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창밖은 가을이 한창이다. 

멀리 보이는 인근 대학의 가로에는 벚나무들이 일제히 붉은빛으로  

물들어 어찌보면 지난봄의 꽃보다 더 아름다운 듯도 하다. 

 

뭐 하는 일도 없이 늘 시간은 빨리 흐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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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신문(22일)에서 세관에 적발된 수백 개의 짝퉁 루이뷔통 가방을 보자니 짝퉁과 관련한 일화가 떠올랐다. 

 
지난해 어느 날 서울 사는 한 친구가 소포를 보내왔다. 뭐지? 하며 제법 있어 보이는 미끈하게 각진 상자를 열어보았다. 상자 속 물건은 또 한 겹의 얇은 천에 싸여있었다. 꺼내 보니 직사각형의 보라색 손지갑이었다. 이름을 보니 루이뷔통. 에이 설마? 그래도 혹시나 싶어 친구에게 확인전화를 했다.

 

"지갑 잘 받았는데 루이뷔통이라니, 너무 과분하잖아."

"걱정마라, '짜가'고 2만 원 줬단다. 남편이 중국출장 갔다가 여러 개 사왔길래...ㅋㅋ."

"휴~, 안심이다. 난 또 진짜면 부담스러워서 어떡하나 싶어서... 포장이 좀 요란해야지~.

짝퉁이라서 너무 다행이고 고마워."

"그게 가짜라도 한국에서 사려면 6~7만 원 줘야 한다더라. 웃기지?"




  
가짜 뷔통
 
손지갑


친구의 말은 사실이었다. 며칠 후 똑같이 생긴 것이 아파트 노점시장에 있기에 가격을 물어보니 7만 원이라고 하였다. 가게주인은 '실용적이고 어디가도 이런 지갑은 이정도 가격을 줘야 해요'하면서 친절한 설명을 덧붙였다.

 

또 하나 떠오른 얘기. 언젠가 조카가 집에 놀러 와서 담소를 즐기고 있는데 조카의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의 사연인즉, 지금 어디어디에서 짝퉁은 짝퉁인데 보다 고급 짝퉁이 출시되었는데 가보지 않으련 하는 것이었다.

 

"짝퉁이면 짝퉁이지 그 속에도 급이 있나?"

"그럼, 2,30만 원대도 있고 4,50만 원대도 있고..."

"짝퉁이래두 어마어마하게 비싸네. 짝퉁을 왜 그렇게 비싸게 주고 산다니."

 

"진품을 살려면 2,3백 혹은 4,5백 줘야하는데 동그라미 하나 떼고 살 수 있으니 혹하지. 비싼 짝퉁은 진품과 구분 못하게 철저한(?) 품질관리가 되었다나 뭐라나." 

"하긴 이태리 장인이나, 중국장인이나, 남대문 장인이나 기술력은 비슷하겠지. 디자인의 주인이 이태리 장인이라는 게 다를 뿐."

 
소중히 오래 쓰면 그것이 바로 명품




  
20년친구
 
가방


아무튼 기껏해야 출퇴근길에 화장품이며 잡동사니 넣어 다니는 가방이 평범한 가장 한 달 월급을 맞먹거나 넘는 다는 것이 씁쓸하다. 또, 비싼 가방에다 '명품'이란 말을 붙여주는 것도 마뜩찮다. 가방은 그냥 가방일 뿐이다. 비싼 가방이나 그냥 가방이나 내재적 가치는 별 차이 없다. 가방 안에 있는 내용물은 대개 비슷비슷하다. 화장품, 지갑, 책, 손 전화, 그 외 기타 등등.

 

그런 의미에서 내 오랜 가방을 소개한다. 나는 얼추 20년이 다 되어가는 가방을 애용하고 있다. 92~3년의 겨울, 대전의 '대전백화점'에서 당시 2만 5천 원을 주고 샀었다. 안정감 있고 소박한 게 첫눈에 마음에 들었다. 'JIRO'라는 이름이 가방 정면에 쓰여 있는데 '지로'는 만든 회사 이름인가 하면서 샀었다.

 

막상 가방을 써보니 첫인상 못잖게 실용적이고 착용감이 좋아서 늘 애용했다. 결혼을 하고나서도 결혼 때 산, 보다 비싼 백 놔두고 자주 애용했다. 그러다 보니 언제부턴가 세월과 더불어 낡기 시작했고 주변 사람들은 하나둘 내가 '지로' 가방을 멜 때 마다 면박을 주었다.

