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와 비밀의 부채 2
리사 시 지음, 양선아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소녀와 비밀의 부채>에는 두 여자의 삶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가련하고 비참한 인생, 여자라는 이유로 받아야 했던 많은 고통들.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읽는 내내 속상하고 화가 났지만 너무도 당연하게 그 고통을 받아 들이고 또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그 삶을 사는 그들을 보며 내가 그 고통스런 삶을 살지 않은 것에 감사하고 또 지금의 나는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인가? 모든 것에 고마워하며 살자. 뭐 그런 생각하게 되었다.  

여기 아직 '죽지 않은 사람' 이라고 불리는 여든 살의 할머니 '나리'가 추억하는 삶은 순종적인 소녀로서의 삶에서 시작하여 순종적인 며느리, 아내 그리고 이젠 아들에게 의지하며 살지만 그의 어머니와 똑같은 모성애를 가진 <탱아이> 즉, '고통스런 사랑' 을 주는 규범과 관습을 중요시하는 지체 높은 어른으로의 삶이었다.

특별한 발을 가진 아이로서 다른 형제에 비해 특별한 삶을 살아왔지만 늘 마음 한 곳에 차지하고 있는 나리의 <라오통> '설화'에 대한 부족한 사랑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 나리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사람이었으며 서로의 비밀을 나눈 유일한 친구, 설화. 너무나 이기적인 자신의 사랑으로 인해 나리의 반쪽과도 같았던 설화에게 준 상처는 그들이 비밀의 문자 '누슈'로 나눈 수많은 이야기가 적혀있는 <비밀의 부채>를 펼쳐볼 때마다 나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지체 높은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아편에 빠진 아버지로 인해  '설화' 의 인생은 특별한 발을 가져 위로만 올라가는 나리의 운명에 기대어 밑으로 내려가는 설화의 운명을 끌어올리기 위해 이모인 왕부인의 노력으로 맺어진 라오통이었다. 그러나 운명을 바꿀 수는 없었다. 비록 나리가 존재하여 설화에게 많은 힘이 되기는 했지만 설화의 고통스러운  삶에서 나리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더구나 오해라니...그럼에도 설화의 마음속엔 오로지 단 한 사람, 나리만이 인생의 전부였다. 그들은 그렇게 사랑하였다.

얼굴보다 중요한 금련金蓮을 만들기 위한 전족. 전족에 대해선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그런 어마어마한 고통 속에 탄생한다는 것은 이제야 알게 되었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그 미신적인 행동이 왜 어쩌다가 생겨나서 여자들이 그런 고통을 당해야 했는지 궁금해진다. 그러고보니 어릴 때 옆집에 살던 화교할머니의 모습이 떠오른다. 항상 중국옷을 입고 창 밖을 내다보던 그리고 뒤뚱거리며 걷던 모습. 그 할머니도 전족을 했던 것일까? 여자의 인생을 발의 생김새를 보며 운명을 정하는 그들, 딸로 태어난 것은 쓸모없는 일이라 생각한 그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딸이었을 때는 아버지에게, 부인이었을 때는 남편에게, 과부가 되어서는 아들에게' 복종하고 복종하고 복종하라는 말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내뱉는 그들. 너무나 무섭다.

하지만 그들이 그 모든 고통을 견디며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의자매' 와 '라오통'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사랑보다 진하고 우정보다 더 질긴 여자들의 운명. 그들의 삶은 비참하고 가련하지만 그들의 우정과 사랑은 부럽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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