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이네 학교는 7/2부터 기말고사를 치른다. 시험 준비는 적어도 한 달, 최소 2주 전부터 시작해도 시간이 모자란다고 생각하는 엄마 마음과 달리 아이는 참으로 느긋하다. 이번 시험 역시 벼락치기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그 벼락치기 공부라도 좀 하고 시험에 임해야 하지 않겠나. 도저히 안되서 그제부터 엄마가 있어야 공부가 된다는(한 마디로 엄마가 안 봐줘서 공부를 못했다는 핑계거리)- 작은 아이를 붙들고 한 두시간씩 과학 시험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다.

 

- 큰 아이 때는 제가 알아서 혼자 공부해서 안 봐주었더니 교과 내용들이 다 새롭다. -.- 교과 내용이나 문제 풀 때 내가 오락가락 하는 부분들이 종종 있으니 작은 아이가 엄마는 생물학과 나왔으면서 모르냐고 투덜거리고 핀잔을 준다. 에잇, 이래서 나이 먹어도 잊어버리지 않도록 배운 것도 다시 찾아보고 익혀야 하나 보다.  ㅠㅠ

 

 공부한다고 자기 방에 들어 앉은 날은 98% 자고 있는 아이에게 어떤 말을 해야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될까? 학기 초에 자기주도학습 관련 책도 사달라고 해서 사줬건만 소용이 없네 그려. 언니랑 비교하면 자존심 상해하는 터라 가급적이면 삼가하는 편이긴 하지만 종종 예를 들지 않을 수가 없다. 6/7인가? 큰 아이가 6월 전국연합 학력평가를 치렀는데, 나름 내공이 있다 싶은 국어 과목도 실수로 틀린 게 있다고는 하나, 학교 자체 등급에서 3등급(94~92점)을 받았다. 1등급은 100~98점. 두 개 틀리면 2등급으로 내려 앉는다는 얘기다.

 

- 고등학교 입학하고 부터 공부가 부족함을 절실하게 느끼는 영어의 경우 100~100점이 1등급이라는 학교 자체 성적표 내용을 보고 학생들의 뛰어난 공부 내공에 한숨이 나왔다. 그야말로 하나만 틀려도 한 등급이 내려 앉는 거다. (딸 애는 90점으로 3등급) 최근에 읽어 본 어느 기사에 어느 학부모가 언, 수,외, 탐 네 과목이 하나씩 틀리면 SKY 갈 수 있지만 두 과목이 두 개씩 틀리면 못 간다는 현실에 기가 막혀 유학을 보내거나 이민을 가던가 해야겠다는 요지의 말이 와닿았다고나 할까~.

 

 그런데 오늘 포털에서, 반 1등에 반장 하는 고2 학생이 자살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았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6201752381&code=950312

전교 10위권에 드는 아이였는데 성적 비관(7일에 모의 고사를 잘 못 봤다고) 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성적 때문에 목숨까지 버리는 이 답답한 세상에서 큰 아이가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채근하지 않고 묵묵히 지켜봐주어야 하는데 그럴 수 있을지, 내가 자신감이 없다. 어제도 밤에 와서 과제 한다고 컴 앞에 앉아 놓고 웹툰 보면서 울었다는 아이에게 과제부터 하고 보라고 핀잔을 주지 않을 수 없더라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어떤 것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는 작은 아이. 공부에 큰 흥미가 없는 작은 아이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앞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깨닫는 일 일게다. 그럼에도 공부는 해야 한다는 생각에 아이에게 제 언니가 처한 이런 현실을 언급하며 조금이라도 일찍 공부를 시작하라고 말을 하긴 했는데 그런 말들이 과연 가슴에 와 닿을까? 대학에 가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갈 방법이 많다고는 하는데 작은 아이가 당차게 그런 길을 갈 수 있을지, 학력이 우선시 되는 이 사회에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 아직 잘 모르겠다.

 

 

* 사족 : 일전에 < 해법 열공 1학기 기말 기출문제집 중2 (국어부록선택) >를 주문했는데 별책 선택은 잘 했는데 도서 검색으로 바로 장바구니에 담으면서 "[집중이수제 부록을 꼭 기록해주세요. (책소개 참고)"라는 문구를 못 보고 집중 이수제 과목인 역사 교재를 (주문과정 중 [배달원에 남기는 말]에 직접 입력) 빠트리고 주문하지 않는 실수를 범했는데 뒤늦게 그 사실을 알고, 무엇보다 내 실수라 새로 보내달라고 하지도 못하고... ㅜㅜ  다음에는 이런 실수 하지 말자고 다짐하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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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2-06-21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림책을 읽던 아영이가 어느새 성적을 고민해야하는 여고생이 된 현실이 조금 슬프네요.ㅠ
참..남 일 같지 않습니다.
등급수에 허걱~ 하고 놀랐습니다.
자살한 아이는 또~~
에혀~
혜영이는 아직도 연우 따라하고 있나요?
아마도 연우를 엄청 부러워하고 있겠어요.ㅋㅋ
나도 좀 그때 네 살 어린 동생을 엄청 부러워했었던~~

아영엄마 2012-06-21 13:26   좋아요 0 | URL
막내가 벌써 다섯 살인거 생각하면 정말 세월 금방이네요. 큰 아이 20살 되는 거 금방이다 싶어요.
자사고가 잘 하는 아이들 많이 모인 곳이니 성적이 높게 나오는 것이겠지만 새삼 깨닫게 되는 것이,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정말 많아요! 큰 아이도 학력고사 성적표 보고 조금 충격받은 듯 싶더라구요. 아이가 앞으로도 계속 학원 안 다니고 공부하겠다니 수업 진도에 뒤쳐지 않게 잘 따라가길 바랄 따름입니다.

