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택시 비룡소 아기 그림책 20
민정영 글.그림 / 비룡소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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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택시를 타면 좋은 일이 생긴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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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창비시선 313
이정록 지음 / 창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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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록 시인의 《의자》에 반해 이번엔 가장 최근에 나온《정말》을 샀다.
마침 시집 좋아하는 친구가 놀러왔다.
둘이서 와우북 페스티벌에 가서 시집을 왕창 사오자고 약속을 했었다.

근데 거리 행사는 10월 1일부터.
헛걸음 친 친구에게 새로 산 이정록 시인의 시집을 읽어보라며 건네줬다.
능청스러운 충청도 사투리 시들을 중얼중얼 소리내며 읽던 친구.
갑자기 꺄르르~ 넘어가더니 들어보라며 읽어준다.

생각해보니 이 시를 어디에선가 들었던 적이 있는 것 같다.
그때도 듣고 있던 우리는 꺄르르~ 넘어갔던 것 같다.
근데 다시 들어도 이렇게 웃기다니…

우리 둘은 '콘돔을 대신할 우리말' 이름을 하나씩 말할 때마다 웃어댔다.
눈물이 날 정도로~ 엔돌핀 와르르~~ 쏟아지고
간만의 숙취로 묵직했던 '쏙'이 이정록 시인의 〈작명의 즐거움〉덕분에 멀쩡해지고 말았다.
해서 우리 둘이만 즐거워하기 아까워 그 전문을 옮겨본다. 

'작명의 즐거움'을 제대로 즐겨보려면 혼자 읽지 말고 친구랑 같이 있을 때,
하나씩, 말로, 내뱉으며, 읽어보시길. 즐거움이 두 배!^^ 

 

작명의 즐거움 

콘돔을 대신할
우리말 공모에 애필(愛必)이 뽑혔지만
애필이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의 결사적 반대로 무산되었다
그중 한글의 우수성을 맘껏 뽐낸 것들을 모아 놓고 보니
삼가 존경심마저 든다

똘이옷 고추주머니 거시기장화 밤꽃봉투 남성용고무장갑 정관수술사촌 올챙이그물 정충검문소 방망이투명망토 물안새 그거 고래옷 육봉두루마기 성인용풍선 똘똘이하이바 동굴탐사복 꼬치카바 꿀방망이장갑 정자지우개 버섯덮개 거시기골무 여따찍사 버섯랩 올챙이수용소 쭈쭈바껍데기 솟아난열정내가막는다 가운뎃다리작업복 즐싸 고무자꾸 무골장군수영복 액가두리 정자감옥 응응응장화 찍하고나온놈이대갈박고기절해

아, 시쓰는 사람도 작명의 즐거움으로 견디는바
나는 한 없이 거시기가 위축되는 것이었다

봄 가뭄에 졸아붙은 올챙이 눈, 그 작고 깊은 끈적임을
천배쯤 키워놓으면 바로 콘돔이거니, 달리 요약 함축할 길 없어
개뻘 진창에 허벅지까지 빠지던 먹먹함만 떠올려보는 것이었다
애보기글렀네 짱뚱어우비 개불장화를 나란히 써놓고 머리속 뻘구녕만 들락거려보는 것이었다


변사에 소질 많으시다는 이정록 시인, 나도 한번 들어본 적이 있어 그런지
~것이었다, 라는 말에 음성지원이 되는 듯하다. 
"그는 갔어도 그의 노래는 남아 있다,
고(故) 남인수 선생의 애타는 목소리를 다시 한 번 들어본다."
라는 말과 함께 노래까지 덤으로 들림^^   
그나저나 정말아, "정말" 재밌는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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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1-09-29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작명의 '쎈스'가 장난 아니군요!
정말 '쏙'이 멀쩡해지도록 웃을만 하네요! ^^

readersu 2011-09-30 10:20   좋아요 0 | URL
정말, 매력적인 시인이에요.
시가 꽤 다양하다는^^

프레이야 2011-09-29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보여요. 담아갑니다^^

readersu 2011-09-30 10:21   좋아요 0 | URL
얼른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시를 이렇게도 쓸 수 있다는 것, 멋져요^^
 
시, 나의 가장 가난한 사치
김지수 지음 / PageOne(페이지원)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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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 매창의 시집과 나온지 얼마 되지 않은 이 책을 들고 개암사를 갔다. 여행할 때 시를 읽는 재미는 좋다. 길지 않아 좋고 차창 밖을 보며 시구를 음미하고 오랫동안 생각할 수 있어서 좋다. 더구나 이 책 《시, 나의 가장 가난한 사치》는 시와 함께 그 시를 고른 저자의 생각까지 읽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였다.  

