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실이 고블린의 모험 2
젤카 고디 슈미트 지음, 김연수 옮김 / 토마토하우스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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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도 재미있는 <분실이 고블린의 모험>은 말 그대로 고블린이 잃어버린 즉, 분실한 물건을 찾는 이야기다. 처음에 언뜻 이 제목을 보았을 때는 주인공 이름이 분실이 인줄 알았다나..암튼 이 재미난 책을 펼치는 순간 정신없이 빠져 들게 된다. 어른인 나는 물론이요,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고블린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의 별명은 알다시피 분실이다. 얼마나 많은 물건들을 잃어버렸으면 분실이란 별명이 붙었을까? 그리고 그의 여행에는 카멜레온이 꼭 같이 떠난다. 카멜레온도 분실이 고블린처럼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냐고? 그건 아니다. 하지만 카멜레온은 장난꾸러기다. 변신을 잘하는 자신의 재능을 이용하여 가는 곳마다 색깔을 바꾸어 숨어 버린다. 우리의 할 일은 고블린과 카멜레온을 따라다니며 분실이 고블린의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주고 변신해서 숨어버린 카멜레온을 찾는 것이다. 재미있을까? 당연하다!!

1권엔 고블린이 잘 다니는 장소가 나온다. 바다, 빽빽이 성, 목수들의 숲, 모자 궁전, 꾸미기 나라...가는 곳마다 고블린은 물건을 잃어버리고 카멜레온은 숨어버린다. 더구나 한 장소에 도착하면서 꼭 풀어야 할 게임들도 있다. 숨은 그림도 찾아줘야 하고, 미로도 헤매야 하며, 눈사람도 만들고, 그림 맞추기도 해야 한다. 그러니 이 책을 들면 정신없이 빠져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2권에선 과학자들이 만들어준 타임머신을 타고 떠나는 본격적인 여행이다. 이 여행에선 한 마리의 동물이 같이 동행한다. 이름하여 러미지 암탉. 이젠 암탉마저 숨는 것에 재미을 붙였다. 그나저나 타임머신은 너무 재밌다. 선사시대로 가고, 르네상스 시대의 마을로도 가고, 크레타 섬, 바이킹의 해변까지...안 가는 곳이 없다. 특히 책에 집중을 잘 못하는 아이들도 이 책만 들면 고블린의 물건을 찾느라, 숨어버린 카멜레온을 찾느라 정신이 없다. 그러니 나로서는 끝없이 놀아달라고 투정하는 조카들과  놀아주다 지칠때면 한마디 하면 된다.."고블린 찾으러 가자! " 

흥미와 재미, 그리고 집중력까지 길러 주는 고블린의 모험..
방학이 끝나기 전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심이 어떠할지...분명 신나는 여행임을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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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명한 이치
코니 팔멘 지음, 이계숙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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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주는 게 아니라 빼앗는 것이었습니다.
부러지는 것,이제까지의 습관을 버리는 것,
파괴하는 것, 잃어버리는 것,
특히 많은 것을 잃어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설명하거나 증명하지 아니하여도 저절로 알 만큼 명백하다. 즉 '뻔하다' 이 책 <자명한 이치>는 그런 '뻔한' 이야기를 하는 거다. 젊고 열정적인 주인공 마리, 그녀가 세상의 법칙을 통제하고 있다는 남자들과의 사랑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철학적인 연애소설이다. 그녀의 거듭되는 남성 편력은 남자들과의 만남 속에서 지적이고 철학적으로 삶의 의미를 찾는 주인공 마리의 열정이 들어 있다.

 <자명한 이치>는 모두 일곱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마리는 각 장에서 각각의 남자를 만난다. 그녀의 미래에 의미심장한 예언을 해주는 점성술사를 필두로 간질병 환자, 물리학자, 신부, 철학자를 만나지만 삶의 법칙을 깨닫지는 못한다. 그러다 첫눈에 반하게 되는 한때는 유명했으나 잊혀진 예술가 루카스와의 만남을 통해 마리는 사랑의 구원을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루카스와의 관계 역시 실망으로 이어지고 그 실망을 안고 그녀가 마지막으로 찾아 간 사람은 간질병 환자의 아버지인 정신과 의사이다. 그 의사에게 토해 놓는 마리의 과거는 그동안 그녀가 왜 남자들을 통해 삶의 법칙을 이해하려 했는 지를 알게 된다.

