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교육방송에서 '파수병' 이란 영화를 했는데  

아뿔사 그눔의 잠 때문에 졸다가 중간을 놓쳤다. 

해서 디브디가 있나해서 검색해보니 없네....  

 

무척 흥미진진하면서도 이념에 앞서 인간의 존엄성 이런것도 느껴지고... 

주인공의 자주 흘리던 코피마저 노련한 설정이다 싶었다. 

껌뻑껌뻑 큰 눈으로 미이라 처럼 건조된 머리통을  가지고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진 한 과학자의 존재를 

추적하던 모습이 아쓸아쓸했는데..... 아흐, 눈거풀이 무거워서 그만... 

 

다시깨어 보니 영화는 끝나기 십여분전... 아쉽고도 아쉬워라. 

디브디도 없고... 그런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하고 긴장으로 인해 다 보고 나면 

삭신이 쑤셔 잘 걸을수도 없어야 하는데.... ㅠㅠ... 

 

하여 근처 감자탕 집이나 칼국수 집에 가서 뜨신 국물 연거푸 떠먹으며  

근육을 이완 시켜야 하는디.... 아까버, 아까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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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문화심리학
김정운 지음 / 쌤앤파커스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어제 오랜만에 만나 함께 영화를 본 여인이 말했다. 

'사는게 재미없어....휴우..... ' 

평소같으면 사는게 다 그렇지뭐 하며 농담으로 흘려 들었을텐데  

어젠 좀 다르게 들렸다. 

 

이책을 3분의 2쯤 읽고 난 다음이었기에, 

'재미'나 '감탄'이라는  단어가 참 소중하다는 것을  느꼈기에....  

 

'청담보살'보자는 것을 청담은 혼자서 따로보고 

오늘은 '집행자' 보자며 우겼는데 내가 이겼다.ㅎㅎ..

 

단순하게 웃고 넘기는 영화가 좋아 하던 그녀였지만 막상 집행자를  보면서는 '이 영화 참  

생각을 하게 하네' 하면서  집중하였다.  

아무튼,  영화잘보고 점심먹고 집에와서 차 한잔하고 만남을 마무리 한다음 다시  

책을 들어 나머지 부분을 펼쳤다. 

 

이책의 최대 장점은 술술 잘읽힌다는 점이다. 어려운 책을 읽자는 말도 있지만 

이런 책도 좋다. 심리학책 여러권 있지만 다른책은 반 읽다가 말고 3분의 1읽다가 말고...에 비해 

이책은 단숨에 읽을수 있어서 띵호아! 다수의 대중을 위해서라면 이런책이 더 좋은것 같다. 

이책이 추구하는 것은,

재미있게 살자. 감탄하면서 살자. 돈과 지위 명예 따위 다 필요엄써.... 

물론 돈과 지위 명예있고 '재미'를 느낄수있으면 그보다 더 좋을수가 없겠지만  

많은 사람들의 경우 돈과 지위와 명예 좇다가 인생 다 소모하는 경우가 부지 기수이기에...

이 분의 생각에 대부분 동의 .....  

 

그러나 골프(얘기를 대중에게 굳이 할 필요가)라든가 이분의 이력에서 보이는 찌라시

몇글자는 나를 씁쓸하게 했다. 

물론 재미에는 좌도 없고 우도 없지만.... 슈베르트의 가곡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엇을 해도 면죄부를 줘야하겠지만 ... 이런 분이 찌라시를 장식해주니 찌라시가  

안 망하는 구나.... 

  

어쨌든, 언젠가 티비에서 '재범'군에 관한 얘기를 할때도 공감했다. 

다시 가요계로 돌아올수 있도록 배려하자는 것이  소위 팬들과  양심가들의 

일반적 생각이었다면 이분은 그게 아니고... 

'아직 젊으니까..... 굳이 가요계에 목멜것 없이 천천히 다른일을 찾아보는것도....'하면서 

말끝을 흐렸나...  

난 그말을 들으면서 공감했다. 

 

아직 젊으니까. 춤으로 정상에 오른 그 실력이라면 다른 무엇을 해도 그만큼 할것이고 

찾아보면 분명 춤보다 더 매력적인 어떤 일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대중가요를 폄훼하는 것은 아니지만 고만고만한 댄스가수는 자고나면 쏱아지고 쏱아지는 

세상이니 재범군이 다시 돌아와 인기를 얻는다 해도 얼마나 길것인가. 

 (뭔소리여? 남의 인생에... 요는, 남들이 다 우리 사회의 야만성을 질타하고 돌아오라를 말할때

'다른' 각도로 본 그 창의성이 신선했다. 물론 재범을 그렇게 보낸 것은 당근 나쁘고...)

