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이야, 내 안에 너 있다!

노란 양동이
모리야마 미야코 글, 쓰치다 요시하루 그림, 양선하 옮김 / 현암사 / 2000년 8월

표지에 등장하는 귀여운 여우의 모습과 노란 양동이가 눈에 쏙~ 들어오는 책이다. 그리고 표지만큼 그 내용도 마음을 가득 채워 주는 동화책이다. '여돌이'가 외나무 다리 근처에서 발견한 노란 양동이... 색깔은 다르지만 다른 친구들은 예쁜 양동이를 가지고 있는데 여돌이는 아직 양동이가 없다. 그러니 주인 없는 양동이, 그것도 자기가 갖고 싶던 예쁜 노란색 양동이를 발견했으니 얼마나 갖고 싶겠는가!

그러나 이 이야기는 물건을 잃어버린 주인을 찾아 준다는 식의 교훈적인 동화가 아니다. 여돌이는 양동이를 그 자리에 두고 일주일동안 양동이를 찾으러 올 주인을 기다려 보자고 친구들과 약속한다. 우선은 아끼는 물건을 잃어버린 이에 대한 배려가 깔려 있는 행동이 아닌가 싶다. 내가 잃어버린 양동이도 아닌데 여돌이가 주인이 혹시라도 잃어버린 걸 깨닫고 찾으러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준 것이 너무 고마웠다. (그 일주일 사이에 혹여 주인이 아닌 다른 이가 가져 가버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했는데, 이 동네 동물들은 다 착한가 보다..^^;; )

  일주일의 기한 동안 여돌이는 비가 오는 날에도 가보고 밤에도 가서 혹시 주인이 찾아가지 않았나 살펴 본다. 갖고 싶은 양동이가 눈 앞에 있는데, 주인이 찾아갈 기미도 없는 것 같은데, 당장이라도 가져가 버리고 싶은 유혹이 물밀듯이 밀려오고 애가 탈 것 같은데 여돌이는 약속한 날까지 기다린다. 자기가 정말 그 노란 양동이를 가지게 되면 하고 싶은 일들을 상상하면서 보내는 동안 양동이는 내내 여돌이의 가슴 속에 머물렀고 깊이 아로새겨졌나 보다. 노란 양동이가 없어진 걸 발견했을 때 "괜찮아 정말"이라고 말할 수 있는 여돌이의 성숙한 마음에 너무나 큰 감동을 받았다. 나 같으면 '그냥 발견했을 때 가지고 올 걸....' 하면서 무척 안타까워 하고 슬퍼 했을 것 같은데 말이다...(-> 미성숙의 표본! ^^*)

 기다리고, 돌봐주고, 상상하는 동안 여돌이는 그것을 자기만의 양동이로 삼을 수 있었고,  일주일이 지날 무렵에는 이미 여돌이의 마음 속에 노란 양동이가 선명히 자리 잡았기에 어쩌면 더 이상 새로운 양동이가 필요 없을지도 모르겠다. 부모님이 새 양동이를 사주신다 하더라도 사라져 버린 양동이만큼 마음 깊이 담아두지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윽, 지금 책 찾아서 읽다보니 지은이의 말에도 비스무리한 글이 나온다. 표절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