 

"어지간하면 새로 하나 사라, 내가 하나 사주랴?"

"낡긴 했는데 정이 들어서..."

 

정말 물건도 오래 쓰니 정이 들어서 버리고 싶어도 버릴 수가 없었다. 안 버려 본 것도 아니었다. 지청구를 주는 이웃들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그만 버리자. 다른 백이 없는 것도 아니고 하면서 헌옷 수거함(에 넣지 않고) 위에 올려놓은 적도 있었다. 그런데 한 나절 만에 도로 가져오고 말았다. '분리불안'을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남들이 지청구를 주든 말든 그냥 애용해야지~흠.'




  
좀 낡긴 낡았죠?ㅋㅋ
 
가방


그러다 지난 추석에 드디어 나의 가방을 좋게 말해주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동네 사진관에 들러서 사진관 아주머니와 차 한 잔 하게 되었는데 그분이 왈.

 

"아까부터 백을 봤는데 너무 마음에 들어요. 부러워요. 저리 낡은 것은 돈 주고도 살수 없는 것 아니겠어요?"

"그렇겠죠, 후후~. 요즘 청바지는 돌 넣어 빨아 낡게 만든다지만 가방은 그럴 수 없겠죠."

 

구박이 아닌 상찬이라 놀라웠는데 사진관 아주머니는 또 다른 가방 얘기를 해 주었다. 즉, 며칠 전 어느 곳에서 한 외국인 여자가 맨, 제법 물건이 들어갈 보통 크기의 가방을 보았다고 하였다. 그런데 그 가방은 이루 형용할 수 없이 낡아서 바들바들 해졌는데 그게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가방 한 번 쳐다보고 가방주인 한 번 쳐다보고 하면서 넋을 잃었었다고. 그러면서 하는 말.

 

"명품이 별건가요, 소중히 오래 쓰면 그게 바로 명품이죠."

"정말 그렇네요. 전 편리해서 이 가방을 자주 사용하면서도 조금 주눅 들기도 하고, 또, 지청구 주는 사람을 만날 때는 다른 가방을 들기도 하거든요. 그러다 휑하니 시장가고 슈퍼가고 금융볼일 보러 갈 때는 저도 모르게 이 가방을 선택해요. 가방이 낡아서 안전(?)하고 착용감도 좋고.."

"당당하게 쓰세요. 이 가방 보니 나도 정말 예쁜가방 하나 사서 오래 쓰고 싶어지네요."

 

누군가 불러주니 꽃이 되었듯. 사진관 아주머니가 의미부여를 해주니 편해서 쓰던 내 백이 진짜 명품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쓸 때까지 한번 써보자 다짐했다. 전과 다른 게 있다면 이전에는 외출했다 돌아오면 아무데나 마구 던져놓곤 했는데 이제는 좀 곱게 써야지. 그렇게 해야 될 것이 자꾸 빛바래고 낡으니.  





  
뒷주머니가 있어 더욱 실용적~
 
가방


요즘 유명 재벌 3세 여성들은 경쟁 하듯 너도나도 명품 매장을 열면서 마치 유행을 선도하는 듯하면서 매상고에 열을 올리던데 서민들이 거기에 춤 출 필요는 없다고 본다. 여대생들이 몇 달 알바해서 산다거나, 한두 달 만 월급이 끊겨도 대번 적금을 깨야하는 고만고만한 월급쟁이들이 명품에 연연하는 것은 한번쯤 생각해볼 문제다. 

명품에 연연할수록 그 가방 값도 올라가고 짝퉁업 또한 번창할 것이다. 진품을 비싸게 들어도 짝퉁을 진품인양 들어도 결국 내주머니만 빌 뿐, 그 기분 오래가지 않는다. 철철이 새로운 신상품들은 또 왜 그렇게 쏟아지는지. 백 만 원 짜리 하나 드느니 그냥 10만 원짜리 열 개 드는 게 낫지 않나. 10만 원 짜리 열 개 들것도 없이 그냥 용도에 맞게 큰 것 작은 것 중간 것 두 세 개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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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1-09-23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진품 루이뷔똥을 20년째 사용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데 백화점에 진열된 신상보다 오래된 그 가방이 더 예뻐보였어요. 폭설님의 가방에는 역사가 담겨있네요. 명품 맞아요.^^

폭설 2011-09-24 11:57   좋아요 0 | URL
명품? ㅋㅋ 유럽 장사꾼들이 아시아 3국을 자기들 판로의 노다지로 보는 것을 알고 다들 현명한 소비를 했으면 좋겠어요. ㅎㅎ
 
홍위병
션판 지음, 이상원 옮김 / 황소자리 / 2004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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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에 관심을 갖게 되니 중국책이 땡겼다.  