 

결론은,  

인생이 재미없는 사람 , 특히 중년의 남성들 한번 읽어 볼 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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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 예술가의 초상
에밀 졸라 지음, 권유현 옮김 / 일빛 / 200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뻐꾹 시계가 막 7시를 알렸고, 그는 그곳에 장장 8시간이나 서 있었던 것이다. 마른 빵 한조각 이외엔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열에 들떠서 1분도 쉬지 못하고 서 있었다. 해가 기울며 아틀리에에 어둠이 깃들기 시작하였다. 하루가 무섭도록 우울한 느낌을 던지며 끝나가고 있었다. 작업이 잘 진행되지 않는 위기의 순간에 이렇게 빛까지 사라지고 나니, 마치 태양이 이 지상의 생명과 노래하듯 유쾌한 모든 색깔들을 빼앗아 달아난 후 다시는 떠오르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85쪽

 

'해가 비치는 마지막 1분 까지 이용'하며 그림을 그리던 주인공 클로드가 하루해가 저물자 비로소 온몸의 피로를 체감하며 별 소득 없이 또 하루를 보내야 함을 탄식하는 대목이다. 태양이 어디로 도망가는 것도 아닐진대. 무심한 보통사람에게는 아침에 떴다가 저녁에 지는 것이 해이고, 내일이면 또 내일의 해가 뜰 텐데 그렇게 아쉬워하다니.

 




그러나, 대작에 대한 열정으로 온몸을 불사르던 클로드에게는 해가 떠있는 시간의 그 일분일초가 늘 아쉬웠다. 빛이 사라지기 전에 빨리 그 아름다움을 포착하여 어떻게든 그려야 되겠는데 늘 지나친 완벽주의가 제동을 걸어 이제 완성인가 싶으면 또 결점을 발견하게 되고. 하여, 그리고 또 그리고, 지우고 또 지우며 힘겨운 날들을 되풀이 하였다. 
 

인상파 화가들의 예술적 고뇌가 고스란히..

 

에밀졸라의 <작품>(일빛 출판사)은 19C 인상파 화가들의 창작과정을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이 책에는 화가를 꿈꾸는 '클로드'와 '드뷔슈' 그리고 작가가 꿈인 '상도즈' 세 사람을 중심으로 이들의 동료 화가와, 조각가, 화가의 작품을 품평하는 기자, 화가의 모델 등 다양한 군상들이 나온다.

 

빛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이 새로운 화법의 시도는 기성 살롱 출품 전에서는 번번이 미끄러졌다. 그러나 그들은 그에 굴하지 않고 자신들의 화법을 고집했으며 낙선한 그들의 그림만을 모아 따로 '낙선 전람회'를 열기도 한다.

 






  
작품
ⓒ 도서출판 일빛
에밀졸라



예나 지금이나 예술가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먹고 사는 문제일 텐데 이들은 빵 값을 아끼기 위하여 빵을 먹기 어렵게 딱딱하게 말려서 먹는가 하면 포도주에는 언제나 물을 많이 타서 양을 늘려 마셨다. 그러나 그림에 대한 열정만은 타협할 수 없었다.(물론, 여기서도 남의 것을 제 것인 양 슬쩍하여 부와 명성을 동시에 얻는 인사도 나온다.)

 

특히 주인공 클로드는 걸작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아내와 아이에게도 무관심 할 뿐더러, 종내에는 자신의 몸과 마음 모두 피폐 할대로 피폐하게 만들었다. 뭐든지 적당한 선에서 배부르고 더 이상 욕망이 안 생기는 나로선 도무지 이해 못할 고집이요 한편으로는 부러운 열정이었다.

 

졸라는 이 소설을 쓰기에 앞서 주인공 클로드는 '세잔과 마네'를 섞은 인물이라고 하였다. 때문에 세잔은 이 소설이 출판되었을 때 다 읽고는 졸라에게 아주 냉소적인 답장을 보냈고, 그 후로 그들은 단 한 번도 재회하지 않았다고 한다. 중학시절부터 쌓은 30년 우정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된 것이다. 물론 나는 세잔에게 한 표다. 아무리 허구라지만 너무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마고우인 친구를 아무리 허구 속에서라지만 너무 비참하게 그렸다. 실지의 세잔이 당대에 성공한 사람이었다면 처참하게 짓이겨도 아무런 아픔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허구 속도 실지도 한줄기 빛조차 느낄 수 없었던 암담한 상황이던 세잔이었기에 누구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무척 섭섭했을 것이다.

