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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하는 자에게 동그라미를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들녘 / 2007년 10월
평점 :
책표지의 표범무늬 부츠의 주인이 '격투하는 자들' 사이에서 왠지 홀로 '격투하지 않을'것만 같다. 회색 그림자들 사이에 튀는 칼라 표범무늬라. 분명 범상치 않다. '나, 여깄어요~'라며 당당한 포즈지만 회색 그림자들과 무색의 투명 발들은 무심히 제갈길만 걷고 있다. 대학 졸업반인 가나코는 만화광이다. 어차피 취업전선에 뛰어들어야만 한다면 제일 좋아하는 만화를 처음 볼 수 있을 것 같은 편집자의 길을 선택하리라. 단순해 보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가나코의 다부진 마음이 느껴진다. 분명 '평상복 차림'이라고 쓰여져있는 통지서에 따라 나홀로 표범무늬 부츠의 평상복 차림으로 면접을 나서는 가나코에게 필기시험, 몇차례의 면접이라는 대험란이 출판사 합격까지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가나코는 전혀 호의적이지 않은 취업환경에 맞서 그럭저럭 '합격'이라는 감동의 그날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별거중인 정치인 아버지, 새엄마, 남다른 고등학생 남동생, 70대 노인 애인, 호모 남자친구, 취업에 무관심인 미모의 여자친구 등. 가나코의 사생활 인물들은 어찌나 다들 비현실적인지. 또한 세인의 시선하고는 담쌓고 사는 듯 하여 무슨일이든지 당차게 해낼것 만 같은 가나코이지만.비현실적인 그녀의 사생활 설정에 비해 그녀의 취업 과정은 꽤나 현실적이고 사실적이며, 그녀의 당참에도 불구하고 만화 편집자의 길은 만만치 않다. 마치 작가는 이런것이 사회다라고 일깨워주는 것만 같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인으로써 밥벌이를 시작해야 할 때 누구나 반드시 겪어야만 하는 취업. 물론 자신의 적성과 소질을 일찍 찾은 사람이야 그 취업이라는 것이 '전쟁'이라고까지는 느끼지 못할 것이다. 구직활동을 하면 할 수록 과연 이일을 내가 하고 싶어했나, 혹은 좋아하는 일인가라고 자문해보지 않은 사람도 드물 것이다. 어느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고, 혼자만의 좌절이 아니라고 생각은 하겠지만 실패를 거듭할 수록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반감되는 것 또한 피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어느 누가 그렇지 않을 것이란 말인가. '격투하는 자에게 동그라미'의 작가도 우리와 전혀 다른 사람이 아니다. 책 제목에서부터 격려의 메세지를 전하고 있지 않는가.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일을 혹은 사회에서 자신을 책임지기 위해 이리뛰고 저리뛰어 세상과 싸우고 있는 자들에게 과감히 합격의 동그라미를 쳐달라고 말이다. 각자의 삶에 도전해 오는 세상과 고군분투하는 자들에게 합격의 동그라미를 쾅 찍어 달라고 응원해주는 것 같아 힘을 얻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