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 마리 개미
장영권 옮김, 주잉춘 그림, 저우쭝웨이 글 / 펜타그램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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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한 마리 개미》를 보고 나서 우리에게 남는 인상은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인 여백일 것이다. 이 책의 여백들이 가볍지 않고 깊이 있게 살아나는 것은 사진적 이미지가 주는 사실성과의 대조를 통하여 얻어진 것임은 물론이다. 이 여백은 우리에게서 떠나지 않고 깊은 울림을 만들어 낸다. 그것은 이 여백들이 배경을 지우고 나서 얻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흰 여백으로 표현되기 이전 배경들은, 사실은 우리 인간들의 세계다. 개미가 본다면 한없이 크고 넓기만 한 인간의 세상이다. 총 천연색의 세속적인 인간 세상. 그런데 그것은 표백되어 여백으로 책에 등장한다. 이 책의 여백의 의미는 이 표백 작용을 통하여 발생하고 우리에게 전해진다. 우리가 《나는 한 마리 개미》에서 느끼는 명상적 의미는 이 책의 표백된 여백들이 만들어 낸 것이다. 이 명상적 의미는 작은 것을 통하여 큰 의미를 깨달을 때 우리가 느끼는 것이리라. _북디자이너 정병규  
   

놀러온 모 출판사 편집자 님께서 책더미에 쌓인 책을 이리저리 훑어 보더니 불쑥 묻는다. "이 책 읽어봤어요?" 그 더미에 있다면 당연히 안 읽어본 책이다. 내 관심 밖이라는 소리. 근데 좋은 책인 것 같다며 건네주신다. 사실 슬쩍 보긴 했다. 제목처럼 개미 한 마리를 설정으로 사진을 찍어 짧은 글을 실은 책. 우리나라에도 그런 종류의 책은 많았으니까, 아마도 그러려니 하고 넘겼을 것이다. 근데 이렇게 한번 보라며 다시 건네주니 호기심이 동했다. 그것도 책을 아는 분이 추천을 해주시니. 

표지에 제목이 없다. 세네카(책꽃이에 책을 꼽았을때 보이는 부분:책등)에만 제목이 적혀 있고 위에 보다시피 하얗다. 그 하얀 곳에 보이는 검은 점 몇 개, 그게 개미다. 실물엔 노란색 띠지를 둘러 그럭저럭 봐줄 만 한데 저렇게 띠지도 없이 올려놓으니 도대체 뭔 책인지 알 수가 없다. 왜 이렇게 디자인을 한 걸까? 

바로 북디자이너 정병규 님이 말하는 것처럼 '여백'의 미다. 

추석 연휴에 박대성 화가에 관한 프로그램을 봤다. 수묵화를 그리는 그가 그린 설경은 독특하다. 칠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냥 둔 것이다. 그게 바로 '여백'이다. 그림이라면 칠을 해야 한다는 원칙이지만 그는 하지 않았단다. 무척 인상적이었다. 아마 수묵화라는 특성상 가능했을 것 같다. 

이 책의 여백과 박대성 화가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지만 그 텅 빈 공간이 주는 울림은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노란색 띠지에 이런 글이 '개미만한' 크기로 적혀있다. 

"여기 이 개미들을 먼지 취급하듯이 아무렇게나 훅 불어 버리지는 마세요. 그들과 우리는 똑같이 소중한 생명이랍니다. 그들에게 호기심이 생긴다면 이 책을 열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세요." 

이 책은 '2007년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에 선정 되었다.
2008년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특별상(유네스코)'을 받았다. 

작고 보잘것없는 한 마리 개미의 좌충우돌 분투기. 인간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  원제가 "개미의 잠꼬대"라고 하는데, 어쩜 그 제목이 딱 맞는 것 같다. "눈부신 햇살 아래 덩그러니 놓인 한 마리 개미는 외롭고 위태롭다. 하루하루 살아가기가 막막하다. 시행착오를 반복한다."는. 개미나 인간이나... '개미족'이란 말이 여기서 나온 걸까? 짧은 문장에서 공감가는 글들이 많았다. 아쉬운 것은 그 글이 너무 구석에 있고 글자가 작아 눈에 잘 띄지 않다는 점...그래서 놓쳤다는 핑계아닌 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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