 

게다가, 반대로 졸라 자신을 형상화 한 듯한 상도즈는 화목한 가정생활에다 친구들도 챙기고 작가로도 성공하고 인격적으로도 부족함이 없이 그렸다. 물론 클로드가 다 세잔이 아니고 상도즈가 다 졸라가 아닐 것이다. 클로드의 고뇌가 고스란히 졸라의 작가적 고뇌일수도 있고 여타 화가들의 이심전심일수도 있겠다. 그래도 세잔은 그렇게 속편하게 생각할 수만은 없었을 것이다.

 

허나, 뭐니뭐니해도 실지의 세잔이 절교를 선언할 만큼 그렇게 기분 나빴던 것은 결국 졸라의 '묘사'가 탁월했기 때문이었을 터. 졸라의 묘사가 탁월했기 때문이야말로, 주인공을 비롯한 여러 화가들의 고뇌와 욕망과 열정이 손에 잡힐 듯 느껴졌다.       

 

아무튼, 이 책은 허구 속에서 실재를 유추하며 읽으면 훨씬 재미있다. (번역본이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특별히 추가했는지 몰라도)책 중간 중간에 소설이 묘사하는 실지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 또한 삽입되어 있기에 마치 소설로 해석한 그림이야기를 읽는 느낌이다. 뭐 실지 그렇기도 하고. 더불어, 한사람의 예술가로 살고 싶다면 적어도 이 정도의 열정은 있어야 되는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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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의 인문학 서재 - 곁다리 인문학자 로쟈의 저공비행
이현우 지음 / 산책자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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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서재 일일 방문자 수가 200 여명쯤 될때 나는 우연히 로쟈씨네 집을 처음 방문하였다. 

'이런 곳도 다 있군요' 내말이~~~ 참 뭔가 나같은 군상과는 차원이 다른 

어떤 존재 같았다. 해서 가끔 들르다가 한때는 무작정 로자씨의 마이리스트중  

어느 하나를 골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체크해서  책을 사기도 하였다. 

그러나 푸훗~ 책장에 고대로 모셔두고 읽지 못한 것이 많다. 

 

읽지는 못했지만 핑계인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읽을것이고  

읽지는 못해도 끊임없이 새로운, 내가 모르는 세계의 책을 소개해주는 로자씨가 고맙다. 

사실 나는 로자씨의 서재에 들를때 글을 읽기보다 제목만(?) 읽을 때가 많다.

그런데 제목 읽는 것도 벅차 방문자수 300 이후로는 발길도 뜸하였다. 

 

대신 우연히 버스를 타고 오다가 라디오에서 로자씨의 음성을 듣고 음 목소리는  

또 저렇군. 한겨레21과 시사인에 올려진 서평을 보고는 오호라  

비범한 사람은 결국 만인앞에 드러나지 않을 수가 없구나... 그러다  '책 읽는 밤'에 

출연한 그의 얼굴을 보고는 아 쪼까 깐깐 답답시러븐 천상 샌님이구나 ㅋㅋ.... 

(이러니, 꼭 스토커 같네. 그러나 너무 걱정마셈.  로자씨는 그것으로 끝입니데이. 호기심이 해결 되었기에...^^) 

 

아무튼, 이런저런 관찰을 거쳐 몇주전 드뎌 '로쟈의 인문학 서재'를 읽게 되었다. 

읽고난 바로 다음 뭔가 끄적여야 되는데 그 새 다 까먹어버려 가물가물하다. 

김훈, 고종석, 김규항의 문체에 대해 200프로 동감했다. 

아주 가렵던 부분만 솔솔 긁어주는 그 센스라니.

사실 난 왠지 아직 김훈을 읽고싶지 않아 읽지 않았고 고종석의 문체에 대한  

가없는 찬사가 반쯤 이해 안가고 김규항에게는 글의 내용보다 그의 문체에 

끌리곤 하였다. 

 

특히 김규항씨의 문체는 까미유 끌로델의 조각 '왈츠'에서나 느껴지는  

매끄러운 아름다움과, 군더더기는 없으면서 뼈대는 있고 그러면서도 

전체적으로 물결치는, 그리운 어떤 느낌이 그의 문체에서  

느껴지곤 했는데 ....데, 그분이 김대중 노무현을 가차없이 씹을때는 당췌 이해가 ....

저는 얼마나 잘나고 추진력있는지.....  

 ..... 

장정일에 대한 언급 공감갔고.... 

러시아에는 네 스키가 있는데 음악에는 차이콥스키, 문학에는 도옙스키, 미술에는 칸딘스키, 

영화에는 타르코프스키... 넘 웃겼다. 

