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핸가 ‘모건 프리먼’ 주연으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만델라 전 대통령의 전기 영화가 만들어 진다는 뉴스를 보고, 기시감을 느꼈다. 믿거나 말거나 좌우지간 나는 상상했었다. 몇 년 전 만델라 전 대통령의 자서전(두레출판사간행)을 읽으며 이 보다 더한 시나리오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 내 마음대로 만델라 대통령 역엔 망설임 없이 모건 프리먼을 찍었었다. 두고 보자 하면서...ㅎㅎ.

그의 어린 시절에서 보여 지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부족 전통, 흑백 분리정책에 저항하다 감옥에 잡혀간 그와 수많은 아프리카민족회의 사람들, 그곳에서 고문과 강제 노역을 당하며 27년 6개월의 감옥살이, 그 후 극적으로 대통령이 되고 세계의 지도자 반열에 오르는 것 등에서 보자면 드라마도 이런 드라마는 없을 것이다. 
 

뿐인가, 사소하게는 남의 입질에 오르내리기 좋으나 영화소재로서는 부족함이 없는, 어려울 때 감옥 밖에서 함께 투쟁해준 재혼한 아내와 헤어지고 또다시 역시 어려울 때 도와준 이웃나라 여자 대통령과 ‘삼혼’ 하는 등 노익장도 그런 노익장이 없으렸다. 현재 93세. 그가 돌아가고 난 다음 영화를 만들어도 좋겠지만 그의 살아생전 영화를 만들어 그에게 느낌을 물어봐도 나쁘지 않을 터, 암만.

아무튼, 나는 지금 이제나 저제나 만델라 전 대통령의 전기 영화 개봉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내년 여름쯤? 아니면 가을? 생각만 해도 설레어 진다.

이희호, 김대중의 삶도 만델라 못잖아

7월 2일자 (한겨레)신문 ‘왜냐면’에서 박영환 민족문제 연구소 고문은 <백범일지>를 읽고 나서 김구 선생께 매료되어 선생이 돌아가셨을 때는 ‘졸도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고 하였다. 그 대목에 손뼉을 치며 공감한 것은 나또한 <백범일지>를 읽고 선생에게 반했기 때문이었다.

‘훌륭한 사람은 단 한권의 진솔한 기록만으로도 읽는 이의 마음을 통째로 빼앗는구나.’

잠시 옆길로 새는 감이 있으나, 단 한권의 책으로 타자를 사로잡는 사람을 한사람 더 소개하자면 그는 바로 노무현 대통령이다. 노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장관시절일 때 나는 <여보 나좀 도와줘>(도서출판 새터)를 읽고 이 사람은 진짜 믿어도 되겠구나 생각했었다.

내가 쉽게 경도 되는 사람인가 하면, 그렇지 않음을 증명할 말을 며칠 전에 들었다. 임 떠나고 뒤늦게 부랴부랴 <여보, 나 좀 도와줘>의 책장을 넘긴 이웃 지인이 독서 소감을 말하였던바.

‘이분은 너무 진실해서 나도 예전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그때부터 그를 좋아했을 거야. 나만이 아니라 누구든 이 책을 읽으면 이분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아. 좀 더 일찍부터 좋아하지 못한 게 한이야. 이분 친구도 너무 멋있고...’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희호 김대중. 솔직히 이 두 분. 별 ‘찌릿한’ 감정은 없이 그저 ‘현대사의 파고와 더불어 역사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이란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다만 하나, 6.15 선언이 채택 되던 해의 그 순안공항에서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말 믿음직스럽고, 눈부시고, 존경스러웠다. 나는 그가 너무도 큰일을 해내었기에 TV앞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었다.

그러나, 그 후론 다시 역사적인 삶을 사는 사람이라 생각했을 뿐 김구선생에게서 느낀 노무현에게서 느낀 생각만 해도 심장이 ‘짠’해지는 그런 감정(?)은 없었다. 광주의 원흉을 풀어주고, 박정희 기념관을 세우자는 유화적인 자세는 못 마땅하다 못해 속에서 천불이 났다.(그러나, 얼마나 답답하셨으면 그런 제의를 하셨을까. 그가 ‘전’을 풀어주고 ‘박’을 기념하자 말하도록 무식 충만했던 우리의 죄가 더 컸다, 알고 보니.)

