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울먹이는 목소리로 물만두님의 부고를 전하는 지인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 최근에 알라딘에 뜸하던 탓에 이 분 전화가 없었으면  
이 슬픈 소식을 알지도 못하고 지나칠 뻔했습니다.
(제가 그간 무심했던 탓이겠지만) 생각지도 못한 급작스러운 소식에 망연자실... 
일전에 퇴원하셔서 괜찮다는 글까지 직접 올리셨기에 이번에도 잘 이겨내셨구나, 
늘 오뚜기처럼 일어나시는 분이셨기에 이번에도 기운 차리시리라 믿었고, 
다시 전처럼 추리소설 리뷰 자주 올려주시겠거니 했는데... 

 
생각하니 어이없고, 눈물이 나 훌쩍거리다 잠에서 깬 막내 점심을 챙겨주며 같이 밥을 먹다가,  
가족분들은 물 한 모금 입에 못 대고 계실텐데..., 내가 가족이 아니라 이리 하는구나 싶어 
못내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어 가슴이 또 묵직해졌습니다. 

 
어찌 벌써 가셨느냐고, 묻고 싶지만 
가시기 전에 얼마나 힘들게 하루하루를 보내셨을까 생각하면 
이제 아픔 없는 세상에 가셔서 평안하시겠구나 하는 마음도 듭니다.    
또 한편으로는 문득 생각날 때마다 조금만 더 오래 사시지, 안타깝고 그리운 마음.
고통스럽게 투병생활하시다 가신 친정 부모님을 차례로 보내드릴 때 제 마음이 그러했듯이 
아마 물만두님의 가족분들의 마음도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만두님의 어머님이 너무 여위셔서 더 마음 아팠어요. ㅜㅜ

물만두님과 서재를 통해 인사를 나눈 것이 2003년.  
직접 만나뵌 적은 없어도 (저 혼자 마음일지라도) 오랜 친구같이, 이웃같이 정을 나누어 왔는데.. 
지난 10월 말에 생일선물도 못 해드리고 차일피일 미루면서 혼자,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도   
해드려야지 한 것이 이리 기약없는 선물이 될 줄 미처 몰랐습니다. 
그저 죄송스럽고, 안타깝고, 아쉽습니다.

당신께서 힘든 몸으로도 꾸준하게 책 읽으시고, 리뷰 올리시는 거 볼 때마다  
저로하여금 그 필력과 부지런함에 늘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게 만드셨던 분.
윤님, 그리 좋아하시던 추리소설 다 못보고 가셔서 여한이 남지나 않으셨는지...  
부디 가신 곳에서는, 그리고 다음 생에는 그 어떤 아픔도, 억매임도 없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님 가시는 길이 외롭지 않도록 님을 사랑했던 많은 이들과 더불어  
저도 비통한 마음으로 안타까운 작별인사 전합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하였습니다. 
윤님, 안녕히 잘 가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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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내 삶에 영향을 미친 리뷰어의 부고소식
    from 승주나무의 책가지 2010-12-15 00:27 
    나는 장르문학을 잘 접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참 슬펐다. 그의 글을 제대로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국문, 철학, 역사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다소 학술적이고 고전스러운 작품들을 많이 접했다. 지금은 장르문학에 대해서 관심갖지 못한 사실이 부끄럽다. 그가 하늘나라로 갔기 때문이다. 평생 장르문학을 읽고 장르문학에 대해서 이야기한 그의 리뷰를 한동안 볼 기회가 있었다. 차분한 어조로 지금까지의 장르문학 계보를 가지고 작품을 바라보는 묵
  2. 차가운 서울, 남아 있는 것
    from 먼지 폴폴 날리는 책방 2010-12-16 02:21 
    만두님의 마지막을 보러 가는 길  버스에서 내려 바라본 서울은 그 흥성거림과 함께 차가움으로 맞았다.  횡단보도 앞에 망연히 서서 멀리 보이는 하늘의 반달을 쳐다보니 그 시림이 더욱 와닿더라.  가지 않으면 후회할거라 생각하며 정신없이 달려갔지만  휑뎅그렁한 빈소와 맑게 웃고 있는 당신의 얼굴은 더욱 슬펐다.    추석을 지나면서 올라오지 않는 글들에 걱정은 하면서도 내 사는 것 바쁘다는
 
 
아영엄마 2010-12-14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바람이 매섭고 추웠는데 내일 우리 물만두님이 가시는 길이 이리 추워서 발인하시는 가족분들이 더 힘드실 것 같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반딧불,, 2010-12-15 23:03   좋아요 0 | URL
후...님 다녀왔는데도 마음이 안좋아요ㅠㅠ;

2010-12-14 2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영엄마 2010-12-16 15:38   좋아요 0 | URL
부고 페이퍼에 슬픔과 명복을 표하는 분들 보면서 저도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알라딘 마을에서 함께 즐겁게 놀던 그 시절의 지인들을 다시 불러모으시는구나... 힘들게 버텨오신 분이라 슬픈 와중에도 아픔 없는 세상에 가셨다는 것이 가장 큰 위안이 됩니다.

기억의집 2010-12-15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너무 추워서 어떻게 치렀을까 싶어요. 지금 편한 맘 가지기를 바래요. 맘이 펀치 않데요.

아영엄마 2010-12-16 15:40   좋아요 0 | URL
가족을 보낸 슬픔에 더해 추운 날씨때문에 더 힘드셨을 것 같아요. 그동안 음식도 제대로 못 드셨을텐데 몸 상하지 않도록 조금이나마 드시면서 마음 추스리시길 바랄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