모든 것은 관심에서 출발하는가 . 관심을 가지니 그냥 중국에 관한 

모든 것이 흥미롭다. ^^

 

불과 얼마전 까지만 해도 중화티비 후져서 못보겠다였는데 요즘은 

중화티비가 제일 유익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ㅋㅋ

같은 드라마의 재방송을 여러번 하니 그 조차도 복습의 효과가 있어서 좋다. 

 

수년전 앞부분 수십쪽 읽다가 덮어두었었는데 

지난 주말 한달음에 읽고는 이렇게 재미있는 책을 그동안 묵혔다니 하면서  입맛을  

다셨다.

 

사실. 흥미니, 재미로 표현했지만 '문화 대혁명'은 중국인들에게 있어서는 

여전히 쉽게 꺼내지 못할 상처가 아닐까 싶다. 10여년 동안 그 이상한 혁명이 

휩쓸고 지나갔으니... 인구는 좀 많나. 수많은 사람들이 겪었을 내상을 생각하면 

마오아저씨도 미래의 어느날, 부관참시(으쓰쓰) 당해야 하는 것 아닌가 몰라.  

 

소비에트와 달리 경제가 성공했으니 그럴일은 없을지 모르지만 어쨌든  

국가의 이름으로 저질렀던 그 이상한 운동은 훗날 국가의 이름으로 사죄해야 하지 않을까. 

책의 저자는 천신만고 끝 자유를 얻었지만 양심의 자유를 유린당하고,  

또, 스스로 양심을 기만하면서 오로지 살기 위해 혁명사상에 동참했을 수많은 사람들의 

잃어버린 청춘과 삶은, 누가 돌려주나...ㅉ 

 ....

12살부터 서른무렵까지의 한 중국 수재의 성장소설로 읽어도  좋다.  

풋풋한 소년의 절재된 사랑의 감정이, 아름답다. ^^  

그리고 말로만 들었던 중국 관리들의 부패 ,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고나..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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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선. 그분이 가셨고나. 영면하소서.  

요며칠 신문을 보면서 '이소선' 이름과 관련된 기사만 보면 저절로 

눈물이 났다.    

긍께 '소선'이 '작은 선녀' 였군요.^^  

이름처럼 살다 가시는 군요.  

김대중 대통령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로  해석하셨고요.^^  

 

선녀 어머님이 못다 이루신 꿈은 남은 자들이  

이루겠지요. ^^  

이제 모든 것 내려놓으시고 천상에서, 

아드님과 뜨거운 재회를 하소서.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꾸벅.  

 

<사라의 열쇠> <그을린 사랑> 

근래 본 영화들이다. <사라의 열쇠>는 유대인 수난사에 대한 영화.  

'유대수난 영화가 안 나오는 해가 없어' 하면서 조금은 

쓴맛으로 들어갔다가 영화 잘만들었다 칭찬하며 나왔다.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는 늙으니깐 더 멋있어지는 것 같다. 

<당신을 오래동안 사랑했어요>도 화보였는데 이 영화에서도 그 지적 

카리스마가 녹쓸지 않았겠다. ^^

  

현재와 과거를 적절히 오가는 편집도 좋았고 긴장감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편안한 마음으로 보고 결론은 신파이면서도 무난했다.

 

그에 비해 <그을린 사랑>은 실제와 같은 음향효과 때문인지 보는내내 

마음이 불안했었다. 보고 나서는 자꾸 잔상이 남았다. 사전 정보 없이 가서  

한 부분이 이해가 안되었는데 어제 이 영화를 봤다는 또다른  지인과  

얘기를 나누다가 둘다 뒤늦게 '아하~'하며 완전히 이해했다. ㅋㅋ 

 

<그을린 사랑>은 중동의 한 내전(레바논전쟁?)이 배경이라는데 그와 같은 전쟁의 상황이 

서아시아에서 지금도 여전히 진행되고 있으니 심란했다.  