시에 있어 편식이 심한 내게 이 책은 1/3은 모르는 시를 알려주었고 1/3은 들어본 시였으며 나머지 1/3은 나도 좋아하는 시였다. 내가 모르는 시를 누군가 읽어주는 일은 즐겁다. 그를 통해 그동안 내가 몰랐던 시를 알게 되고 좋아할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과연, 세 시간이 걸리는 버스 여행에서 시를 읽으며 빠져버린 시들이 많았다. 이정록 시인이며, 마종기 시인의 시, 진은영과 정호승, 이상국 시인의〈별〉은 내 맘을 파고들었다. 그 시를 읽으며, 김지수의 글을 읽으며 나도 조만간 그곳(!)에 가 보리라 마음먹기도 했다.  또 저자인 김지수의 생각을 담은 글은 깊이와 가벼움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아쉬운 것은 나쁘지 않은 글들이었는데 살짝 엉성한 편집이 그녀의 글을 조금 헐렁하게 보이게 만들었다는 것.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다들 마음이 예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삶을 바라보는 태도도 긍정적이다. 특히 김지수의 글에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따듯한 가족애였다. 신현림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그녀는 아버지와 자신을 생각하고 최영미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어미로서 자식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드러낸다. 또 서정주 시인의 시를 읽으며 언젠가 인터뷰를 했던 노 시인의 부부애를 부러워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시를 읽는다는 것에 대해 많은 어려움을 토로 한다. 하긴 나도 그랬다. 은유로 가득한 시들은 무슨 소릴 하는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몰랐다. 시를 좋아하기 시작한 것은 오래 되지 않았으며 마치 어느 시집 제목처럼 어느 날 시가 내게로 왔다. 이해하기보다는 마음으로 그냥 읽었다. 시인의 생각은 모르겠고 그 시에 들어 있는 내 맘을 읽었다. 그랬더니 시가 읽혔다. 아름다웠다.   

시를 읽는 행위는 김지수의 말처럼 '가장 가난한 사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가난함이 전해주는 작은 사치가 세상에서 가장  부자로 만드는 마음을 전해준다는 사실, 아직도 시를 잘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알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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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만큼 아프진 않아 - 제16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황현진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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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제 무속인의 집에 짝퉁 가방을 숨겨 놓고 팔았다는 뉴스를 들었다. 때마침 나는 짝퉁, 이태원, 삐끼... 와 같은, 그 뉴스와 딱 맞는 책을 읽었다. 일단 뉴스를 옮겨보자면, 

"이들이 지난해 4월부터 올 7월까지 만든 가방은 2만점, 시가로 환산하면 420억원 어치다. 특히 이 짝퉁 가방은 진품과 구별이 어려운 특A급 제품으로 개당 20만원동대문과 이태원 등지에서 거래됐다." _서울경제 

특A급, 진품과 구별이 거의 없단다. 그 이야기가 등장하는 소설, 바로 2011년 문학동네작가상을 받은 황현진 작가의 《죽을 만큼 아프진 않아》이다.  

성장소설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성장소설이라기보다는 미성년도 성년도 아닌 그 기로에 서 있는 '태만생'이라는 용화공고 삼학년 소년의 일주일 남짓 간의 일상이다. 

고3인 아들을 홀로 두고 갑자기 아메리카로 이민을 가겠다는 부모, 이해할 수 없었지만 대학을 핑계로 홀로 남은 태만생은 부모가 떠나자 부모가 마련해주고 간 옥탑방으로 이사를 온다. 그리고 공고생의 잇점을 활용하여 친구 태화 아버지의 공장에 위장 취업을 하고 태화가 삐끼로 일하는 이태원 짝퉁 가방 가게에서 알바를 시작한다. 이태원은 어떤 곳이던가? 온갖 짝퉁이 판을 치는 곳. 유명 브랜드의 짝퉁이 즐비하고, 진정한(!) 여자가 되고 싶어하는 짝퉁 여자가 돌아다니는 곳이다. 그런 곳에서 일을 하는 며칠 동안 태만생이 보고 경험한 것들은 과연 진짜였을까? 어쩌면 "진품일 리 없는 삶?!"일지도. 

청소년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여느 책답게 태만생 역시 씩씩하다. 크지 않은 키에 잘난 것은 하나도 없지만 살아가는 방식에 있어선 개성 강한 캐릭터이다. 황현진 작가는 그걸 제대로 간파하고 공고생의 자격으로 위장 취업을 하고 짝퉁 알바를 하는 고 3학년의 삶을 흥미롭게 그려냈다.  

톡톡 튀는 문체, 삶의 이면에서 보여지는 소년다운 재치와 위트. 과장도 거짓도 없이 어른들의 틈바구니에서 어른인 척, 살아가는 소년. 하지만 그는 아직 어른이기엔 서투른 존재이다. 그럼에도 경험하지 않았던 혼란스러웠던 일주일 남짓의 생활은 태만생을 미성년인 소년에서 성년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다만 그 짧은 삶이 과연, 진짜일지, 가짜일지 알 수 없을 뿐. 

