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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딸 - 제3세계 소년 소녀의 희망을 보다 - 인도 편 ㅣ 내인생의책 책가방 문고 13
글로리아 웰런 지음, 엄혜숙 옮김 / 내인생의책 / 2007년 4월
평점 :
<인도의 딸>은 열세살의 나이에 결혼하게 된 콜리를 통해 뿌리깊은 관습의 희생양이 되었지만 꿈과 희망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인도 소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2000년 "내셔널 북 어워드" 수상작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겨우 중학생이 되는 나이에 결혼하여 힘들게 살아가는 많은 인도 여성들의 비참한 삶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인도는 '카스트'라는 엄격한 신분 제도가 아직도 존재하고 있는 나라로, 법으로는 조혼을 금지하고 있지만 종교적인 관습에 따라 여자는 초경 전-13-15세 정도-에 에 결혼을 시킨다고 한다. 인도에서는 혼기가 지나도록 결혼시키지 못하는 것을 집 안의 큰 수치로 여겨진다. 그런데 이 신분제도와 함께 여인의 삶의 발목을 잡는 커다란 족쇄와도 같은 것이 바로 '다우리'라는 신부지참금 제도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과도한 혼수가 사회 문제로 대두된 적이 있는데 인도에서는 그 수준이 가히 위험수위인 모양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열세살의 콜리는 전통에 따라 집안에서 정한 사람과 결혼을 한다. 그러나 이 결혼의 목적은 단지 신랑 측에서 중병이 든 아들을 죽기 전에 갠지즈 강에 데려가는데 필요한 여비를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치루어진 것. 콜리는 병색이 완연하여 죽음을 목전에 둔 나이 어린 신랑을 결국 갠지즈 강에 가서 떠나보내고 시어머니의 구박 속에 힘겹게 살아간다. 언제나 다른 곳으로 날아가고 싶어하는 집 잃은 새가 나오는 타고르의 시를 좋아하는 콜리. 친정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이는 집안의 커다란 수치가 되므로 아침부터 밤까지 열심히 일하며 시부모의 사랑을 받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그나마 위안이 되던 시누이도 결혼하여 곁을 떠나고, 글을 가르쳐 준 시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고 만다.
인도에서 여아는 태어날 때부터 생사의 기로에 서고, 집안의 짐스러운 존재-막대한 지참금을 필요로 하는-가 되어 배움의 혜택도 받지 못하고 온갖 차별을 받고 자란다. 그리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결혼이 결정되고, 엄청난 금액의 지참금을 시댁에 가져가야 한다. 그 지참금이 적을 때에는 온갖 수모와 학대를 당하고 심지어 죽임을 당하는 일이 지금도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인도 여성들은 여자로 태어난 것이 죄라 생각하며, 이런 전통과 관습의 멍에를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살아간다.
시어머니는 자신이 의탁할 곳이 생기자 콜리를 속여 아무 연고도 없는 낯선 도시에 두고 떠나 버린다. 버려진 과부들로 가득 찬 도시에서 길거리를 전전하던 콜리는 라지와 주변의 도움으로 일을 하며 새 삶을 찾아간다. 자신에게 도움을 주었던 라지의 청혼-총각이 과부에게 청혼하는 경우가 현실적으로는 별로 없을 것 같지만-을 받게 되지만 콜리는 모든 것을 팽개치고 떠나지 않는다. 그의 청혼을 받아들이긴 하지만 자신의 재능을 살려 결혼 후에도 수 놓는 일을 해나가기로 마음먹는다. 자신의 불합리한 운명에 순응하지 않고 능동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원하는 바를 이루어가는 콜리의 모습에서 자신의 권리를 찾아가는 당당한 여성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아이가 일전에 성차별이 뭐냐고 물어왔는데 다른 문화권의 또래 계층이 살아가는 삶의 형태를 접해 보는 것도 좋을 듯싶어 이 책을 권했다. 책을 읽고 난 후에 불합리한 관습이 주는 피해와 여성의 인권에 대해 생각하고 토론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다.(나는 4.5 정도의 별점... 큰 아이는 5점 -의견 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