 머리도 쓰기 싫어지니 더욱더 멀리했던거 같다.  물론, 일본소설 역시도 무조건 가볍다고 할순없지만 두께에서부터 차이가 나는건 사실이다.  그래서 좀더 금방 읽어낼수 있는 책을 선호했었다고나 할까...

그런데, 얼마전 간만에 미국소설을 읽게되면서 '아, 그랬었지?  이게 미국스릴러의 참맛이었지?'라는 생각을 한 후로 다시금 미국스릴러물을 찾게 됐다.  게다가 법정스릴러.  의학이나 법조계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지만 그래도 웬지 법정스릴러는 읽을 수록 깊이와 매력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부류니 그냥 넘어간다는건 있을 수 없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나저나 "링컨차"가 도대체 어떻길래 무슨의미로 제목을 붙인건지 궁금해서 검색을 해봤더니 뭐 그닥..내 취향은 아닌듯한 차이지만 뭐랄까 나름 부를 상징하는 의미를 부여한건지, 어떤건지...  자동차에 대한 지식이 없으니 제목에서 드는 의아함은 책을 읽고 깨닫기로 했다.

 

변호사를 천직으로 생각하는 할러..  다섯살때 돌아가신 아버지의 변호사 정신을 물려받은건지 어떤건지 법조계에서 대단한 인물로 꼽힌다.  그에게는 죄를 지었던 짓지 않았던 그 문제보다는 피의자가 자신에게 수임료를 지불할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를 먼저 살펴보는 것으로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의 죄를 감형해주고, 심지어는 판결을 뒤집어 끌어내 주기도 하는 어찌보면 돈에 눈이 먼 그런 변호사에 속했다.  이혼한 검사아내와 어린딸, 그리고 자신의 비서이자 두번째 이혼한 부인,자신의 일에 대해선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정보를 빼내는 재주를 지닌 전직형사 라울..그들의 콤비는 그가 링컨차를 세대 소유하게 하는 힘이자 원동력이었다.

그런 그에게 황금어장이랄수 있는 수임료 대박의 사건이 의뢰되어졌다.  몸파는 여성을 상대로 강간을 하고 살인을 저지르려다 미수로 그쳤다는 죄명을 뒤집어쓰고 붙잡힌 루이스.  부동산업계의 거부인 그의 변호는 그에게 일년치 수임료를 한번에 벌어들일수 있는 대박사건이었다.  게다가 모든것이 명백하게 무죄로 보여지는 느낌.. 완전 그저 돈놓고 돈 먹기인 셈이다.  그런데, 그 사건속에 깊고 깊은 함정이 도사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는 아는것일까?

 

어찌보면 할러는 돈만 쫓기위해 살아왔었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리고 탁월한 변호능력을 보면서 정말 비싼 수임료이지만 그만큼의 값어치는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너무 돈에 매달리고 그에 접근하다보니 자신이 놓쳐서는 안되는 부분을 간과해버리고 만것이다.  자신이 다루는 의뢰인들 중 "무죄"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그저 승률로 따지고 들기위해 수임료의 부분을 너무 깊이 계산하기 위해 간과해 버린 사실들.. 법의 진실과 정의...

스릴러물인데다 반전까지 더해져 더 깊은 줄거리를 밝힐수 없지만 이야기는 정말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다.  그리고, 범인을 미리 밝혀버리는 센스라고 해야하나?  그래서 어쩌면 김이 빠질수도 있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다.  김이 빠졌다고 생각한 순간 또다른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작가가 무려 5년여의 조사와 기획을 거쳐 완성했다는 이 소설은 정말 그만큼의 값어치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많은 부분이 세세하게 묘사됐고 작은부분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역시 글을 쓰는 작가들,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그나저나 책을 다 읽고 나니, 결국 "링컨차"는 돈과 무관하지 않음을 알게됐다.  역시 제목이 얼마나 많은 얘기를 함축적으로 담고있는지 알게된 책이기도 하다.  물론, 할러 변호사 무조건 돈을 탐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변론할땐 정말 멋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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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나의 마나님
다비드 아비께르 지음, 김윤진 옮김 / 창비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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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단 표지와 제목에서 오는 유쾌함이 책을 읽기전부터 나를 미소짓게 만들었다.  "오 나의 마나님"이라고 외치며 앞치마를 두른 남자.  내용을 모르더라고 어느정도 짐작을 할수 있게 만드는 표지가 아닌가 생각된다.  남자들이 사랑하는 누군가를 받들때 "오~ 나의 여신님"이라고 외치는 말들을 책속에서 많이 접했던터라 제목에서 오는 느낌 역시 그러긴했지만 웬지 익살스러움이 더 와 닿는듯한 기분이었다.