기억의집 2012-06-21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등급수에 놀랐어요. 하나 틀리는데 한등급이 내려가다니.울 아들을 어찌 하오리까. 성적에 전혀 관심 없는데.

어휴, 성적이 중요한 게 아닌데, 아이가 요령이 없는 것인지 부모가 강압적인 것인지. 사는 것 자체가 얼마나 행복한 것인데, 자꾸 뭐 하나 틀어졌다고 자살하는 사회가 싫네요.

반품 안 되나요? 배송비가 문제죠?

아영엄마 2012-06-21 13:30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고등학교 가면 내 미래가 걸린 일이라는 점이 좀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아이들 몸만 크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마음도 단단하게 클 수 있도록 신경써주어야 하는데 이 사회가 그렇질 못해서 자꾸 안타까운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 교재로 공부 시작하고 나서 안 걸요. 교재 없는 부분은 교과서와 인쇄물, 필기 같은 걸로 하면 되겠지요 뭐~. 해법 교재도 시험 전에 다 풀어 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ㅋ~

울보 2012-06-21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헉이네요,
저렇게 공부를 잘하는데, 어쩜 , 정말 한문제에 한등급씩 내려간다면 ,,
에고 정말 어렵네요,
그래도 묵묵히 잘하는 아영이 참 대견해요,
정말 눈가지고 동생이랑 눈싸움하고 놀던 사진을 본것이 엊그제 같은데 여고생이라니 세월 참 빠르군요,,

아영엄마 2012-06-21 22:50   좋아요 0 | URL
아이들 어릴 때 생각해보면 자라는 거 금방인 것 같지요? ^^
막내 크는 거 보니 류가 중학생 되는 것도 멀지 않겠다 싶어요.

paviana 2012-06-21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역사 배우지 않아서 집에 남는거 있어서 필요하시면 주소 알려주세요.
저희 아들놈 이야기는 에효... 하고 싶지도 않아요.
아니면 알찬 싸이트 들어가셔서 아이디 alchan23 비번 pleasure 치시면 특이진도에서 좀 받아보실수도 있을거에요.

아영엄마 2012-06-21 22:55   좋아요 0 | URL
음.. 파비아나님이신 것 같은데 로그인 안하고 들어오신 건가 봐요. 이 댓글, 비밀글이 아닌 거 아시는지.. 아이디랑 비번이 담긴 댓글이니 숨기시거나 삭제하셔야 할 것 같아요.

도움주시는 말씀 감사해요~~~. 역사 문제집은 딸아이 책장 뒤져보니 작년에 교재 살 때 신청해서 받아 놓은 것이 있더라구요. 살펴보니 이번 시험범위까지 나오는 거라 시험 공부하는데(본인이 할지는 미지수이나.. -.-) 지장은 없을 것 같아요.

paviana 2012-06-21 23:27   좋아요 0 | URL
알찬 아이디는 제 아이디 아니에요. 1학기 아이디라서 과목별로 진도 안 맞는 학생들이 문제 따로 받을 수 있게 한 거애요. 저희 아이는 도덕을 3 학년거 일부 시험봐서 필요하거든요. 하긴 출력해준다고 푸는건 절대 아니지만요. 흑흑. 오늘은 새벽에 하는 축구보겠다고 깨워달라고 하네요.

아영엄마 2012-06-21 23:48   좋아요 0 | URL
집중 이수제란 것이 도입되면서 과목별 진도가 학교마다 달라서 교재 사이트에서 특이진도를 제공해주나 봐요. 천재교육 사이트에도 예체능, 가정,기술 쪽으로 제공하던데 역사도 제공하는지는 살펴볼 생각을 못했네요.
오늘 새벽에 중요한 축구하나 보네요. 남편도 출장 가고 없고, 딸아이들이라 운동 경기는 도통 관심없고, 저 역시 마찬가지고.. ^^* 아이 깨워주려면 님까지 못 주무시겠어요. 안 깨우고 아침까지 자게 두면 안되려나요? ^^

희망으로 2012-06-22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부는 큰애나 작은애나 큰 기대를 안하는데 정말 성적표 보면 애들 잡는 것 같아요.
애들을 도대채 얼마나 잡아야 정신을 차릴런지.....교육계는 정말 대대적으로 바뀌어야 하는데 가장 변화가 느린 곳이 또 교육계라고 하니 한숨만 나와요. 1,2 등급에도 대학 가기가 힘든 죽일놈의 세상. 그러니 인서울만 해도 서울대라는 말이 괜한게 아닌거 같아요.
그래서 아영이가 대견한거죠. 자기주도가 확실히 되기도 했고 혼자서 저렇게 해 낸다는게 얼마나 기특한지. 남의 딸이라도 정말 예뻐요.

아영엄마 2012-07-04 11:49   좋아요 0 | URL
앗, 희망님~ 댓글을 이제서야 발견했어요. (^^)>
어제 큰 아이가 집에 오는 길에 좋은 대학 가야 하나고 묻길래 그 기준이 뭐라고 생각하냐고 물으며 남편이랑 도출한 결론이 그래도 인 서울은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