몇년전 예술의 전당에서 칸딘스키 전신회를 뻔히 눈앞에 두고도 보지 않고 밑에 층의  

도자기 전시회만 보고온 기억이 있는데 그때 보고올 껄. 내 언제 칸딘스키 그림 볼거라고.. 

 

그땐 단순히 이해도 못하는 그림 봐서 뭣하나 해서 안 봤는데 후회가 되네... 이해 못해도  

한번 보기나 할것을.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희생'은 내가 두번째로 이해안가고 어려운 영화였는데 

(첫번째는 노스텔지어) 고러코롬 분석을 해 놓으니 그런강?   

......  

이름만 알고 그들의 책 제목만 몇개씩 알 뿐인 오! 무수한 철학자들의 말쌈과 로쟈씨의 

해설....그냥 부처님 말씀 예수님 말씀처럼 쉽게 말하면 말이 안되는지 철학자들은...ㅋㅋ 

집중해서 읽으면 이해가 되기도 하나 쉽게 넘기며 읽을수는 엄꼬 다시보고 싶지도? 않은! ㅋㅋㅋ  

 

아무튼, 결론적으로 로쟈씨는 정말이지 용의자 엑스처럼 책과 글에 헌신하는 사람같다. 

이토록 학문과 각종 예술에 몰입하자면 뼈가 뽀사지고 온몸의 진기가  

다 빠질것 같은데..... 그 모양을 매일 봐야 하는 옆지기와 자녀는 오죽할까? ^^ 

 

나라면 책을 '사부작 사부작'(개그맨 김신영 식으로) 보따리에 싸서 가을 낙엽과 더불어 확!  

불싸질러 버리고 싶어질 것이다...ㅎㅎ

무르팍 도사씩 결론을 내자면 로쟈씨는 현재 너모 피로해 보인다.  

인간사 철학도 좋고 뭐도 좋고 다 좋지만 결론은  

로쟈씨의 책에도 나와있듯이  

'먹고, 살아남고, 자기 복제' 이외에는 다 부질 없는 것 아닌가벼. 

하므로,

한달동안 책을 금하고 가족과 함께 가을 단풍이나 보러 이산 저산 쏘 다니시길~~팍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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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급한 부모를 둔 아이라면 세상에 나오기 전 엄마뱃속에서부터 구경할 수 있는 곳이 제주도일진대. 나는 마흔 둘이 되어서야 드디어 제주도를 구경하게 되었다. 나의 작은 언니는 나보다 더하여 쉰다섯이 되어서야 제주 땅을 밟았다.

 

늦은 감이 있으나, 늦은 만큼, 오래 기다린 만큼 만족도는 배가 됨에랴. 내 또래의 경우 주변을 둘러보면 제주도 못가 본 사람은 언제나 나 혼자였다. 많이는 신혼여행으로 혹은 친구들과 혹은 가족여행 등 다들 늦어도 마흔 전에는 제주도를 졸업하는 분위기였는데 나만 사십이 넘도록 늘 상상으로만 제주도를 만났다.

 

그 실물을 알 수 없기에 제주도 갔다 온 사람들에게 늘 묻곤 하였다.

 

"정말, 제주도는 우리나라 땅이 아닌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한 그런 곳이야?"

"가로수부터 다르고 남태평양 어느 섬의 느낌이 난다 메?"

"귤 밭에서 귤을 따면 정말 재미있겠네?"

"올레는 정말 입소문처럼 매혹적이야?"

 

그러면 다들 고개를 끄덕 끄덕했다. 정말 제주도는 한번 가볼 만하다면서. 4박 5일 아니면 넉넉하게 한 일주일 정도 말미라면 제주도를 두루두루 답사할 수 있다기에. 그렇구나, 나도 언젠가는, 했었는데 그 날이 바로 이번 10월이 된 것이었다.(16~18일)

 







  
백록담은 물이 말라 익숙하던 사진과는 너무 달라....
 
백록담











  
백록담 정상에 선 사람들
 
백록담 정상





사실 남들 다 가본 제주도를 그동안 안가고도 별 답답함 없이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아껴두고 뜸을 좀 들여서 보고 싶은 것도 있었지만 나름의 속사정이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비행기에 대한 무서움 때문이었다.

 

이젠 까마득한 추억이 돼버린 10년도 더 지난 일인데, 1995년 여행 차 부모님 몰래 비행기를 한 번 탔고 다음해 역시 부모님 몰래 일어 공부 차 일본에 가서 생활했던 것이 내게는  군대기억처럼 이따금 일 년에 한번 이상 악몽으로 떠오르곤 하였다.