프랑스 소설은 워낙 글속에 숨겨진 풍자가 많고, 재밌기에 좋아하는편이다.  그래서, 요즘은 일본소설과 함께 프랑스소설도 많이 챙겨보려고 한다.  그러던중 만난 책이라 더 호기심이 발동하고 읽기전부터 미소가 떠올랐는지도 몰랐다.

 

소설이라고 하기보다 작가의 실생활을 그린 수필처럼 느껴지는 이 책은 두 딸을 둔 아빠로서, 자신보다 높은 연봉을 받는 아내를 둔 남편이 일상사를 적은 글이다.  결코 미워할수 없는 익살들이 넘쳐나는 하나하나의 에피소드를 읽을수록 이 남자 불쌍하기보다는 웬지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는 듯한 기분이 드는건 뭘까?  예전 남자들의 권위는 온데간데없고 아내들의 말 한마디에 좌지우지 되어야 한다는 사실에 투덜투덜 거리지만 그건 단지 귀여운 투정일 뿐이다.  이미 스스로의 자리를 인식하고 남편의 자리에서 묵묵히 아니 쩌면 아내와 조금은 자리가 뒤바뀌어 버린 상황에 대한 아쉬움으로 가득하지만 결코 밉지 않은 투정이다.  두 딸 아이를 공원으로 데려가 놀게 해야한다는 내용속에서 그는 여자들의 위대한 관찰력에 경의를 표한다.  일단 공원에 산책나온 다른 부인의 아이들과 친해지게 해놓으면 자신은 책을 읽고 있어도 무방하다는 아주 재밌는 이론을 펼친다.  그 부인의 아이와 놀고 있으면 자신의 딸이 놀다가 다치더라도 자신보다 먼저 대처하는 민첩성을 발휘하며 놀래거나 다쳐서 우는 아이를 달래는 데는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다고 저자는 밝힌다.  그 내용을 읽으면서 오~ 라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같은 여자로서 그런부분에 대해 한번도 제대로 생각해 본적이 없었는데 이 남자, 여자의 위대성을 찾아내고 있었다.  물론, 간혹 자신이 영화 "대부"속의 주인공처럼 남자의 권위를 찾고 힘있는척 아내에게 큰 소리를 쳐보고 싶어하지만, 영화에서처럼 되지 않는게 현실이라는걸 깨닫는 무지 현실적인 남자이기도 하다. 

 

생각하기엔 현대생활에서 나약해져 가는 남자들의 처연한 모습을 그린듯한 책이지만 실제 따지고 들어가다보면 현실에서 남자와 여자가 공존해 가며 세월에 따라 같이 묻혀지고 쌓아가는 사랑의 느낌이 더 강하게 전해져 온다.  물론 지금 남자들, 힘을 잃어가는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여자들의 사회생활의 활발한 진출로 그 입지가 줄어든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남녀대립의 얘기가 아니라 그런 현실속에서 남자로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과 아내의 모습을 위트넘치게 즐기며 사는

재미난 남자가 있을 뿐이다.

읽는 내내 프랑스풍의 풍자에 웃었고, 작가의 익살에 웃으며, 작가의 찰력에 감탄하면서 읽었다.  두 딸아이를 돌보는 시간이 아내보다 많아도, 월급이 아내보다 적어도, 이 남자 결코 불행하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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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처럼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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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네시로가즈키를 만난게 재작년이었던가?  단편소설을 무척이나 싫어하는 나에게 단편의 참맛을 보여주었던 그를 다시 만난다는 설레임은 아무리 책이라 할지라도 기분좋은 떨림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좋아하는 작가라고 자처하면서도 기실 그에 대해서 아는것이라고는 거의 없을 정도다.  단지 그의 책이 재미있고, 그가 쓴 책들이 많이 영화화 되었다는 것뿐이랄까.  그런데, 이번에 이책을 펼치면서 꼼꼼히 그의 이력을 들여다 보았다.  어라?  그런데 그가 재일동포란다.  물론 조총련계쪽 학교를 나온만큼 지금 우리와는 다른 이념의 교육을 받았을거 같다는 선입견이 먼저 들긴하지만 그래도 우리와 한 핏줄을 나눈 사실에 웬지 더 친근함이 든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우리나라 작가지만 모두 좋아하는것이 아니듯, 무조건 가네시로가즈키 이기에 그의 책을 손에 들면 난 딴곳으로 눈을 돌릴틈도 없이 단숨에 읽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리고, 이책 역시도 짧은 시간안에 나를 유혹해버렸고, 책을 덮는 순간 "역시, 역시"를 외치고 있다.  2년반만의 기나긴 기다림속에서 나온 책이라 더 그런것일까? 

