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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 여자, 돈, 행복의 삼각관계
리즈 펄 지음, 부희령 옮김 / 여름언덕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태어나서 열여덟 살까지의 소녀들에게는 부모가 있어야 하고
열여덟에서 서른다섯 살의 여자들에게는 아름다운 외모가 필요하다
서른다섯에서 마흔다섯 살의 여자들은 성격이 좋아야 하고
쉰다섯 살부터의 여자들에게는 풍족한 돈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돈을 모으고 있다.
-소피 터커Sophie Tucker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제목이 그럴싸하다. 나는 과연 무엇으로 사는가? 한번쯤은 생각해 볼 일이다. 이 책의 부제는 '여자,돈,행복의 삼각관계'이다. 저자가 어느 날 갑자기? 이혼을 하고 수중에 남은 돈이라곤 겨우 1500달러와 어린 아들 뿐이었을 때의 막막함을 예를 들며 여자들이 과연 추구하는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토로한다. 사람들마다 다 다른 생각을 가지겠지만 읽다보니 어쩜 세상 여자들의 생각이란 이리도 비슷한가? 새삼 알게 되었다.
그럼 행복을 준다는 그 '돈'이란 무엇인가? 저자는 우리가 인정하든 말든 결코 단순한 돈이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돈은 우리가 꿈꾸었지만 결코 충족될 수 없었던 정체성과 사랑, 희망,약속의 대리인이며 돈에 의해 사회적 계급이 결정되고 돈은 꿈을 이루는 티켓이라고 이야기 한다. 그렇다면 여자와 남자의 '돈'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남자에게서 돈은 사랑과 권력의 상호작용하에서 꼭 필요하며 역사적으로 가족들을 부양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그들의 정체성과 권력은 생존에 근거하는 전통적인 역할에서 비롯된 방면 여자에게 돈은 보살핌과 부양을 의미한다. 그래서 여자들은 사랑과 돈을 분리하지 못하고 남자의 성공에 따라 자신의 지위나 생활 혜택이 달라진다고 믿는다. 이렇듯 우리는 돈에 대해 남들에게 말을 잘 하지 않는 편이지만 내심 돈이란 우리의 행복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요소 중에 하나임이 틀림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꿈을 이루기 위하여 말이다.
나는 '돈'에 대한 개념이 사실 부족한 편이다. 그 이유는 저자가 말하듯이 대학을 나오고 나서도 자립하기 보다는 부모에게 기대어 경제적 도움 바랐으며 자식에 대한 걱정과 사랑으로 주는 그 도움이 나에게 자립할 수 있는 의지를 방해했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도 드디어 내가 자립하여 일을 갖고 '돈'이라는 것을 벌었을 때도 돈에 대한 관심이 그다지 크지 않았던 것은 지금 생각해도 조금은 아이러니했다.
그 모순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 이 책에서 내가 가장 공감하는 부분인 <정서적 중산층>이라는 부분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여자는 결혼한 사람들이고, 40대의 여자들이지만 그들이 느끼는 돈에 대한 개념이 거의 나랑 흡사하다는 것에 주목한다. 어느 정도의 경제적 능력이 생기자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필요한 물건 사재기'였다. 그 물건들은 집에 분명히 있었으며 그다지 필요한 것도 아니었지만 '내가 원하고 나에게 어울리는 사치품' 을 가질 수 있다는 상류층 욕구로 신용카드든 현금이든 써 대었던 것이다. 난 겨우 정서적으로도 중산층에 낄까말까 한 정도밖에 안 되었지만 말이다. 그러니 저축이든(물론 저축은 했다.조금) 미래든 관심이 없었다. 오로지 지금 나의 문화적 생활에 몸바쳤던 것이다. 지금은 물론 그 사재기에서 벗어나 정신을 차렸지만 아직도 '돈'에 대한 개념은 부족한 편이다. 그렇다고 내가 돈을 제대로 펑펑 쓸 기회로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긴가?민가? - -;;;)
이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여자는 남편을 두고 남편에 의해 지출이 가능한 여자들이다. 그들은 자신이 정서적 중산층이라는 울타리 속에 머물기 위해 기꺼이 빚을 지고 충동적 구매를 하여 후회를 하며 밤잠을 설친다. 저축은 거의 하지 않고 보험도 마찬가지다. 강력한 광고 효과에 이끌려 충동구매를 하고 나면 정작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을 사지 못하는 지경이 된다. 그런 사람들은 퇴직연금보다는 집안 장식에 더 투자하는 것이 이롭다고 생각하는 부류다. 외식을 좋아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꼭 누려야 하며 남편에게 지출에 대한 비난을 받기 싫어 가끔은 거짓말도 해야 한다.
물론 세상의 여자들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제대로 된 경제 관념을 가지고 쳬계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저축을 하며 미래에 대한 생각까지 알뜰히 하는 여자들도 많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미국 여성의 반 이상이 연금을 받지 못하며(남湄湧?1/4) 네 명 가운데 한 명의 여성이 남편 사망 후 두 달 안에 파산한단다. 또 평균적으로 여자들이 남편보다 7년 이상 더 오래 살며 4분의 3의 여성들이 평균 쉰여섯에 미망인이 된다고 한다. 그 결과 빈곤층 노인의 87%가 여성이라고 하니 결혼을 했든 안 했든 중산층이든 상류층이든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릴 일이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20대부터 미래를 생각하고 돈을 모은다고 나는 생각한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여자들은 더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삶에 주요한 부분에서 변화가 일어날 때까지 그저 손놓고 기다린다고 한다. 여자들은 결혼을 하고(혹은 하지 않고) 집을 사고 싶어하지만 그럴 여유가 없다. 본인이 일자리를 잃거나 남편이 일자리를 잃거나 또는 남편을 잃기도 한다. 이런 시점에서 '돈'은 진가를 발휘하고 우리는 비판적인 눈으로 자신을 평가하게 된다는 거다.
'돈'이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지만 '돈'은 힘을 발휘할 수도 있다. 나이가 들수록 그 생각은 깊어진다. 돈을 많이 가졌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다. 다만 그 돈을 어떤 식으로 어떤 방법으로 지출하며 저축하느냐에 따라 행복이 따라오는 것이다. 적은 돈으로 살고 있지만 행복한 가정이 있고 많은 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불행한 부자들이 많다. 마크 트웨인이 이야기 한다. <행복은 당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원하는 것이지 원하는 것을 갖는 게 아니다> 그러니 돈에게 지배당하지 말고 돈을 지배하는 능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