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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 세계를 바꾼 과일의 운명
댄 쾨펠 지음, 김세진 옮김 / 이마고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아.. 나는 지금 머리가 심하게 아프다. 단지 "바나나" 이 책 때문에......
그래, 시작은 그랬다. 뭔가 한가지에 대한 전문지식 갖기를 좋아하는 탓에, (뭐, 그렇다고 머릿속에 제대로 기억을 저장해 두지 못하는 내 뇌 용량의 한계는 있지만......) 그동안 우리가 알지 못했던 바나나에 대한 진실을 보여준다고 해서, '옳타쿠나.' 하며 잘 익은 바나나를 연상하는 표지의 책을 집어 들었던것 같다. 우리가 흔히 보는 바나나에 대해서 얼마나 내가 무지하며 살고 있나? 하는 제 살 깎아먹기를 자학(?)적으로 하며 뭔가 바나나에 대한 대단한 지식을 갖고 싶었던 허세가 있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그런데..... 그런데, 지금 이책을 다 읽은 나는 그다지 바나나에 대한 역사적 사실이랄지, 내가 몰랐던 사실에 대해 그다지 많이 안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 책이 너무너무 지루한데다 재미마져 없어서 보통은 늦어도 일주일이면 다 읽어 버렸을 책을 이주일이나 절절거리며 잡고 있었기 때문이며, 너무도 방대한 바나나의 역사적 사실에 질려버렸기 때문이며, 반복적인 바나나의 역사가 나를 아주 죽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그저 맛난 바나나 하나로 끝나면 될 것을 무에그리 말이 많은가. 라고 버럭~할뻔 했었다. 그럼에도 사실 읽고나 보니, 뭔가 바나나에 이녀석 그렇게 쉽게 세상에 태어난 것만은 아니란 생각을 알게 된걸 보니 그래도 헛것을 쫓지는 않은거 같아, 아니 얄팍한 지식은 얻은거 같아 웃고는 싶지만 이책을 다시 쳐다보며 웃고 싶지는 않다.
바나나가 어떻게 해서 생겨났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앞부분은 거의 기억이 안 나므로...단지, 아담과 이브의 선악과가 바나나 일수도 있다는 새로운 가설(?)은 꽤 흥미롭긴 했다. 그렇다고 정말 역사적 근거가 정확한지 난 알 수 없지만, 새로움을 발견한다는 건 꽤 신선하긴 하다. 그리고, 바나나 그 값싸고 맛난 과일을 먹는 우리의 행복에 비해서 정작 바나나를 재배하는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수많은 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과, 바나나로 흥해서 바나나로 망해가는 악독대기업들의 횡포, 그로인해 정부간의 압박적인 외교등등으로 비화되는 내용은 바나나가 우리에게 주는 가벼운 먹을거리에 대한 행복에 비해 무척이나 무겁고 오싹한 현실이었다. 게다가 원인분석부터 제대로 밝혀지지 않는 싱카토카병이나, 파나마병, 바나나의 새로운 품종의 개발에 대한 어려움등은 지금 슈퍼에게 값싸게 올라와 있어 무심코 지나쳐버리는 우리에 대해 뭔가 경종을 울려주고 있긴 하다.
그래도 말이지. 일단은 조금만 덜 지루했으면 이넘의 바나나~! 라며 책을 향해 울분을 토하진 않았을텐데 말이다. 그냥 좀 지루하다. 뭔가 하나를 습득하고자 함에 대한 행복은 있을지언정 책 읽는 기쁨은 얻을 수 없는 책읽기 였다. 이주간이 이책 하나 때문에 너무 지루해져 버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