 

앞서 읽었었던 "연애소설"처럼 단편을 이루고 있는듯하지만 그 단편적인 이야기들이 모두 하나로 이루어진듯한 느낌.  그래서, 단편이면서 단편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제목에서 말하고 있듯 모든 소제목들이 영화를 주제로 한다.  그리고, 영화와 관련된 얘기들이다.  첫번째 단편 "태양은 가득히"는 마치 가네시로가즈키 자기 자신의 얘기처럼 느껴진다.  말한마디 하지 않던 친구와 제일 깊은 우정을 나누는 친구가 되고, 거의 매일 영화를 보러다니면서 청소년 시기를 보내지만 각자 다른삶을 살아가는 그들속에서 어느순간 틈이 생기게 된다.  자라는 환경이 달라지고 서로 바쁜 일상생활속에서 서로를 잊어가지만 그래도 영화라는 하나로 이어진 그들은 나이가 들어서 몇년만에, 몇십년만에 만나도 늘 영화이야기 하나면 충분한 얘기가 된다.  젊은시절 우정에서 나이들어감에 따라 삶의 모습이 투영되는 둘의 우정을 보면서 뭔지 모를 찡함이 다가온다. 

두번째 단편 역시 남편의 자살이라는 아픔속에서 자신만의 틀안에 갇혀버린 그녀에게 한발 다가서는 희망이라는 삶의 빛.  그리고, 그속엔 또 역시 영화가 있었다.  그리고, 사랑도 있었다.  그외 몇몇의 단편역시도 가즈키를 부르짖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그 몇편의 단편들속에서 전부 등장하는게 있었는데 "힐즈"라는 비디오 가게 시시한 불륜영화 한편과 구민회관에서 상영하는 "로마의 휴일"이다.  처음 두어편에서 그 사실을 발견했을때 그냥 우연이라고 넘겨 버리고 말았었는데 어느순간 "아하~"하는 느낌이 있었다.  그 모든 이야기들이 각각을 나타내는 듯 하지만 하나로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로마의 휴일"에 관한 정점은 마지막 단편에서 모두 밝혀진다.  그 마지막 단편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따듯해지고 즐거워 지는 이야기다.  어떻게 이런 영화속 얘기들을 연결하면서 따듯함을 찾아내는 것인지...... 그저 감탄만 할 뿐이다.

 

사실 아직 "로마의 휴일"을 명성으로만 접했지 한번도 본적이 없다.  그만큼 흑백영화에 대한 매력을 느끼지 못했었고 흘러간 영화에 대해 기대감이 없었다.  요즘의 현란하면서도 눈요깃거리를 제공하는 그래픽 영화에 재미를 들인터라 그 옛날 감성을 자극하는 영화에 관심이 없었다.  물론 이소룡이 나오는 영화들도 요즘의 액션영화에 비하면 별거아니라는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이책을 다 읽은 지금 나는 무척이나 "로마의 휴일"이 보고싶어 졌고, 이소룡이 나와 "아뵤"라고 외치는 소리가 듣고 싶어졌다.  가네시로가즈키 그를 알게되서 무척이나 기쁜순간이고 그의 책을 다시만나 기쁜순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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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신의 어떤 오후
정영문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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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을 읽고 나면 그래도 줄거리라는 걸 생각하게 된다.  스스로 머리속으로 정리를 하지 않아도 저절로 줄거리라는 것이 생겨나게 되는것이다.  분명 우리나라 글자인 한글을 읽고 있기에 내가 모르는 단어들의 나열이 아닌이상 나는 그글을 이해하고 줄거리를 간추리는 정도의 작은일은 할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이번 정영문이라는 작가의 글을 처음 접하고 자는 급좌절을 하고 말았다.  책을 다 읽은 순간부터, 아니 솔직히 첫 단편을 다 읽고 난 순간부터 그 이후에 이어지는 나머지 책들은 도대체 아무것도 기억할수도 없거니와 줄거리 조차 추려내기가 너무 힘들다.  그의 독백하듯이 써내려간 글들을 보면서 내가 내용을 이해하고는 있긴한건지, 이해를 떠나 도대체 글을 읽고 있는것인지 어린아이들이 글자를 배워나가듯 글자 하나하나를 읽어내려가고 있는것인지 감 잡기가 힘들어져 버렸다.  처음 접하는 작가라서 그런것인가고 이해해 보려하지만 모든 책에 대한 그의 독백화한듯한 느낌은 책을 읽어내는 나를 점점 힘들게 만들었다.  이해하고자 하나 그의 머리속을 제대로 이해못한 나는 결국 책을 읽기보다는 글자를 읽어내기로 마음먹을 수 밖에 없었다.