그랬는데.... 뒤늦게 이희호 여사의 자서전 <동행>(웅진지식하우스)을 읽고 나는, 이 부부에게 완전 홀딱 반하였다. 이희호 여사는 좋은 가문, 좋은 학벌에다 영부인 까지 하였으니 그 보다 더한 영광이 어디 있으랴 싶었는데 세상에나 영광은 잠깐이요 고난은 백조다리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일본의 한 언론인이 김대중은 이희호가 있었기에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고 하였다는데 정말이었다. 이희호 여사가 김대중 대통령을 위하여 그토록 헌신한줄 나는 몰랐다.

희호여사의 표정이 무덤덤하잖은가. 그리고 강인해 보이기도 하고. 때문에 고통이 크다 해도 그리 큰 줄 몰랐다. 그 많은 옥바라지와 연금생활, 망명생활 그리고 한 발만 늦었어도 바다에 수장될 뻔 했던 중앙정보부에 의한 납치사건 등 두 분은 그 험난한 길을 어찌 다 겪고 이겨냈는지....

김대중 대통령이 동물과 식물을 무척 아끼고 잘 돌봤다는 얘기와 정치인이기에 앞서 항상 책을 가까이 하며 사색하고 토론하는 ‘학자적 품성’이 몸에 밴 남자였음을 알게 된 것은 과외의 소득이었다.(나는 그냥 닥치는 대로 책을 많이 읽는 남자로만...) 
 

결론은,

이들의 얘기는 영화 한편으로는 부족하고 해마다 한편씩 찍어내도 소재는 무궁무진 할 것이다. 나찌 영화만 해마다 우려먹으란 법이 있나. 만델라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얘기도 우리현대사와 김대중의 얘기도 몇 번을 우려먹어도 국물은 여전히 진할 것이다.

나는 벌써 김대중 대통령 부부 역으로 누가 어울릴까 배우를 고르고 있다. 내 꿈이 언제 이뤄질지는 모르겠지만 미래의 언젠가는 이뤄지리라 믿는다. 기왕 이뤄 질 거면 만델라 대통령의 경우처럼 김대중 대통령 살아생전에 만들어져서 당사자에게 소감을 물어 보는 것도 의미 있을 텐데...

‘우생순’의 신화를 만들었던 핸드볼 임 감독도 영화 끝나고 자막 올라갈 때 한 말씀 하던데, 이희호 김대중도 그들의 영화 끝 그 장면에서 한 말씀 덧붙인다면 얼마나 근사할 것인가. 아마, 세계인들이 더 환영하지 않을까. 우린 만델라에게는 사심 없는 박수를 보내면서 우리안의 보석엔 너무 무심한 것 같다.

만델라 전 대통령은 국민의 정부 시절 두 번이나 우리나라를 방문하였다고 한다. 아마 두 분은 만나서 ‘당신 팔자나 내 팔자나, 우린 어찌 그리 징한 팔자를 타고 났을까. 그러나 후회는 없어.’ 하며 서로 농담을 주고받지는 않았는지.

마무리...

언젠가 들으니 일주일에 한 번씩인가 4시간씩 신장 투석을 받으신다고 하였는데..... 요즘처럼 사회적 문제 들이 연일 터질 때면 김 전 대통령의 안부가 먼저 걱정되곤 한다. 세상이 거꾸로 굴러가도 당신 몸만 챙기시고 그저 오래사시기를 빌어보는데, 워매, 낼 모래 아흔을 목전에 둔 이 늙은 오빠는 나라의 나아갈 방향을 그 누구보다 선명한 혜안으로 조언해 주시는데 그 형형한 청년 정신이라니, 정말 나이는 숫자에 불과 해. 
 

그의 조언들이 현실정치에 부디 반영되어 헝클어진 남북관계가 복원되고 나라 살림살이 또한 제 궤도에 오르길 빌어 본다.

그러니, 결론이 뭐냐고요? 결론은 두 가지. 하나. 헐리웃이 만델라 전기 영화 찍고 있으면 우리나라 감독들은 최소한 김대중 전기 영화 시나리오만이라도 쓰고 있으라. 둘. 역사에 길이 남을 멋있는 사람들은 단 한권의 책으로도 읽는 이를 ‘확’ 잡아끈다, 머 이런.(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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