다소 급작스런 결말이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독자에게 던진 열린 결말이 많은 상상을 일으키게 해준다. 재치 있는 문체가 읽는 내내 유쾌했고 날것에 가까운 단어가 허걱, 괜스리 참한(!) 독자 얼굴 빨개지게 만들기도 했지만 즐거웠다(!).  

책을 덮고 생각해보니 우리 인생이 다 진품처럼 살고자 하지만 결국은 짝퉁처럼 살아가고 있는 삶이 아닌가 싶었다. '나'라는 개성을 가진 인물로서의 성장보다는 나보다 나은 누군가를 닮으려고 하는 삶, 그 누군가를 따라잡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죽어라 일을 하며 사는, 비슷하지만 다른 삶. 진품이 되고자 악을 쓰며 살아가는, 잘하면 A급 짝퉁, 모자라면 겨우 B급 짝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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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 마리 개미
장영권 옮김, 주잉춘 그림, 저우쭝웨이 글 / 펜타그램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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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한 마리 개미》를 보고 나서 우리에게 남는 인상은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인 여백일 것이다. 이 책의 여백들이 가볍지 않고 깊이 있게 살아나는 것은 사진적 이미지가 주는 사실성과의 대조를 통하여 얻어진 것임은 물론이다. 이 여백은 우리에게서 떠나지 않고 깊은 울림을 만들어 낸다. 그것은 이 여백들이 배경을 지우고 나서 얻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흰 여백으로 표현되기 이전 배경들은, 사실은 우리 인간들의 세계다. 개미가 본다면 한없이 크고 넓기만 한 인간의 세상이다. 총 천연색의 세속적인 인간 세상. 그런데 그것은 표백되어 여백으로 책에 등장한다. 이 책의 여백의 의미는 이 표백 작용을 통하여 발생하고 우리에게 전해진다. 우리가 《나는 한 마리 개미》에서 느끼는 명상적 의미는 이 책의 표백된 여백들이 만들어 낸 것이다. 이 명상적 의미는 작은 것을 통하여 큰 의미를 깨달을 때 우리가 느끼는 것이리라. _북디자이너 정병규  
   

놀러온 모 출판사 편집자 님께서 책더미에 쌓인 책을 이리저리 훑어 보더니 불쑥 묻는다. "이 책 읽어봤어요?" 그 더미에 있다면 당연히 안 읽어본 책이다. 내 관심 밖이라는 소리. 근데 좋은 책인 것 같다며 건네주신다. 사실 슬쩍 보긴 했다. 제목처럼 개미 한 마리를 설정으로 사진을 찍어 짧은 글을 실은 책. 우리나라에도 그런 종류의 책은 많았으니까, 아마도 그러려니 하고 넘겼을 것이다. 근데 이렇게 한번 보라며 다시 건네주니 호기심이 동했다. 그것도 책을 아는 분이 추천을 해주시니. 

표지에 제목이 없다. 세네카(책꽃이에 책을 꼽았을때 보이는 부분:책등)에만 제목이 적혀 있고 위에 보다시피 하얗다. 그 하얀 곳에 보이는 검은 점 몇 개, 그게 개미다. 실물엔 노란색 띠지를 둘러 그럭저럭 봐줄 만 한데 저렇게 띠지도 없이 올려놓으니 도대체 뭔 책인지 알 수가 없다. 왜 이렇게 디자인을 한 걸까? 

바로 북디자이너 정병규 님이 말하는 것처럼 '여백'의 미다. 

추석 연휴에 박대성 화가에 관한 프로그램을 봤다. 수묵화를 그리는 그가 그린 설경은 독특하다. 칠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냥 둔 것이다. 그게 바로 '여백'이다. 그림이라면 칠을 해야 한다는 원칙이지만 그는 하지 않았단다. 무척 인상적이었다. 아마 수묵화라는 특성상 가능했을 것 같다. 

이 책의 여백과 박대성 화가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지만 그 텅 빈 공간이 주는 울림은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노란색 띠지에 이런 글이 '개미만한' 크기로 적혀있다. 

"여기 이 개미들을 먼지 취급하듯이 아무렇게나 훅 불어 버리지는 마세요. 그들과 우리는 똑같이 소중한 생명이랍니다. 그들에게 호기심이 생긴다면 이 책을 열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세요." 

이 책은 '2007년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에 선정 되었다.
2008년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특별상(유네스코)'을 받았다. 

작고 보잘것없는 한 마리 개미의 좌충우돌 분투기. 인간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  원제가 "개미의 잠꼬대"라고 하는데, 어쩜 그 제목이 딱 맞는 것 같다. "눈부신 햇살 아래 덩그러니 놓인 한 마리 개미는 외롭고 위태롭다. 하루하루 살아가기가 막막하다. 시행착오를 반복한다."는. 개미나 인간이나... '개미족'이란 말이 여기서 나온 걸까? 짧은 문장에서 공감가는 글들이 많았다. 아쉬운 것은 그 글이 너무 구석에 있고 글자가 작아 눈에 잘 띄지 않다는 점...그래서 놓쳤다는 핑계아닌 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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