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나의 가장 가난한 사치
김지수 지음 / PageOne(페이지원)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지난 주말에 매창의 시집과 나온지 얼마 되지 않은 이 책을 들고 개암사를 갔다. 여행할 때 시를 읽는 재미는 좋다. 길지 않아 좋고 차창 밖을 보며 시구를 음미하고 오랫동안 생각할 수 있어서 좋다. 더구나 이 책 《시, 나의 가장 가난한 사치》는 시와 함께 그 시를 고른 저자의 생각까지 읽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였다.  

시에 있어 편식이 심한 내게 이 책은 1/3은 모르는 시를 알려주었고 1/3은 들어본 시였으며 나머지 1/3은 나도 좋아하는 시였다. 내가 모르는 시를 누군가 읽어주는 일은 즐겁다. 그를 통해 그동안 내가 몰랐던 시를 알게 되고 좋아할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과연, 세 시간이 걸리는 버스 여행에서 시를 읽으며 빠져버린 시들이 많았다. 이정록 시인이며, 마종기 시인의 시, 진은영과 정호승, 이상국 시인의〈별〉은 내 맘을 파고들었다. 그 시를 읽으며, 김지수의 글을 읽으며 나도 조만간 그곳(!)에 가 보리라 마음먹기도 했다.  또 저자인 김지수의 생각을 담은 글은 깊이와 가벼움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아쉬운 것은 나쁘지 않은 글들이었는데 살짝 엉성한 편집이 그녀의 글을 조금 헐렁하게 보이게 만들었다는 것.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다들 마음이 예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삶을 바라보는 태도도 긍정적이다. 특히 김지수의 글에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따듯한 가족애였다. 신현림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그녀는 아버지와 자신을 생각하고 최영미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어미로서 자식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드러낸다. 또 서정주 시인의 시를 읽으며 언젠가 인터뷰를 했던 노 시인의 부부애를 부러워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시를 읽는다는 것에 대해 많은 어려움을 토로 한다. 하긴 나도 그랬다. 은유로 가득한 시들은 무슨 소릴 하는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몰랐다. 시를 좋아하기 시작한 것은 오래 되지 않았으며 마치 어느 시집 제목처럼 어느 날 시가 내게로 왔다. 이해하기보다는 마음으로 그냥 읽었다. 시인의 생각은 모르겠고 그 시에 들어 있는 내 맘을 읽었다. 그랬더니 시가 읽혔다. 아름다웠다.   

시를 읽는 행위는 김지수의 말처럼 '가장 가난한 사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가난함이 전해주는 작은 사치가 세상에서 가장  부자로 만드는 마음을 전해준다는 사실, 아직도 시를 잘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알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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