코니 팔멘은 철학과 문학을 전공한 사람답게 책 전반에 걸쳐 철학적인 요소가 등장한다. 그렇다고 겁낼 필요는 없다. 이 책은 철학서가 아니고 문학서이기 때문이다. 코니 팔멘은 마리를 통해 <글쓰기에 대한 철학적 사유, 글쓰기와 소통의 문제, 문학과 철학의 차이, 남자와 여자, 타인과의 관계를 통한 세상의 이치를 탐구>하려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로서는 이 독특한 연애소설이 보여 주는 철학적인 문체 속에서 살짝 살짝 엿보이는 코니 팔멘의 유쾌한 상상력과 유머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또 마리가 사랑에 빠지고 다가오는 사랑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아주 흥미로워서 책을 읽는 내내 마리가 과연 자아발견을 할 것인가? 하고 궁금증을 느끼게 한다.

 코니 팔멘의 책은 처음이었고 알랭 드 보통의 철학적인 연애사를 읽고 받은 감동이 그녀에게도 느껴졌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철학과 사랑이 어찌보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이렇듯 명쾌하고 매력적으로 써 내려가는 이야기에 '혹'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코니팔멘은 이 책에서 남녀의 사랑을 전제로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려 하지만 남녀의 사랑 이전에 인간관계에 대한 통찰력과 갈등을 잘 설명해주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독특하고 철학적인 코니 팔멘의 책을 펼치면서 최초로 느낀 점은 다시 읽어야겠다 라는 것이었지만 책을 덮은 후에 이 책은 '다시'가 아니라 두고두고 생각날 때마다 읽어줘야겠다 라는 것으로 마음이 바꼈다. 그리고 내맘에 드는 작가를 만났을때 항상 그렇듯..그녀의 책이 한 권 더 내 곁에 있음을 얼마나 다행으로 여기는지...

 '뻔한' 이치를 깨닫게 하는 '뻔한' 러브 스토리가 '뻔하지 않게' 보이는 것은 역시 작가의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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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한 마음
함민복 지음 / 풀그림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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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시를 잘 모르고 더구나 시인들도 잘 모르지만 시인이란 참 느긋한 존재들이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시인들의 글은 대부분 아름답다. 읽다보면 그 글에 폭 빠져 책 속으로 들어갈 지경이다. 방송인 이금희는 함민복의 글을 일컬어 밥 끓는 냄새 같이 평온하다 하고 박민규는 지구를 돌고 돌아와 할 수 있는 가장 행복한 일은 '함민복을 읽는 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어젯밤에 난 비록 지구를 돌지는 않았지만 그 구수한 밥 끓는 냄새가 나는 '함민복 읽는' 행복한 일을 맛보았다. 맛있었냐구?

 충청도 저어기 두메산골(어감이 꽤 옛날이야기 같지만) 실외 안테나가 텔레비젼인줄 알며 살던 그곳에서 태어난 그는 초등학교 시절 '가정 형편 조사'에서 손 한번 들어보지 못해 억울해 하는 아이였다. 또 다 커서는 절밥을 먹겠다고 큰소리 치고 나가서는 쫄쫄 굶다가 결국은 엄마의 품으로 돌아오고만 철부지 어른이였다. 귀가 잘 안 들리는 어머니와 동문서답 전화하면서 시를 쓰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이제는 강화도 저어기 갯벌 근처에서 여든 넘은 어머니에게 참한 며느리 한 명 데려오지 못해 고향에도 못 내려가는 불효자 신세가 되었다. 그래도 그는 즐겁다. 시를 쓰고, 석양주를 마시고, 고욤나무 아래에서 계절을 다 볼 수 있으니 뭐가 부러우랴