영화야 두시간 지나면 끝나지만 현실은....  

 

어쨌든 그 지역 사람들의 간난신고가 가심을 후볐다. 

영화와 같은 사연이 생기지 말란 법도 없으렸다.  

그것은 전쟁과 분쟁의 와중에 

생길수 있는 단 하나의 사연에 지나지 않을지도 ... 수많은 곡절, 수많은 사연,  

수많은 원한... 복수...  끝나지 않는 전쟁 또 전쟁...

 

<사라의 열쇠>는 아프지만 과거의 일이나 <그을린 사랑>은 여전히  

그쪽 동네의 일상으로 현재진행형이기에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ㅠㅠ 

노르웨이 시민들이, '테러'를 '평화에 대한 의지'로 치환해 돌려주듯  

서아시아에도 그런 바람이 불었으면 좋으련만.... 

 

둘다 좋은 영화.^^ <그을린 사랑>엔 애정이 가고 <사라의 열쇠>는 편안한 영화. 

남의 아픈 기억을 '편안'이라고 해서 뭣하나 영화본 기분이 그러했으니 달리  

둘러댈 말이...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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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9-07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소선 여사님 부디 좋은 곳에서 행복하시길...

위의 두 영화는 제가 무쟈게 보고 싶은데 여태 못 본 영화들이네요. 편안하고, 애정이 가는 두 영화를 저도 곧 볼 거에요 꼭! ㅎㅎ (지나가다 들렸다 갑니다 ^^)

폭설 2011-09-08 10:23   좋아요 0 | URL
꼭 보시게 되길~~ 빨리 보아요, 미루면 지나가요.^^
 

...들렀다가  19라는 방문자 숫자를 보고 잠시 따듯해지고....그리고 미안해졌다. 

실수로 들르셨대도 반가워라!  

컴퓨터가 한번 고장이 났고 또 방학이라 애들이 있으니 컴을 켰다가는  

게임하겠다고 달려드는 바람에 올커니 이참에 끊고 살자 머이런 결심을 

했더랬다. 

.... 

그러는 사이,7월인가 했는데 벌써 8월도 중순....우좌간 세월이 화살같음은 좋아라.  

세월이 빠르기도 했지만 그동안 살짝 세월을 잊어버릴 일이 있었더라~~

실은 14년만에 여권에 도장을 찍었다는..... ㅋㅋㅋ

5박6일. 오,그 해방감이란~~~ 14년 감옥살다 모범수라 5박6일 휴가를 

받은 기분이랄까. 

돌아오니 여전히 6년여 잔여 수감일이 남아이써....어쩌면 10년이 될지도 모르고..^^ 

 

<무엇을 할것인가?> 1권을 읽고 20일쯤 쉬었다가 겨우 2권을 읽게 된게 오늘 낮이었는데  

내일 시댁갈 예정이라 이것저것 준비해야 되어서 또 읽기를 멈추게 되었다, 쩝 입맛을 다시며. 

허구헌날 다 놔두고 하필 이런 바쁜때 땡긴다니... 

 

로뿌호프도 키르사노프도 넘 멋지고 양손에 떡을 쥔  

베라 파블로브나가 너무 부러웠는데... 이런~~,<여인의 향기> 연재씨가  또  내 복장을 

긁네 그랴~~ㅋㅋ 

 

본부장 이라는 직함이 참 식상하고 뻔한 공식의 드라마지만 삼순씨가 살을 빼고 나오니 

또 아니 볼수가 엄써 보게 되었는데 연재씨도 양손의 떡을 쥐었네 그랴~~ ㅎㅎ 

<시크릿가든>은 하지원 땜에 보다 현빈을 덤으로 봤고 

<여인...> 또한 살뺀 삼순씨 보려다 덤으로 두 남자를 보네. ^^ 

  

책으로 멋진 사람을 그려내는 것도 신기하고 

카메라로 그려내는 것은 더 신기하고..... 안팍으로 세상이 어지러워도 

드라마는 태평연월~^^

........ 

냉커피를 두잔이나 마셨더니 눈이 말똥 말똥 ... 우좌간 다들 즐거운 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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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14 0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6 1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