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73
유리 슐레비츠 지음, 최순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가까이 있는 것을 찾기 위해 멀리 떠나야 할 때도 있다.'

 보물을 찾아 길을 떠난 한 남자가 결국 보물은 가까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는 영국(*)의 옛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그림책. 이 작품은 소중한 것, 고귀한 것, 값진 것이 먼 곳에 있지 않으며, 이를 얻기 위해서는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진리를 깨닫게 해주고 있다. <새벽>, <황금거위 >, <월요일 아침에> 등 그림책마다 색다른 매력을 선보인 유리 슐레비츠작품이다. <비오는 날>이나 <새벽> 같은 작품들처럼 문장이 간결하면서도 단순하며 그림 또한 여백의 미를 많이 살리고 있다. - 한 문장만 실려 있고 나머지는 공백으로 처리한 면도 있는데 나름의 의미를 담은 여백이다.

  저녁도 수시로 굶어야 할 만큼 가난하기 그지없는 이삭은 꿈에 어떤 목소리가 '수도 왕궁 앞 다리 밑에 보물이 있으니 찾아보라'고 말하는 것을 듣는다. 그런 꿈을 세 번에 걸쳐 꾸고서야 정말일지도 모른다고는 생각에 길을 떠난다. 먼 길을 걷고 걸어서 마침내 수도에 도착한 이삭. 왕궁 앞을 지키던 보초 대장이 매일 근처에서 서성이는 이삭으로부터 이 곳에 오게 된 사연을 듣고는 자기도 비슷한 꿈을 꾼 적이 있다며 꿈을 믿은 이삭을 어리석다고 비웃는다. 

 이삭은 다시 먼 길을 걷고 걸어 집으로 돌아온다. 반복되는 간결한 문장으로 돌아오는 여정을 담담하게 적고 있을 따름이지만 미소 띤 얼굴로 돌아오는 이삭의 모습이 인상 깊다. 보물을 찾지 못해 실망하거나 먼 길을 빈 손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것에 속상해 하지 않는 모습이다. 집에 돌아온 이삭은 보초 대장의 말대로 자기 집 아궁이 밑을 파고, 마침내 보물을 발견한다. 소중한 것들은 멀리 있지 않지만 우리들은 그것을 모르고 먼 곳에서 찾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가까이 있는 소중한 것을 찾기 위해 때로는 먼 길을 돌아가거나 노력과 정성이 필요할 때도 있는데 너무 일찍 실망하고 단념해버린 적은 없는지도 생각해 보게 된다. (내 보물은 바로 사랑하는 아이들임을 진작에 알았으니 나는 보물을 일찍 발견한 셈인가? ^^)

  리뷰 첫 문장으로 적은 그 글귀는 이삭이 예배당을 세운 후 벽에 새긴 문장이다. 조금 종교적인 면이 묻어나는 부분이긴 하지만 이삭이 깊은 믿음을 지닌 인물일 거란 생각이 든다. 그럼 이제 이삭은 부자가 되어 호화로운 삶을 살게 되었을까? 마지막 장은 아무 그림도 없이 그저 "죽는 날까지 다시는 가난하지 않게 잘 살았"다고 끝을 맺고 있다. 비록 글로 적진 않았지만 그가 부귀한 삶보다는 겸허하면서도 소박한 삶을 살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잔잔한 감동과 교훈을 안겨주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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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에 포함된 정보지에는 이 이야기가 영국의 옛이야기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큰 아이가 <호롱불>이라는 책에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고 하여 찾아보니 거기에는 네덜란드 민화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가난한 한 남자가 한 도시의 다리 위에 서서 기다리면 행운이 올 거란 요정의 말에 그 도시 다리에 가서 기다린다. <보물>처럼 어떤 사람이 비꼬듯이 말하고 그 말을 듣고 집에 돌아와 이야기에 나오는 나무 밑을 파보니 보물이 나온다. 다만 결말은 조금 다름. -.-

- 리뷰 글 분량이 책의 글 분량보다 더 많은 듯..^^;

 -> <호롱불> 많은 작가들의 다양한 일러스트와 이야기들이 담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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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23 05: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씩씩하니 2006-11-23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싶어져요...이삭의 말도 참,,,삶의 깊이가 느껴지는,,,
곱씹을수록 가슴에 와닿는 문장이네요...
가까이 있는 것을 찾기 위해 멀리 떠나야할 때도 있다.............

반딧불,, 2006-11-23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이 보관함이 흑흑..ㅠㅠ;

반딧불,, 2006-11-23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언젠가도 말씀드렸는데 이 작가가 저는 넘 어려워요ㅡ.ㅡ;
이 책은 어쩔려나?

짱꿀라 2006-11-24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장 가까이 있는 것은 바로 가족이죠. 그리고 소중한 것 또한 가정입니다. 잘읽고 갑니다. 매번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해요.

아영엄마 2006-11-25 0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씩씩하니님/ 저 문장이 이 책의 가장 큰 핵심이죠. ^^
반딧불님/글이 어렵다기 보단 작가가 전달하려는 바를 파악하기 어렵단 말씀이신지... 작가에 따라 그런 작품들이 있는 것 같아요. ^^
산타님/별 말씀을요~ 이 책 아니라도 좋은 책들은 아이들에게 많이 접해주시길 바랍니다. ^^

반딧불,, 2006-11-29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략과 압축이 너무 많다고 해야할지 오히려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을
그리는 작가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아영엄마 2006-11-29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아무래도 자세한 설명보다는 간결한 문장으로 독자에게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편인 것 같아요. 사실 이 책의 내용도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에게 더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것 같습니다.

올리브 2007-01-15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로 나온 유리 슐레비츠의 책이네요. 저도 읽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