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가 올 2월 이사를 하게 되었다.
전세를 가려고 위치가 적당한 새로 분양한 아파트를 알아보고 있었는데,
아이딸린 집은 안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딸 아이이고 이제 벌서 아홉살이나 되었는데.
새 집에 옵션으로 딸린 가전제품등이 많은 집이라 그런지 물건을 손상시키지 않겠다는 서약서 비슷한 것도 요구했다.
내 참. 사실 어렸을적부터 계속 한 집에서만 살아서 전세 같은거 경험해본적도 없었고, 결혼해서는 딱 한번 전세를 살아보았던 나로서는 이런 요구들이 참으로 어이없게 여겨졌다. 그나마 난 한번의 경험도 집주인이 까다롭지 않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참 맘 편히 살았던 모양이다.
게다가 전세값은 또 얼마나 올랐는지. 불과 보름전보다 무려 이천만원이나 전세값이 올라있었다. 2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주고 전세집을 구해야 하는 상황. 교통이 편리한 곳이라고는 하지만, 좀 너무하다 싶다.
적당한 집들 찾기 위해 여러 부동산을 전전하다 우연히 급매물로 싼 값에 나온 집을 알게 되었다. 물론 이유없이 싼 집은 아니었다. 분양권 전매를 노리고 집을 구매했는데 이후에 갑자기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면서 중도금조차 내기 어려웠던 모양이었다. 마지막 중도금 한 번과 잔금을 치르지 못해 계속 이자만 물고 있는 상황이라 했다.
집값이 싸게 나오긴 했지만 여러 조건이 불안한지라 생각에 생각,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지금은 또 부동산에 가서 한 시간이 넘게 얘기중이다. 덕분에 토요일 오후를 조카 봐주며 지루하게 보내고 있다. 집을 사게 될지 아닐지 모르겠고, 산다 하더라도 좀 불안한 맘이 있는 상황에 이래도 저래도 맘이 편치 않다. 대한민국에서 집이란 참 복잡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나 역시 무리해서 집을 샀고, 지금도 많은 부분을 집 때문에 포기하고 살지만 그래도 누군가가 나에게 묻는다면 일단 집은 사라고 말하고 싶다. 집을 머리에 이고 사는 꼴이긴 하지만 말이다. 언니도 가능하면 집을 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