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따러 가자 - 윤석중 동시집
윤석중 지음, 민정영 그림 / 비룡소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달따러 가자>를 펼쳤더니 어린시절이 생각났다. 누구의 시인지도 모르면서 부르던 많은 노래들이 알고보니 모두 윤석중님의 동시였던 거다. '기찻길 옆' '퐁당퐁당' '나란히 나란히' '맴맴' 까지 지금도 입에서 저절로 나오는 추억의 노래들. 그 예쁜 노래들이 내가 좋아하는 수채화의 귀여운 그림들과 같이 동시를 더욱 더 돋보이게 한다.

 윤석중님의 동시에는 계절이 다 보인다. 봄에 어울리는 ''의 시에는 버들피리의 니나니 나니나 소리에 맞춰 시내의 얼음이 풀리고, 잔디가 파랗게 돋아나며, 제비는 물 차고 날아든다. '나무를 심자'를 읊으면 들하고 바다하고 누가누가 더 푸른지 내기를 하는 것 같다. 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산바람 강바람'을 노래하면 더운 여름에 사공의 땀을 씻어주는 고마운 바람의 마음을 알게 된다. 과꽃에 앉았다가 백일홍에 앉았다가 오락가락하는 '호랑나비'의 자태도 아름답고, 시원한 '원두막'에 누워 은하 물에 뛰어들어 물장난하다 떨어지는 아기 별을 찾으러 가는 '별똥'을 노래하는 시는 너무나 아름답다.

 가을은 어떤가? 밤 한 톨이 낮잠 주무시는 할아버지 주머니 속에서 떽떼굴 굴러 나오면 어디 다 굴까? 누구랑 먹을까? 궁리가 많다. 그 재미난 일을 시로 표현한 '밤 한 톨 떽떼굴' 또 황소뿔에 앉은 하얀 나비, 돛대 끝에 올라앉은 잠자리를 노래한 '나비와 잠자리'는 둘이 같이 살짝 잠든 소녀 머리에 앉아 있는 그림이 너무나 귀엽다. 눈이 내려 '하얀 밤' 겨울 밤에 내리는 눈은 장독 키를 자라게 하고 할아버지 수염을 닮은 허연 고드름을 만들기도 한다. '살아 있는 눈사람'은 눈이 와서 즐거운 아이들의 모습을 너무도 예쁘게 노래한다.

 <달따러 가자>에는 이렇듯 윤석중님이 우리글과 우리말이 얼마나 예쁘고 멋스러운지 보여준다. 짧고 쉬운 시를 사용하여 아이들에게 용기와 상상력을 심어주기도 하며 오래전 우리의 부모들이 어렸을 때의 모습과 생활 습관을 상상하게 만들어 준다. 시대가 흘러 이젠 이런 쉬운 동시가 우리 아이들에겐 시시해졌을 수도 있지만 아이들의 마음이란 시대가 변한다 해도 늘 똑같으리라 믿는다. 재미있는 말과 그에 맞게 귀엽고 예쁘게 그린 그림은 누구나 좋아할 것 같다. 더구나 우리가 불렀던 그 노래들을 불러준다면 우리 아이들도 이 예쁜 동시에 폭 빠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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