 이 산문집은 그 모든 것들의 이야기다. 어머니에게 불효하는 자식의 마음이 들어 있고, 네 평 정도되는 수첩만한 텃밭을 가꾸면서 어머니의 사랑도 깨닫고, 제 2의 고향이 된 강화도 외진 마을에서 만나는 동네 사람들의 인정도 들어 있다. 뱀이 무서워 보자마자 얼떨결에 뱀꼬리 잘라 놓고 걱정이 늘어진 겁쟁이지만 그 뱀을 보며 시를 짓는 천생 시인의 삶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어느 인터뷰에서 함민복하면 가난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녀 인터뷰도 싫었는데 이젠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 한다. <가난하다는 생각은 스스로 만족하지 않을 때 생기는 것>이라고 웃으며 이야기할 만큼 느긋해졌다. 그래서인지 그는 강화도의 생활이 편안해서 시가 잘 안 쓰여진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시인이다. 말 한마디 글 한 줄이 시가 될 수 있는 시인...가난은 꼬리표에서 달아났어도 시인이라는 꼬리표는 평생 그의 곁에 머물 것이므로 이제는 배불러 '긍정적인 밥'을 먹는 그를 기다리련다.

 그의 구수한 밥은 역시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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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따러 가자 - 윤석중 동시집
윤석중 지음, 민정영 그림 / 비룡소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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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따러 가자>를 펼쳤더니 어린시절이 생각났다. 누구의 시인지도 모르면서 부르던 많은 노래들이 알고보니 모두 윤석중님의 동시였던 거다. '기찻길 옆' '퐁당퐁당' '나란히 나란히' '맴맴' 까지 지금도 입에서 저절로 나오는 추억의 노래들. 그 예쁜 노래들이 내가 좋아하는 수채화의 귀여운 그림들과 같이 동시를 더욱 더 돋보이게 한다.

 윤석중님의 동시에는 계절이 다 보인다. 봄에 어울리는 ''의 시에는 버들피리의 니나니 나니나 소리에 맞춰 시내의 얼음이 풀리고, 잔디가 파랗게 돋아나며, 제비는 물 차고 날아든다. '나무를 심자'를 읊으면 들하고 바다하고 누가누가 더 푸른지 내기를 하는 것 같다. 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산바람 강바람'을 노래하면 더운 여름에 사공의 땀을 씻어주는 고마운 바람의 마음을 알게 된다. 과꽃에 앉았다가 백일홍에 앉았다가 오락가락하는 '호랑나비'의 자태도 아름답고, 시원한 '원두막'에 누워 은하 물에 뛰어들어 물장난하다 떨어지는 아기 별을 찾으러 가는 '별똥'을 노래하는 시는 너무나 아름답다.

 가을은 어떤가? 밤 한 톨이 낮잠 주무시는 할아버지 주머니 속에서 떽떼굴 굴러 나오면 어디 다 굴까? 누구랑 먹을까? 궁리가 많다. 그 재미난 일을 시로 표현한 '밤 한 톨 떽떼굴' 또 황소뿔에 앉은 하얀 나비, 돛대 끝에 올라앉은 잠자리를 노래한 '나비와 잠자리'는 둘이 같이 살짝 잠든 소녀 머리에 앉아 있는 그림이 너무나 귀엽다. 눈이 내려 '하얀 밤' 겨울 밤에 내리는 눈은 장독 키를 자라게 하고 할아버지 수염을 닮은 허연 고드름을 만들기도 한다. '살아 있는 눈사람'은 눈이 와서 즐거운 아이들의 모습을 너무도 예쁘게 노래한다.

