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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1 ㅣ 세계문학의 숲 1
알프레트 되블린 지음, 안인희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평점 :
한때는 고전에 빠져서, 고전을 찾아 읽어댄 적이 있었다. 어떤 책은 술술 잘 읽혀서 '아, 역시 고전의 맛은 이런거구나.' 라는 생각을 느끼게 해주었고, 어떤 책은 도대체 무슨 메세지를 나에게 보내고자 하는건가 하는 고민으로 머리를 싸 안아야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언제나 느낀건 고전을 읽고나면 뭔가 말할수 없는 뿌듯함이 가슴속에 솟아오른다는 사실이다. 그게 책 한권을 다 읽어냈다는 가벼운 느낌일 수도 있고 엄청난 감동을 주는 소름돋음 일수도 있지만, 어쨌든 고전은 늘 나에게 읽고나면 힘들어도 행복한 느낌을 주는 책들이었다. 요즘은 가벼운 연애소설들이나, 일본소설들 읽기에 급급하느라, 제대로 된 고전을 손에 들지 못하는터에 시공사에서 야심차게 그간 알지 못했던 고전이 나온다고 하니, 기대감으로 집어들었다.
그동안의 고전들은 어디선가 작가 이름을 한번은 들어봄직함, 그도 아니면 제목 한번은 들어봄직한 책들을 주로 읽었었는데, 이번 책은 작가도, 제목도 전혀 알지 못하는 백지상태로 집어들어 오히려 흥미가 더 동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난관이다. "언어의 정신이 이런 식으로 독자를 뼛속까지 흠뻑 적신 적은 없었다." 라고 극찬한 <발터 벤야민>에 비해, 나는 이책을 읽으면서 예전 <샤르트르>의 "구토"를 읽었을때의 느낌을 가져야했다. 아니, 그보다 더하다고 해야할까?
도대체, 읽은 순간순간 무슨 의미인지 간파하지 못해, 책 읽기가 어리둥절 해지는데다가 누가 누굴 지칭하는지, 오죽하면 주인공이 누구인지조차도 한참후에나 알 수 있었으니, 이거 참, 이해력 부족의 나를 탓해야 하지만, 아무튼 머리아픈것만은 사실이다.
분명 주인공이 프란츠 비버코프가 맞고, 그가 우발적(?)으로 자신의 여자친구를 때려 숨지게 한 죄로 4년동안 감옥살이를 하고 베를린 광장으로 오는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건 어느정도 이해가 가서, 대충의 줄거리를 잡고, 감은 잡았지만, 그 속에 든 문장들이 나를 무척이나 괴롭혔다. 전혀 이어지지 않는 문장 대 문장이 많았고, 도대체 누굴 지칭하는지도 모르는 글들이 난무했다. 현재 우리 인간사의 심리 상태를 표현하는 것인지, 아니면 주인공의 감정을 표현하는것인지도 모를 글들이 어지러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가볍게 줄거리를 이해하고 읽는 내 스타일에서는 뭐가 뭔지도 모르는 어려움들이 산재한 글 읽기가 되어버린 것이다.
처음, 몇페이지 읽고 완전 방치 수준이 되어버렸을 정도로, 아니 책읽기 슬럼프를 가져올 정도로 어려워서 1권 하나를 들고 엄청나게 낑낑댔다. 그러다 후반부에서는 비버코프의 삶이 어느정도 와닿고 그의 고뇌와 그가 갑작스레 범죄에 얽히게 되면서 팔을 하나 잃는 사고를 당하는 부분을 읽으면서는 가독성이 붙어서 빠른시간에 읽었던거 같다. 물론, 제대로 이해 못하는 글들은 역시나 난무했지만 말이다. 초반 마음 같아선 별 둘도 제대로 주지 못할 글 읽기 였으나, 후반부에 조금 글의 문맥이 보인달까, 이해력이 조금은 나아진달까. 1권은 일단 비버코프의 사고와 재활하는 중에서 끝난다. 2권에서 비버코프의 삶이 어떻게 달라질지 흥미진진하게 기대해 봄직하지만, 독일의 시대적 상황도 제대로 모르는데다 글의 난해성으로 살짜기 겁이 나긴한다. 아, 역시나 고전은 만만찮게 도전할 게 못된다는걸 새삼 실감하게 만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