 

흔히 제대 군인들이 자신은 분명 제대를 했는데 어느 날 꿈속에 입영통지서가 날아와서, '도대체 뭐가 잘못되었기에 이런 게 또 날아 와? 아니 내가 정말 군대 안간 게 아닐까? 군대 안간 게 진짜고 군대 간 건 꿈이 아닐까. 아니, 아니야, 갔다 왔잖아. 왜 하필 나에게 이런 행정착오가 나서 두 번 군대 가야 되는 거야? 행정 착오건 뭐건 군이 명령하면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 아냐? 으앙~~' 하며 가위 눌리는 것처럼 나는 공항에서 비행기 표를 분실하는 꿈과 도쿄에서 방 못 구하는 꿈을 교대로 꾸곤 하였다.

 

꿈에서 깨고 나면 제대군인들이 그런 것처럼, '꿈이라서 정말 다행이야.' 안도하며 대신 군대에서 끊임없이 나오던 배추국과 미역국을 싫어하듯이 나는 앞으로 오래도록 비행기를 타지 않음으로서 악몽을 떨치려 하였다. 그랬는데 그것도 한 10년을 넘어가니 공포는 사라지고 역으로 비행기 한번 타보는 것이 소원이 되었겠다.(ㅎㅎ) 

 

한라산도 지금 단풍 절정

 

이즈음 저녁 뉴스를 보면 계절이 계절이니 만큼 단풍에 대한 소식을 꼭 전하는데 그럴 때 마다 그것을 보도하는 기자는 며칠은 어디가 단풍이 절정이고 또 그 다음은 어디하며 읊어 주기에 그런가 보다 했다. 제대로 가을 단풍을 보려면 신문이나 방송의 단풍뉴스를 놓치지 말아야겠구나 생각했다.

 

그러하기에 이번 제주도 여행에서 단풍을 보리란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다. 신문에서 본 단풍 절정예상일에 한라산은 아예 예상 물망에도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함께 갈 언니도 좀 더 있다 단풍이 절정이다 할 때 가면 어떨까 하였다. 그러나 그때는 항공권 예약이 이미 다 차서 자리가 없으니까 단풍 꿈은 접고 그냥 제주도 간다는데 의의를 두고 가자며 나선 것이었다.

 







  
멀리 보이는 단풍 능선
 
단풍





 











  
우리도 이렇게 아름답게 최후를 맞을수는 없을까.
 
단풍





그런데 웬걸? 한라산도 이미 단풍이 절정이었다. 한라산 꼭대기에는 단풍은 벌써 지고 단풍나무들은 저마다 월동준비를 끝내고 겨울눈만 발갛게 내놓고 있었다. 즉, 한라산 정상은 이미 매서운 바람으로 나뭇잎이 붙어있을 수가 없었고 그보다 고도가 조금 아래인 곳부터 한라산의 반절은 온통 단풍 천지였다.

 

우리 자매가 그랬듯이 한라산을 오른 등산객들 중 많은 사람들이, '단풍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어쩜!'하며 감탄사를 늘어놓았다. 아무렴, 아침에 한라산을 오르기 시작할 때만 해도 단풍은 전혀 상상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한라산 기슭은 여전히 녹색이 창창했고 무성한 잎들이 만들어 준 그늘로 인해 산은 보다 그윽하고 고요한 느낌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단풍뉴스에서 말하는 단풍의 절정이 단풍이 산기슭까지 완전히 내려온 때를 말한다면 한라산 단풍은 아직 절정이 아니겠으나. 산기슭까지 다 내려온 때를 절정이라 말한다면 그때는 아마 1500미터 이상 고도에서는 단풍이 모두 지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며칠은 어느 산의 단풍이 절정이네 하는 보도는 수정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즉, 10월이라면 어느 산을 가든 정상을 오르는 사람이라면 다 단풍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정상에 오르지 않고 조금 오르다 말 사람들은 동네 야산이 혹은 도시의 가로수가 조금씩 물들면 그 때 산엘 가면 기슭까지 내려온 단풍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단풍길, 한라산엔 여느산에 비해 산죽이 특히 많았다
 
단풍나무 숲길





마치며...

 

하여간, 지난주에도 한라산 중턱과 그 이상의 고도에서는 단풍이 한창이었다. 일주일이 지난 지금은 그 단풍이 좀 더 밑으로 내려왔을 것이다. 그 내려온 만큼 위쪽의 단풍잎들은 떨어져 내려 이제는 뭇 등산객들의 발길에 머물 것이다. 2박 3일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울긋불긋 단풍이 있었기에 충만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한라산의 산세가 온화해서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고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지리산 외에는 그런 생각 안 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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