 

책에대해 뭐라고 하기보다 어쩌면 작가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고 책속의 내용을 끄집어 내지 못한 스스로를 탓해야할지도 모른다.  읽기 힘든 책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끝까지 이해도 하지 못한채 책을 읽어낼거라고 고집을 피운건 이해를 하기보다 한권의 책을 읽어냈다는 얼토당토않은 이유를 대고자 함인지도 모른다.

책속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기에 결국 책 내용에 대한 얘기는 제대로 하지 못한채 개인적인 잡담을 쏟아내는것 역시 리뷰라고 평할 수도 없다.

단지, 첫번째 단편 "브라운 부인"이라는 글은 나름 괜찮았기에 그 첫 단편에서의 느낌하나만으로 끝까지 이 책을 읽어내고자 하는 욕심이 있었던듯하다.

무미건조하고 단조로운 남편과의 삶속에서 우연히 총을 들이댄 어린 연인들이 등장한다.  왜 그들이 총을 들고 나타나 부부를 위협아닌 위협을 하며 먹을것을 요구하고 피아노 쳐주기를 요구해 노래를 부르며, 부부와 대화를 하는지 그 이유는 알지 못한채 브라운 부인은 그 연인들에게 웬지 안타까움과 함께 따듯함 역시도 느끼게 된다.  총을 제대로 사용할줄 모르는듯한 그들은 브라운 부부의 위협이 목적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단지 우연히 손에 들게된 총으로 가족적인 뭔가를 찾아 헤맨것인지도 모른다.  그들이 왜 총을 들고 그 부부앞에 나타났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러나 브라운 부인은 그 연인들의 모습속에서 따듯함과 함께 뭔지 모르게 무료했던 자신의 삶속에서 새로움을 발견하게 되는것이다.  그들을 대하는 남편의 모습과 그들과 소통하지 못하는 남편을 보면서 이혼을 결심하게 되는 브라운 부인.  그리고 그녀는 그 연인들에게서 위협아닌 위협에서 풀려나게되자마자 이혼을 하고 자신의 꿈을 찾아 떠난다.

 

첫 단편속에서는 뭐라 꼬집을 수 없는 매력이 있었다.  웬지 정영문이라는 작가에 대한 기대감과 앞으로 팬이 될지도 모를것 같다는 성급함마져 있었다.  그러나, 그 이후 모든 이책의 모든 단편들이 독백에 가깝다.  아무것도 설정되지 않은듯한 글속의 내용.  그리고 그 단어들속에서 독자로서 이해하지 못하는 답답함..