 <달따러 가자>에는 이렇듯 윤석중님이 우리글과 우리말이 얼마나 예쁘고 멋스러운지 보여준다. 짧고 쉬운 시를 사용하여 아이들에게 용기와 상상력을 심어주기도 하며 오래전 우리의 부모들이 어렸을 때의 모습과 생활 습관을 상상하게 만들어 준다. 시대가 흘러 이젠 이런 쉬운 동시가 우리 아이들에겐 시시해졌을 수도 있지만 아이들의 마음이란 시대가 변한다 해도 늘 똑같으리라 믿는다. 재미있는 말과 그에 맞게 귀엽고 예쁘게 그린 그림은 누구나 좋아할 것 같다. 더구나 우리가 불렀던 그 노래들을 불러준다면 우리 아이들도 이 예쁜 동시에 폭 빠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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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와 비밀의 부채 2
리사 시 지음, 양선아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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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와 비밀의 부채>에는 두 여자의 삶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가련하고 비참한 인생, 여자라는 이유로 받아야 했던 많은 고통들.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읽는 내내 속상하고 화가 났지만 너무도 당연하게 그 고통을 받아 들이고 또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그 삶을 사는 그들을 보며 내가 그 고통스런 삶을 살지 않은 것에 감사하고 또 지금의 나는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인가? 모든 것에 고마워하며 살자. 뭐 그런 생각하게 되었다.  

여기 아직 '죽지 않은 사람' 이라고 불리는 여든 살의 할머니 '나리'가 추억하는 삶은 순종적인 소녀로서의 삶에서 시작하여 순종적인 며느리, 아내 그리고 이젠 아들에게 의지하며 살지만 그의 어머니와 똑같은 모성애를 가진 <탱아이> 즉, '고통스런 사랑' 을 주는 규범과 관습을 중요시하는 지체 높은 어른으로의 삶이었다.

특별한 발을 가진 아이로서 다른 형제에 비해 특별한 삶을 살아왔지만 늘 마음 한 곳에 차지하고 있는 나리의 <라오통> '설화'에 대한 부족한 사랑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 나리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사람이었으며 서로의 비밀을 나눈 유일한 친구, 설화. 너무나 이기적인 자신의 사랑으로 인해 나리의 반쪽과도 같았던 설화에게 준 상처는 그들이 비밀의 문자 '누슈'로 나눈 수많은 이야기가 적혀있는 <비밀의 부채>를 펼쳐볼 때마다 나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지체 높은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아편에 빠진 아버지로 인해  '설화' 의 인생은 특별한 발을 가져 위로만 올라가는 나리의 운명에 기대어 밑으로 내려가는 설화의 운명을 끌어올리기 위해 이모인 왕부인의 노력으로 맺어진 라오통이었다. 그러나 운명을 바꿀 수는 없었다. 비록 나리가 존재하여 설화에게 많은 힘이 되기는 했지만 설화의 고통스러운  삶에서 나리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더구나 오해라니...그럼에도 설화의 마음속엔 오로지 단 한 사람, 나리만이 인생의 전부였다. 그들은 그렇게 사랑하였다.

얼굴보다 중요한 금련金蓮을 만들기 위한 전족. 전족에 대해선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그런 어마어마한 고통 속에 탄생한다는 것은 이제야 알게 되었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그 미신적인 행동이 왜 어쩌다가 생겨나서 여자들이 그런 고통을 당해야 했는지 궁금해진다. 그러고보니 어릴 때 옆집에 살던 화교할머니의 모습이 떠오른다. 항상 중국옷을 입고 창 밖을 내다보던 그리고 뒤뚱거리며 걷던 모습. 그 할머니도 전족을 했던 것일까? 여자의 인생을 발의 생김새를 보며 운명을 정하는 그들, 딸로 태어난 것은 쓸모없는 일이라 생각한 그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딸이었을 때는 아버지에게, 부인이었을 때는 남편에게, 과부가 되어서는 아들에게' 복종하고 복종하고 복종하라는 말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내뱉는 그들. 너무나 무섭다.

하지만 그들이 그 모든 고통을 견디며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의자매' 와 '라오통'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사랑보다 진하고 우정보다 더 질긴 여자들의 운명. 그들의 삶은 비참하고 가련하지만 그들의 우정과 사랑은 부럽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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