뭐라 말할수 없는 답답함으로 난 이책을 읽어낸듯한 기분이다.  그저 한마디로 정의내릴수 없지만 그래도 굳이 해야한다면....."지.루.하.다." 라는 글을 내 뱉을 수 밖에 없다.  그의 글을 이해못한 독자로서의 아쉬움이 크지만 솔직히 다시 읽어보기엔 겁이 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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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0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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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너무 웃겼다.  게다가 제목이 너무 웃겼다. 표지나 제목에 혹하는 나에겐 딱 적합한 소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물론 내용에 대한 기대감 역시 감출수 없지만 말이다.  어째꺼나 표지에서 오는 강렬함과 제목으로 기대감은 다른 어떤책에 비해 무척 컸던거 같다.  비단잉어를 맨 도도하면서도 웬지모를 귀여움을 표현한 여자, 어쩌면 제목에서 말하는 아가씨의 모습과 그 뒤를 쫓는 어리숙해 보이는 남자.  일단 표지에서 이 여자를 쫓는 남자 이야기일꺼라는 짐작은 되고도 남았다.  그만큼 표지에서부터 책 속의 내용을 잘 표현해 주고 있었으니 출판사의 이름과 책에 대한 기대는 말해 무엇하겠는가.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어? 이건 뭐지?' 라는 우습지도 않은 상황과 내용들이 나를 황당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제서야 이책이 판타지 로맨스라는 사실을 겨우 상기했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황당할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것도 그럴것이 일상적인 생활속에서 자신이 짝사랑하는 클럽 여자후배에게 반해 일면식도 없는 선배 결혼식에 가고, 헌책시장 나들이를 하고,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다는 젊음을 허비하는 대학축제에도 참여하고, 감기로 끙끙 앓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 상황 하나하나들이 웃기고 황당스럽다.  그녀를 짝사랑해 따라 나서며 결코 고백은 하지 못하고 뒷통수만 쳐다보는 남자로서의 나약한 모습에 비해 그녀를 만나기 위해서는 죽음에 이를듯한 매운 음식먹기에도 도전하고, 괴팍왕이라는 엉뚱한 연극을 하기도 하며, 말도 안되는 곳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하늘을 날기도 한다.  물론, 그녀는 그 선배의 이런 행동을 알지 못한다.  단지 눈앞에 자주 스치기에 "오늘도 또 만나네요." 라고 한마디를 건네면 "우연히 가다 만나게 됐어." 라는 말로 얼버무리는 그야말로 어리버리한 짝사랑 남자일 수 밖에 없으니 말이다.  게다가 그녀는 천진난만에 순진무구하기까지해서 주위 모든 것들에 감동하고 모든말들에 귀를 기울인다.  전혀 의심해볼 생각조차 않는다.  그러므로 선배의 말에도 어떤 저의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이건 뭐 답답한 건지 무심한 건지...... 짝사랑 고백 못하는 선배가 답답한건지, 그 정도로 만나고 부딪혔으면 알만도 하련만 그것도 눈치 못채는 그녀가 답답한건지......  책을 읽어갈수록 나도 그 판타지 세계에서 이제는 이상할것도 없다는 듯이 모든 현상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백이라는 할아버지와 술 대작을 버리고 신기한 헌책방의 신이라 차저하는 아이가 나타나도 그러려니 하고 이백 감기라는 귀신이 붙어있다가 떨어져 나갔다고해도 그러려니 한다.  그냥 이 책을 읽다보면 그 판타지 속에 동화되어 버리는 것이다.  현실속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지만 현실속에서도 이렇게 벙어리 냉가슴 앓듯 짝사랑을 앓기만 하고 고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수백, 수천만명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그것에 더 동화되어 버리는 지도 몰랐다.

 

판타지라고 이름붙이기 전에 그저 나약한 한 남자의 짝사랑 로망으로 생각해야 옳을지 모르겠다.  물론 말도 안되는 일들이 일어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고백을 못하고 있는 그를 향해 신이 도와주는 약간의 우스운 사건들일 뿐이다.  현실속의 남자는 너무 용기없고 그녀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까고 반년동안 고백을 못하고 눈앞에 알짱거리며 눈도장 찍기에 급급한 인물인 것이다.

책을 읽어 나갈수록 선배의 마음을 전해받지 못하는 그녀도 답답했지만, 그 사랑에 당당히 나서지 않고 늘 돌아가는 길을 택하게 되는 선배가 더욱더 답답했다.  그리고, 그들과 이어진 사람과 사람 사이들의 관계를 보면서 누구나 우리는 연결돼 있다는 관계도도 생각해 보게 됐다.  그녀와 우연히 이어진 사람들과 또 그 이어진 사람들을 찾아헤매는 또다른 사람.  모든 사람들의 관계란 것이 이어져 있음을 새삼 책으로 느꼈다고 해야할것 같다.

판타지지만 판타지 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짝사랑하는 여자를 찾아 헤매는 남자의 엉뚱한 모험과 현실속에서 더 재미를 만끽하고자 찾아나선 거리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속에서 자신만의 매력을 발산하는 그녀가 웃기다.  비록 그 사실들이 말도 안된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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